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랜드노동조합이 “이랜드 특별근로감독이 늦어지는 동안 사측이 또 노동권을 침해했다”며 근로감독 결과 발표 촉구에 나섰다. 이랜드는 사측이 노동권을 침해했다는 주장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밝히며 갈등이 깊어지고 있다.
15일 전국서비스산업노동조합연맹(이하 서비스연맹)과 민주노총 서울본부, 이랜드노동조합 등은 서울 장교동 서울지방고용노동청 앞에서 ‘고용노동부 특별근로감독 결과 발표 촉구 기자회견’을 열고 “고용노동부의 특별근로감독이 계속 미뤄지는 동안 또 한번의 노동권 침해 문제가 발생했다”고 밝혔다.
이랜드노조에 따르면 고용노동부는 지난해 12월 말 계약직 노동자 임금 체불 및 종교 활동 강요, 춤 연습 강요 등 직장 내 괴롭힘 및 노동권 침해 등으로 이랜드 특별감독에 착수했다. 그러나 7개월이 지난 지금까지도 결과가 나오지 않았다.
이날 서비스연맹 등은 기자회견을 통해 특별근로감독을 받고 있는 이랜드가 이랜드노조 임원에게 부당한 징계를 내리는 등 다시 노동권을 침해하고 노조를 탄압했다고 주장했다.
지난달 1일 이랜드는 이랜드노조 임원에 대해 정직 1개월 징계를 통보했다. 징계 사유는 △회사의 허가 없이 자기사업을 영위하거나 타인의 업무에 종사함 △개인의 이익을 위하여 회사 명칭 무단 사용 △허가 없이 회사의 내부정보를 누설함 등이었다.
정주원 이랜드노조 사무국장은 징계 사유 및 수위가 적절하지 않다고 주장하며 “사업용 금융 대출을 위해 배우자의 사업에 명의를 빌려주었을 뿐 회사 업무에 지장을 준 적은 한 번도 없다”며 “다른 징계 사유들도 개인 SNS에 이랜드 노동조합 맞춤 티셔츠라는 것을 나타내는 과정에서 드러난 ‘이랜드’ 명칭이 무단 사용이라고 (사측이) 징계를 통보했다”고 토로했다.
이에 대해 김종진 법무법인 여는 공인노무사는 이랜드의 징계가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김 노무사는 “현재 판례는 기업 질서나 노무제공에 지장이 없는 겸업까지 포괄적으로 제한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판단하고 있다”며 “통상적으로 사측의 겸직금지 조항은 노동자가 겸직을 해서 노동생산성이 저하되거나 근무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는 것이 증명되어야 취업규칙으로서의 효력이 발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김 노무사는 “이번 징계는 노동조합의 핵심 간부에 대하여 불이익을 주고 노동조합을 위축시키려는 의도에 대한 것으로 볼 수 있어 지배개입의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할 수 있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손명구 이랜드 노동조합 위원장은 “이랜드에서 발생한 노동권 침해 사태들에 대해 관리·감독 권한을 가진 고용노동부가 제대로 된 처벌과 조치하지 않으니 또 다른 피해자들이 발생하고 있는 것 아니냐”고 비판했다.
고용노동부는 특별근로감독이 길어지고 있는 이유에 대해 “조사할 내용이 많아서 그렇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회사에서 개인 간에 벌어진 사건 같은 경우엔 1~2개월 안에 빠르게 끝낼 수 있지만, 회사 규모가 크고 조사할 대상이 많거나 내부에서 의견이 부딪히는 경우엔 조사 과정이 길어질 수 있다”고 해명했다.
이어 “현장 감독은 마무리가 되었지만, 최종적으로 법률 위반 사항이나 대립하고 있는 쟁점들을 검토하는데 시간이 많이 걸리고 있다”며 “정리가 되는 대로 최대한 빠르게 발표할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 이랜드는 노동권을 침해하고 노조를 탄압했다는 의견에 동의할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이랜드 관계자는 “개인비리에 대한 회사의 정상적인 징계 절차를 노조탄압이라는 프레임으로 전환하는 부적절한 사례”라며 “겸직 금지 규정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본인의 의류 판매에만 몰두 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고, 내부 운영에 대한 업무 자료를 개인 SNS에 유출했다”고 설명했다.
관계자는 또 “노조가 자문을 받은 변호사 역시 ‘경징계가 합당하다’는 의견을 표출했을 정도로 징계 자체는 정당하고 노조탄압이 아니라는 것은 본인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특별근로감독에 대해서는 조사에 성실하게 임하며 결과를 기다리는 입장”이라고 덧붙였다.
심하연 기자 sim@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