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량 돌진 방지 대책 ‘길말뚝’ 시각장애인에겐 ‘공포’

차량 돌진 방지 대책 ‘길말뚝’ 시각장애인에겐 ‘공포’

기사승인 2024-07-30 06:00:06
광화문광장. 사진=박효상 기자

9명의 목숨을 앗아간 시청역 차량 돌진 사고가 발생한 뒤 서울시가 보행자 안전을 위해 ‘볼라드’(길말뚝)를 설치한다. 길말뚝은 차량과 보행자 공간을 분리해 통행을 통제하고 안전사고를 예방하는 역할을 하지만, 시각장애인들의 보행권을 위협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9일 관련 기관에 따르면 서울시는 내년 상반기까지 광화문광장으로 통하는 횡단보도 9곳에 길말뚝을 설치할 계획이다.  세종대왕 동상 주변 3곳을 중심으로는 상황에 따라 스위치를 눌러 꺼내거나 집어넣을 수 있는 ‘스마트 볼라드’ 설치를 검토한다. 길말뚝은 차량의 진입을 막기 위해 차도와 인도 경계면에 설치하는 장애물이다. 인도와 차도 사이에 연석이 낮거나 없으면 차량 돌진 시 인명피해 위험이 커진다.

다만 일각에선 보행자 안전을 위해 설치되는 길말뚝이 교통 약자 보행에 위협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길말뚝은 콘크리트나 스테인리스 스틸 등으로 만들어진다. 단단한 재질의 장애물이 시야보다 낮게 설치돼 있다 보니 시각장애인 등 교통 약자는 보행 시 충돌할 수 있다.

이삼희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 상임이사는 “대부분 높이가 다리 쪽으로 오게 설치돼 있다”며 “사실 (길말뚝) 설치 자체가 시각장애인에겐 위험한 구조물”이라고 말했다. 이어 “에스컬레이터 같은 곳에도 입구에 길말뚝이 설치돼 있다. 보지 못하고 충돌 시 추락 위험이 있다”며 “길말뚝이 있다는 표시를 해 주면 좋을 텐데, 아직 관련 대책은 없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시는 전문가 자문회의와 현장 방문을 진행한 뒤 구체적인 안전 시설물 설치 방안을 결정한다고 밝혔다. 김영미 서울시 광화문광장사업과 광장관리팀장은 “교통 전문가와 장애인 관련 단체 등 여러 유관기관 관계자의 의견을 수렴하고 있는 중”이라며 “지난주에 교통‧테러 전문가들과 함께 일차적으로 현장을 다녀왔다”고 말했다. 이어 “시각장애인분들과 장애물 없는 생활환경 (배리어 프리‧BF)팀과 현장을 점검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전문가는 상징적인 공간을 분석해 볼라드 설치 등 조치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광화문광장은 보행자가 항상 많은 구역임에도 보도와 차도 구분이 확실하지 않은 구역”이라며 “어느정도 충돌을 견딜 수 있는 구조물을 만들면, 의도 갖고 테러를 저지르거나 돌진 사고 시 가드레일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서울 전체에 설치할 순 없다”며 “시는 사람이 많이 모이고 상징적인 공간을 중심으로 분석해서 선제적 조치를 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이예솔 기자
ysolzz6@kukinews.com
이예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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