‘CT 촬영’ 한해에만 127회…“진단용 방사선 기기 적정 이용 필요”

‘CT 촬영’ 한해에만 127회…“진단용 방사선 기기 적정 이용 필요”

의료방사선 검사 건수 해마다 증가…2022년 3억5200만여건
국민 1인당 연간 피폭선량 2.75mSv
정부, 방사선 노출 위험 대국민 홍보 강화
“‘현명한 의료 선택 캠페인’ 확산돼야”

기사승인 2024-07-08 11:00:02
게티이미지뱅크

고가 의료장비 가운데 하나인 CT(컴퓨터단층촬영장치)가 적정 기준 없이 무분별하게 사용되며 과잉진료와 의료비 낭비를 유발하고 있다. 건강보험 재정을 갉아먹는 원흉으로도 꼽히면서 적절한 사용을 위한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8일 의료계에 따르면 CT 등 의료방사선 검사는 해마다 늘고 있다. 지난 2월 발표된 질병관리청 ‘의료방사선 이용 현황’ 자료에 따르면, 2022년 의료방사선 검사 건수는 3억5200만여건으로 2020년(3억800만여건) 대비 약 14.6% 증가했다. 국민 1인당 연간 의료방사선 검사 건수는 6.8건이었다. 같은 기간 12만7524man·Sv(맨·시버트)였던 국민 연간 피폭선량은 14만1831man·Sv로 약 11.2% 늘었다. 2022년 기준 국민 1인당 연간 피폭선량은 2.75mSv(밀리시버트)이다.

영상검사가 과하게 이뤄진다는 지적이 잇따르지만 병·의원의 CT 설치는 꾸준히 늘고 있다. 특히 방사선 피폭선량이 상대적으로 많은 치과용 CT가 증가하며 안전 관리가 필요하단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2022년 3월 기준 국내 진단용 방사선 발생 장치는 총 10만1646대가 설치됐다. 2021년 9만7745대와 비교해 4% 증가했다. 종류별로는 CT, 진단용 엑스선 장치, 유방촬영용 장치가 증가 추세를 보였다. CT 중에서 치과용 CT는 2020년 1만3363대에서 2022년 1만5987대로 19.6% 급증했다.

무분별한 의료방사선 검사가 이어지자 정부는 규제에 나섰다. 환자의 합리적 의료 이용을 유도하고, 병원의 의료서비스 과잉 공급을 막는 등 불필요한 의료쇼핑과 과잉진료를 방지하려는 취지에서다. 질병청은 CT의 방사선량 관리 체계를 구축하는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CT, MRI(자기공명영상촬영장치) 등의 남용 폐해를 낳은 이른바 ‘병상 공동활용 제도’를 폐지하고, 특수의료장비를 설치할 수 있는 의료기관의 병상 수 기준을 강화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한 병원에서 수차례 CT 촬영을 하거나 여러 병원을 다니면서 촬영하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중증질환이 아닌 경증질환으로 거듭 촬영하는 사례도 많았다. 2021년 한 해 동안 병원들을 돌면서 총 127번 촬영을 한 사람도 있었다.

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 제1세미나실에서 ‘2024 쿠키뉴스 건강포럼-합리적 의료 이용을 위한 선택과 과제’가 열렸다. 사진=박효상 기자

건보공단은 CT 촬영으로 인한 방사선 노출 위험 등에 대한 대국민 홍보를 확대하고 있다. 박지영 건보공단 보험급여실장은 지난 4일 ‘합리적 의료 이용을 위한 선택과 과제’를 주제로 개최된 ‘쿠키뉴스 건강포럼’에서 “의료 이용 실적과 의료비 지출 내역에 대해 국민에게 분기별로 알리는 서비스를 계획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박 실장은 “현 급여 기준은 특수의료장비 촬영에 대해 제한을 두지 않고 있다. 공단은 적정 의료 이용을 유도하기 위해 방사선 노출 위험 등에 대한 홍보를 강화하고, CT 이력 관리 시스템을 개발하고 있다”며 “의료 공급자 사이에서 불필요한 의료 이용을 줄이고 환자 중심 서비스를 제공하는 ‘현명한 선택 캠페인’이 확산돼야 한다”고 말했다.

‘현명한 선택 캠페인’은 미국 내과의사재단이 불필요한 검사나 처치에 관한 가이드라인을 발표하면서 지난 2012년부터 시작된 캠페인이다. 의사들이 자발적으로 환자에게 해가 되는 과잉 의료를 없애고, 과학적 근거를 기반으로 적절한 의료 행위를 하자는 뜻에서 시작됐다. 국내에선 대한민국의학한림원이 2016년 처음 도입해 현재 35개 전문의학회가 참여하고 있으며 152개의 현명한 의료 선택을 위한 리스트를 개발했다. 

박 실장은 “의료 현장에 캠페인이 자리 잡을 수 있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건강보험은 전 국민의 의료 안전망으로 지속 가능성이 담보돼야 하며 의료 소비자와 공급자, 보험자 모두가 주인 의식을 가져야 한다”면서 “합리적 의료 이용으로 인한 혜택은 국민과 의료계로 돌아가는 만큼 이를 위한 문화 조성과 인식 개선이 이뤄지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도 특수의료장비 사용이 과하다며 관리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은혜 순천향대부천병원 영상의학과 교수는 “장비 유지비가 비싸서 이를 보전하기 위해 병원들이 촬영을 유도하는 경향이 없지 않다”며 “다른 병원에서 찍은 CT, MRI 자료가 공유가 안 될 때 검사를 다시 하면서 찍는 경우가 많이 생기는데, 이 점은 보완이 필요하다”고 짚었다.

신대현 기자 sdh3698@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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