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 올림픽 개막식 ‘복면 주자’ 정체와 의미는 

파리 올림픽 개막식 ‘복면 주자’ 정체와 의미는 

팀 이뤄 달려…메인 주자는 프리러닝 챔피언
유비소프트 ‘어쌔신 크리드: 유니티’서 따와
개막식 곳곳 프랑스 문화 녹아들어 있어

기사승인 2024-07-30 06:00:07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운영하는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에 올라온 게시글 사진 갈무리.

파리올림픽이 5일 째에 접어들고 있다. 경기가 한창 진행되는 와중에도 개막식에 관한 관심이 여전하다. 파격과 난해라는 극과 극의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개막식 내내 성화를 들고 파리 건물 지붕 등에서 익스트림 스포츠인 ‘파쿠르’를 하는 복면 주자에 대한 궁금증이 커지고 있다.

복면 주자는 프리러닝 챔피언인 사이먼 노게이라(Simon Nogueira)다. 며칠 전에도 건물 지붕 위에서 촬영한 사진을 자신의 SNS에 업로드하기도 했다. 다만, 혼자 모든 여정을 달린 것은 아니고 다른 이들과 팀을 이뤄 달린 것으로 알려졌다. 노게이라는 SNS에 “모든 곳에 내가 있진 않다. 다른 놀라운 아티스트들도 이 캐릭터와 함께 하고 있다”고 올리기도 했다.

앞서 어떤 콘셉트를 녹여낸 것인지에 대해서도 의견이 분분했다. 일각에서는 루이 14세의 이복형제 이야기에서 따온 것 아니냐는 주장도 나왔다. 해당 주장은 루이 14세에게 이복형제가 있는데 비슷하게 생겨, 견제 차원에서 철가면을 씌웠다는 이야기다. 철가면 이야기는 프랑스 철학자인 볼테르가 저서 ‘루이 14세의 세기’에 쓰면서 처음 시작했다. 

이후 프랑스 대문호로 꼽히는 알렉상드르 뒤마가 ‘달타냥’ 시리즈 중 ‘철가면’이라는 소설에서 기술하며 인기를 끌었다.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등이 주연으로 출연한 ‘아이언 마스크(The Man In The Iron Mask)’가 1998년 개봉하기도 했다.

유비소프트 게임 ‘어쌔신 크리드: 유니티’ 주인공에서 따왔다는 주장이 가장 유력하다. 파리 곳곳을 날렵하게 다니는 모습과 복장이 주인공인 아르노의 모습을 닮았다는 것이다. 어쌔신 크리드: 유니티는 지난 2014년 출시한 잠입 액션 어드벤처 게임이다. 프랑스 혁명이 진행 중인 18세기 말 프랑스가 배경이다. 노트르담 대성당 등 파리 주요 명소들이 사실적으로 구현돼 있다.

유비소프트는 프랑스 게임사로, 지난 2019년 노르트담 대성당이 화재로 소실됐을 때 50만 유로(약 7억4800만원)를 기부했다. 아울러 재건에 참여하는 건축가, 엔지니어, 디자이너 등을 위해 성당의 모습을 담은 3D 모델을 만들어 제공한다고 밝혀 이목을 끌기도 했다.

사이먼 노게이라가 자신의 SNS에 올린 영상 갈무리.

파리 올림픽 개막식 와중에 유비소프트는 공식 SNS에 “파리에 온 걸 환영해(Welcome to Paris)”라는 문구를 올리기도 했다. 어쌔신 크리드 공식 계정에도 게임 영상과 함께 “파리의 옥상을 주의 깊게 살펴봐, 아르노가 위에서 지켜보고 있을 수 있어(Keep an eye on Paris' rooftops—Arno might just be watching from above)”라는 글귀를 올렸다. 

유비소프트 공식 대변인은 이후 언론과 인터뷰에서 “개막식에 큰 감명을 받았고, 우리 게임이 행사를 만든 여러 창작자들에게 영감을 불어 넣었다는 점에서 자랑스럽게 느낀다”고 이야기했다. 

아울러 프랑스 축구 영웅 지네딘 지단이 아이들에게 성화를 건네고 아이들이 아르노에게, 아르노가 결국 지단에게 전달하는 모습이 ‘연결’을 의미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어쌔신 크리드 시리즈에도 세대 간 화합, 세대를 넘어서는 투쟁 등이 녹아들어 있는데, 성화 전달이 이를 의미한다는 주장이다.

개막식에는 ‘프랑스다움’이 곳곳에 녹아들어 있다. 개막식에서 다리를 달리는 세 명의 모습은 누벨바그 운동을 이끈 프랑수와 트뤼포 감독 ‘쥴 앤 짐’ 오마쥬이며, 미니언즈 역시 프랑스 영화다.

전문가들은 개막식에 대해 “호불호를 떠나 전체적으로 ‘파리스러웠다’”고 평가했다. 임승휘 선문대 사학과 교수는 “‘완전히 개방된 대회(Games Wide Open)’라는 슬로건처럼 센느강을 중심으로 파리시 자체를 무대로 삼았다. 여러 의미로 파격 그 자체”라고 설명했다. 

2024 파리올림픽과 장애인올림픽(패럴림픽) 포스터를 합치면 하나의 그림이 되도록 한 것 역시 올림픽의 평등 정신을 표현한 것이다. 이외에 다양한 인종과 성별을 가진 이들이 개막식에 등장하기도 했다. 

임 교수는 “‘너무 많은 프랑스, 너무 많은 파리, 너무 적은 올림픽’이라고 이탈리아 한 일간지 평가가 기억에 남는다”고 덧붙였다.

한편 파리올림픽을 둘러싸고 여러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한국 선수단이 등장할 때, 북한으로 소개했다. 이어 펜싱 남자 사브르 개인전 금메달리스트 오상욱 이름을 ‘오상구’로 표기하기도 했다. 개막식 관련 비판이 쏟아지자 국제올림픽위원회(IOC)와 파리올림픽 조직위원회는 공식 유튜브 채널에서 파리 올림픽 개막식 하이라이트 영상을 삭제한 상황이다.

유채리 기자
cyu@kukinews.com
유채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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