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감 대신 생동감…K팝 새 볼거리 된 VR 콘서트

현장감 대신 생동감…K팝 새 볼거리 된 VR 콘서트

기사승인 2024-07-30 17:39:37
그룹 투모로우바이투게더의 VR 콘서트 ‘하이퍼포커스’의 한 장면. 가상 배경을 구현한 곳에서 투모로우바이투게더가 퍼포먼스를 펼치고 있다. 어메이징VR

# 지난해 그룹 에스파는 팬들을 사이버 공간인 ‘광야’로 초대했다. 서울 코엑스 메가박스점에서 상영한 에스파의 ‘링팝: 더 퍼스트 VR 콘서트 에스파’를 통해서다. 에스파 외에도 엑소 카이를 비롯해 오마이걸·이채연 역시 가상공간에서 무대를 펼쳤다. 오는 31일에는 투모로우바이투게더가 4주 동안 VR 공연을 통해 팬들에게 얼굴을 비춘다.

K팝 업계에서 VR 콘서트가 새 영역을 개척하고 있다. 가수와 한 공간에 있을 순 없으나, 스탠딩석보다 가까운 거리에서 자신이 원하는 각도로 가수를 볼 수 있다는 게 이점으로 꼽힌다. 일각에선 VR 공연이 과포화된 K팝 업계에 반향을 일으킬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VR 콘서트는 사실감을 극대화해 물리적 거리를 극복하고 팬과 가수의 접점을 만드는 데 역점을 둔다. 2D 카메라로 미처 담지 못한 멤버들의 실물을 실사 촬영 기술로 생생히 구현한다. 멤버들의 움직임과 카메라 각도에 따라 가수의 얼굴이 코앞에서 보이기도 한다. 상영 시간은 약 1시간, 가격대도 3만원 내외여서 일반 공연에 비해 진입장벽이 낮다.

투모로우바이투게더의 VR 콘서트 ‘하이퍼포커스’는 멤버를 선택할 수 있게 해 공연의 보는 재미를 더한다. 어메이징VR

30일 서울 삼성동 메가박스 코엑스점에서 미리 만난 그룹 투모로우바이투게더의 첫 VR 콘서트 ‘하이퍼포커스’는 기대 이상이었다. VR 공연은 음향 기기를 갖춘 개봉관에서 VR 헤드셋을 쓰고 관람한다. 해상도가 12K에 달해 퍼포먼스에 임하는 멤버들의 세세한 표정 연기부터 얼굴에 있는 점까지도 뚜렷하게 보였다. 원하는 멤버를 선택하면 해당 멤버만이 출연한 연출을 공연 중간 짤막하게 즐길 수도 있다. 곡과 콘셉트에 따라 시시각각 바뀌는 배경도 볼거리였다. 투모로우바이투게더는 신비한 숲부터 도심과 한적한 주차장, 사막 등 다양한 곳에서 무대를 펼쳤다. 상영관의 음향 시설 덕에 노래를 듣는 맛이 쏠쏠했다. 눈앞으로 훅 다가오는 멤버들의 모습에 화들짝 놀라는 재미도 있었다.

에스파, 엑소 카이에 이어 투모로우바이투게더의 VR 공연을 제작한 어메이징VR은 국내외 VR 공연업계의 선구자로 꼽힌다. 이날 기술간담회로 취재진과 마주한 이승주 어메이징VR 대표는 “VR 콘서트는 눈앞에 카메라가 있는 만큼 적절한 거리감을 잘 살리는 데 중점을 둔다”며 “가수에게도 카메라 뒤에 모아(팬덤명)가 있으니 1대1로 소통하는 느낌을 감안한 퍼포먼스를 주문했다”고 설명했다.

투모로우바이투게더의 VR 콘서트 ‘하이퍼포커스’의 한 장면. 멤버 연준이 카메라와 눈을 맞추고 있다. 어메이징VR

VR 콘서트는 영상 기술의 꽃이다. AI 기술을 통해 안무를 미리 추적하고 3D 애니메이터가 동선을 담으면 VR 헤드셋으로 확인 후 카메라에 모든 정보값을 입력해 연출한다. 이 과정에서 소속사 빅히트뮤직과도 무대 콘셉트를 상의해 배경 등 공연에 필요한 것들을 미리 준비한다. 가수 역시 퍼포먼스 후 현장에서 대략적인 화면을 확인하며 무대를 만들어간다. 

생동감과 달리 실시간 소통의 부재 등 현장감이 떨어지는 건 VR 공연의 약점이다. 이 대표는 “VR 공연은 라이브 콘서트를 대체할 수 없다”면서도 “이 때문에 눈앞에서 아티스트를 보는 등 현장에선 불가능한 경험을 제공하려 했다”고 강조했다. “아티스트를 가까이에서 보고 싶은 아이돌 팬덤의 수요와 부합하는 만큼 또 다른 가치를 느낄 수 있다”는 설명이다. ‘하이퍼포커스’를 연출한 김홍찬 감독은 “만나기 힘든 아티스트를 직접 앞에서 보도록 하는 게 VR 공연의 핵심”이라며 “이를 살리기 위해 다양한 각도와 거리에서 안무와 얼굴을 보여줄 수 있도록 기획했다”고 귀띔했다. 그러면서 “VR 영상에 담긴 모습은 실물과 100% 동일하다”고 자신했다. 이 대표는 “언제 어디서든 좋아하는 아티스트를 적정 가격에 만나는 게 VR 공연의 강점”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예슬 기자
yeye@kukinews.com
김예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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