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 산업센터, ‘신사업’ vs ‘혐오시설’ 갈등 지속

데이터 산업센터, ‘신사업’ vs ‘혐오시설’ 갈등 지속

기사승인 2024-07-25 06:00:04
24일 고양시 덕이동 데이터센터 부지 인근 아파트에 공사를 반대하는 현수막이 걸려있다. 사진=조유정 기자

건설업계가 수익 다각화를 위해 데이터센터 사업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하지만 전자파와 분진 등 건강상 위협을 느낀 주민들의 반발로 사업 진행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건설사들은 주택 경기 침체와 원가율 상승으로 실적 부진이 지속되자 데이터산업센터 등 신사업을 확대하고 나섰다. 대한건설정책연구원이 최근 발간한 ‘2023년 건설외감기업 경영실적 및 부실 현황 분석’에 따르면, 건설외감기업(직전 사업연도말 자산총액·매출액이 500억원 이상으로 외부 회계 감사 대상인 회사) 영업이익률은 2021년 6.0%에서 지난해 2.5%로 하락했고, 순이익률은 2021년 4.9%에서 2023년 1.1%로 추락했다.

건설 업계는 미래 먹거리로 ‘데이터산업센터’(데이터센터)에 집중하고 있다. 데이터센터는 전산상의 데이터를 효율적으로 통합·관리하기 위해 네트워크 중심의 서버 및 데이터를 관리하는 인프라 시설을 뜻한다. 그동안 국내 데이터센터 시장은 이동통신 3사를 주축으로 투자가 이뤄졌다. 

GS건설과 한화 건설부문, SK에코플랜트가 데이터센터 사업에 적극 행보를 보이고 있다. GS건설은 2006년부터 데이터센터를 준공해 올해 초까지 총 10곳의 준공 실적을 보유하고 있다. 건설사 최초로 데이터센터 개발사업에 참여해 지난 1월 ‘에크로 안양 센터’를 준공하기도 했다. 한화 건설부문은 2004년 KT 강남 IDC를 시작으로 현재까지 총 11개 데이터센터를 준공 및 수주했다. SK에코플랜트는 싱가포르 기업 ‘디지털엣지’와 함께 인천 부평구 청천동 국가산업단지에 상업용 데이터센터를 조성하고 있다. 

그러나 데이터센터 사업은 곳곳에서 추진에 난항을 겪고 있다. 글로벌 부동산 서비스 기업 세빌스코리아에 따르면, 수도권에서 데이터센터 용도로 인허가를 받은 총 33건 중 절반 이상이 사업 지연 등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나타났다. 세빌스코리아는 지난 4월 기준 인허가를 받은 사업장 약 35%가 1년 이상 착공을 하지 못했고 공사 진행 중인 사업 30%도 인허가 후 착공까지 1년 이상 소요된 것으로 조사했다. 이는 주민 민원 등으로 인해 인허가 지연이 원인으로 분석됐다. 

실제 데이터센터 인근 주민들의 반발은 매우 거세다. SK에코플랜트가 인천 부평구에 건설 중인 데이터센터 공사도 일시 중단됐다. 효성그룹이 경기 안양시에 지으려던 데이터센터는 아예 무산됐다.

24일 고양시 덕이동 데이터센터 부지 인근 아파트에 공사를 반대하는 현수막이 걸려있다. 사진=조유정 기자

GS건설은 경기 고양 일산서구 덕이동에 지하 2층~지상 5층(총면적 1만7000㎡) 규모의 데이터센터 건설을 추진하며 정부 인허가까지 받았지만 착공하지 못하고 있다. 착공 부지 인근에 위치한 주민 반발로 제동에 걸렸기 때문이다. 인근 부지에는 ‘데이터센터 허가 취소하라’, ‘GS는 사회적책임 다하라’, ‘GS는 주민들 그만 괴롭혀라’ 등 총 22개의 현수막이 걸렸다. 

주민들의 거센 반발에 이동환 고양시장은 데이터센터 직권 취소에 대한 법률적 검토까지 나섰다. 그러나 최근 법률 검토상 문제가 없다는 판단이 나와 GS건설은 지난 6월 착공 접수를 마치고 시의 승인을 기다리고 있다. GS건설은 주민 설명회를 통해 안전성 등에 대한 설명에 나설 계획이지만 주민 반대로 설명회 개최도 어렵다고 피력한다.

주민들은 데이터센터 고압선의 전자파 방출을 우려하고 있다. 고양 시민 A씨는 “고양 데이터센터 건립 부지 바로 뒤에 2000세대가 넘는 아파트 주거지가 있고, 인근 학교만 해도 10개”라며 “전자파로 인해 폐암, 백혈병 걸릴 확률이 높다. 아이들을 위해 반대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고양시민 B씨는 “전자파‧분진과 365일 돌아가는 냉각탑에 열섬현상까지 학교와 아파트 밀집 지역에 (데이터센터) 설립은 안 된다”며 “데이터센터 허가를 즉각 철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건설업계는 데이터센터는 인체에 유해할 정도로 전자파가 나오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GS건설은 지난 1월25일 미래전파공학연구소에 의뢰해 데이터센터 부지의 인근 10여 곳에서 전자파를 측정한 결과, 전자파 노출량이 최대 13.1mG로 측정됐다고 밝혔다. 이는 전기설비기술기준 대비 1.6% 이하 수준으로 주변 환경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만큼의 전자파가 아니라는 입장이다. 실제 국내 인체보호기준은 833mG이다. 단, 세계보건기구(WHO)는 전자파 2~4mG를 어린이백혈병을 유발하는 발암물질 2급 기준으로 보고 있다.

GS건설 관계자는 “건축허가는 법적으로 문제없이 적법하게 진행됐으며 주민들이 걱정하는 데이터센터 유해성은 크지 않다”며 “데이터센터 건설과 운영을 통해 고양시와 인근 지역의 경제와 일자리 창출에 기여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주민들과 지속적으로 소통해 문제를 해결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른 건설사들의 입장도 비슷하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데이터센터의 전자파는 서버실 내벽과 무창층(창문 없는 콘크리트 벽체) 구조로 인해 바깥으로 전달되지 않는다”며 “데이터센터의 전자파가 인체에 유해하다는 인식에 변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데이터산업 센터가 갈등의 중심에 있음에도 건설업계는 사업 확장에 나갈 것으로 보인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최근에 AI 산업이 전세계적으로 부각되고 산업이 확장되며 데이터센터도 계속 필요한 상황”이라며 “건설사들도 주택 시장 불경기와 맞물려 새로운 먹거리를 찾고 있어 사업에 참여하는 곳들이 늘고 있다”고 밝혔다. 또 다른 건설사 관계자도 “데이터센터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맞춰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는 분야”라며 “일반적인 개발사업과는 달리 진입장벽이 높아 전 과정을 아울러 미래 먹거리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수요가 많다”고 설명했다. 

조유정 기자
youjung@kukinews.com
조유정 기자
이 기사 어떻게 생각하세요
  • 추천해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추천기사
많이 본 기사
오피니언
실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