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약품그룹 오너가의 분쟁 속에서 차남 임종훈 한미사이언스 대표가 ‘가족이 함께 상속세 문제를 풀어가기로 했지만 지켜지지 않아 안타깝다’는 입장을 밝혔다. 아울러 상속세 해결을 위한 해외투자 방안을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내보였다.
30일 한미사이언스에 따르면 임 대표는 자사 홈페이지를 통해 ‘주주님께 드리는 글, 한미사이언스 반드시 성과로 보답하겠습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게시했다. 임 대표는 송영숙 회장과 임주현 부회장 모녀 측이 주장한 전문 경영인 체제 도입에 대해 반대한다는 의사를 간접적으로 내비쳤다. 게시글에서 임 대표는 “최근 다른 대주주들께서 언급하셨던 ‘한국형 선진 전문 경영인 체제’는 이미 한미사이언스를 중심으로 가동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주주들과 한미 직원들의 선택을 받은 대표이사가 직접 책임을 지면서 계열사 및 부문별로 전문성 있는 리더들과 허물없이 소통하고 뉴 한미의 비전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며 “이것이 진정한 한국형 선진 전문 경영인 체제라고 확신한다”고 했다.
임 대표는 한미약품그룹 대주주 일가의 상속세 문제에 따라 꾸준히 제기돼 온 잠재적 대량매도(오버행) 문제는 대주주 간 입장 차로 인해 확답하기 어려운 상황으로 구체적인 협의가 필요하다고 전했다.
임 대표는 “다른 대주주들께서 상속세 문제가 해소돼 오버행 문제가 해결된 것처럼 언급하셨지만 그건 일부 오너에 국한된 얘기”라면서 “아직 오버행 이슈가 해결되지 않은 만큼 주가의 획기적 반등이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지난 5월 가족 모두가 합심해 상속세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합의했는데 지켜지지 않아 매우 안타깝고 아쉽다”고 짚었다.
그는 해외투자자와 협력할 방안을 지속적으로 검토하겠단 입장을 보였다. 임 대표는 “경영권이 훼손되지 않고 조건만 맞는다면 회사 성장 전략에 부합하는 해외투자자와 손잡는 것에 긍적적”이라며 “규모 있는 투자가 이뤄져야 할 신약 개발 등 핵심사업 분야를 강화하고, 인수합병(M&A)을 위한 재원 등을 마련해 그동안 결실을 보지 못한 글로벌 한미의 꿈을 현실화할 수 있는 발판을 제공할 것이라고 믿는다”고 피력했다. 또 “부진한 한미사이언스 주가 상황에 대해선 중간배당을 검토하고 신약 성과를 창출해 퀀텀 점프를 실현해 내겠다”고 덧붙였다.
대규모 상속세를 해결하기 위해 OCI그룹과의 통합을 전개했던 모녀와 이에 반대한 형제의 갈등은 올해 초부터 이어져 왔다. 지난 3월 한미사이언스 주주총회에서 소액주주와 개인 최대주주인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의 지지를 얻은 형제가 승리하면서 갈등 국면이 일단락되는 듯 보였으나 최근 신 회장이 모녀 측과 지분거래 계약 등을 통해 손을 잡으면서 경영권 대립은 다시 원점으로 돌아갔다.
모녀와 신 회장은 3인 연합을 결성하고 한미사이언스 임시 주주총회 소집을 청구했다. 이들은 전문 경영인 체제 도입을 주장하고 있다. 임시 주총의 안건은 정관 변경과 신규 이사 선임 등 2가지다. 정관상 10명으로 제한돼 있는 이사 수를 12명으로 늘리고, 사내이사 2인과 기타비상무이사 1인 등 신규 이사 3명을 선임하는 것이다.
현재 한미사이언스 이사회는 임종윤 이사 측 우호인사 5명과 송 회장 측 우호인사 4명으로 구성돼 있다. 이번 안건이 받아들여지면 대주주 연합 측 3명이 신규 이사로 선임돼 이사회가 7대5 구도로 전환된다. 3인 연합 측이 우위 구도에 놓일 수 있다. 임시 주총은 청구 시점으로부터 두 달여 뒤에 개최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