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시선]국토부 ‘전북 패싱’과 정치권의 책임

[편집자시선]국토부 ‘전북 패싱’과 정치권의 책임

올해 업무계획에 전북 신규사업 6건, 예산 고작 20억원 ‘분통’
정치인들 반성하고 사업 예산 확보위해 ‘원팀’으로 대처해야

기사승인 2024-07-22 09:37:44
전북특별자치도청 전경

쿠키뉴스 전북본부 데스크칼럼 <편집자시선>은 우리 사회에서 일어나는 모든 현상과 현안들에 대해 따끔하게 지적하고 격려할 것은 뜨겁게 격려할 것입니다. 특히 우리 주변의 정치적 이야기에 관심을 갖고 전라북도의 새로운 길을 모색하고자 합니다. /편집자주


국토교통부의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의 첫 업무보고서 밝혀진 ‘국토교통부 2024년 주요 업무 추진현황’에서 전북이 철저하게 배제된 사실이 드러났다. 지난해 새만금 관련 예산의 대폭 삭감에 이어 또 다시 큰 충격을 주고 있다.

국토부가 제출한 업무보고 자료에는 광역철도, 고속도로, 지방국지도, 초광역계획, 국가첨단산업단지 계획에 전국 지방자치단체 수백여 곳이 망라해 포함됐지만 전북은 전북특별자치도는 물론 14개 기초자치단체 단 한 곳도 포함되지 않았다.

특히 광역철도망 등 교통 인프라 구축 사업에서는 그동안 함께 소외됐던 강원자치도가 신규로 포함되면서 섬인 제주를 제외하고 전국에서 유일하게 전북만 빠졌다. 

대도시권 광역교통관리에 관한 특별법(대광법)은 대도시권을 ‘특별시 광역시 및 그 도시와 같은 생활권에 있는 지역’으로 규정하고 지방대도시권을 대구경북권, 부산울산경남권, 대전세종충청권, 광주전남권, 강원권으로 분류하고 있다.

이춘석 의원(익산갑)은 박상우 국토부 장관에게 “전북은 대한민국 국토가 아니냐. 버린 지역이냐”고 강력하게 항의하며 추가 보고를 요구했고, 국토부는 ‘2024년 전북지역 예산현황’ 총 45개 사업 목록을 보고했으나 9개는 이미 사업이 완료된 것이고, 예산이 편성된 36개의 사업 중 29개는 지속사업이며, 신규 사업은 단 6건, 19억8,000만원 규모에 불과했다. 

교통약자와 소외 지역을 위한 생활교통 서비스 확대 특화 자율주행 서비스 확산지역에서도 충북과 강원은 포함됐지만 전북은 찾을 수 없었다. 또 초광역권 구현을 위한 경북과 수도권을 잇는 중부내륙선, 부산과 강릉 간 동해선 등은 있었으나 전북은 배제돼 있었다.

전북은 그동안 국토 동서를 관통하는 철도망으로 전주와 김천을 잇는 철도 신설을 강력히 요구했으나 번번이 국토계획에서 밀리고 있다. 이는 새만금 인입철도가 완성되면 새만금에서 동해안 포항까지 연결되는, 중국을 겨냥한 산업 철도로서 큰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윤석열 정부가 드러내 놓고 전북을 홀대하고 있는 것은 즉시 시정돼야 할 심각한 문제지만 전북도 내부의 문제는 없는지 점검해 볼 필요가 있다. 전북이 국토부에 특별자치도를 초광역권 계획에 반영해 줄 것은 건의하면 ‘전북 내부 갈등부터 해결하라’는 대답이 돌아오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행정구역을 둘러싼 갈등, 소지역 이기주의가 소외 명분이라는 것이다.

또 현 정부에서 초광역권으로 개발계획을 기획하고 있다는 점에서 전북이 초광역권에 편승할지, 독자권역으로 나아갈지 선택해야 한다. 초광역권을 선택할 경우 광역자치단체의 들러리를 설 우려가 있고 독자권역을 고집하면 ‘초광역 전략에서 고립될 가능성’이 있다.

전북도는 광주·전남과 함께 호남권으로 국토와 산업개발계획을 추진한 예전 정부에서 ‘호남권내 소외’라는 차별로 피해를 받은 경험이 있다. 한때 전북도는 ‘전북 자존’을 내세워 독자권역 정책을 추진했으나 이 역시 별다른 성과를 얻지 못했다. 

전북정치권도 이 문제를 심각하게 받아들여 초광역 전략과 독자 성장 전략 중 어느 전략이 전북에게 많은 성과를 가져다 줄 것인지 조속히 정리한 필요가 있다. 정부 정책은 신속히 전개되는데 주저할 시간이 없다. 

전북은 올해 9개 광역도 중 유일하게 국가 예산이 삭감되는 초유의 사태를 겪었다. 그럼에도 전북특별자치도를 비롯해 정치인들은 매년 ‘사상 최대 예산 확보’를 자랑하며 자화자찬한다. 도지사, 국회의원 등 모두 통렬히 반성하고 책임을 통감해야 한다.

뒤늦게 지난 18일 열린 대통령 주제 전북 민생토론회에서 윤석열 대통령은 동서3축 고속도로(대구~전주)와 전북권 통합재활병원 건립에 관심을 보이며 신속 추진을 주문했다고 한다. 동서3축 고속도로 역시 전북이 오래전부터 요구해 왔던 사업이다. 

민주당 이재명 당 대표 후보도 18일 익산 망성면 침수 농가를 방문해 수해 복구작업을 실시하며 “국토부 사업에 전북 시군에 관계된 검토 항목이 없는 일이 생기지 않게 형평성 있게 국가정책이 집행될 수 있도록 다 함께 노력하겠다”고 했다. 

정치인들의 말을 얼마나 믿을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이제 본격 예산철이다. 내년 국가 예산의 기획재정부 2차 심의가 8월말이면 대략 마무리된다. 최악의 예산상황을 겪고 있는 전북에게는 매우 중요한 시기다. ‘국토부의 배제’와 같은 상황이 발생하지 않도록 도와 정치권이 함께 중앙정부의 전북 홀대에 맞서 싸워 지역 현안과 맞물린 사업 예산은 반드시 확보해야 한다.
또 지역 통합과 행정구역 개편 등 소지역주의로 갈려 심화되는 내부 갈등도 조속히 결론지어 중앙정부의 핑계에서 벗어나 지역 발전의 토대를 마련해야 한다.

정동영 민주당 의원(전주병)은 ‘전북혁명론’을 주장하고 있다. 먹거리와 일자리를 챙기는 ‘경제혁명’부터 의식혁명, 정치혁명까지, 정 의원은 이러한 기조에서 ‘전북도민 원탁회의’를 추진했다며 도출된 의견을 완성시키기 위한 배가의 노력을 강조하고 있다. 

전북은 급격한 인구 감소로 전국 인구의 3.36%에 불과한 소규모 지자체다. 자칫 소멸의 속도가 가팔라질 수 있다. 올해는 우여곡절이 많았지만 전북특별자치도 시대를 열면서 대도약의 힘찬 출발을 알리기까지 했다. 전북자치도는  다시 새롭게 의지를 다져야 한다. 도민들에게 더 이상 상실감을 안겨선 안 될 것이다.
김영재 기자
jump0220@kukinews.com
김영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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