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릿고개 넘는 철강업계…후판가격·전기료인상 변수 ‘주목’

보릿고개 넘는 철강업계…후판가격·전기료인상 변수 ‘주목’

- 포스코·현대제철 등 2분기 실적 부진 지속
- 철강재 가격 인하, 전기료 인상 예고 등 리스크 여전
- “기저효과, 양적 성장에 따른 반등세 있을 것” 전망

기사승인 2024-08-02 06:00:09
열연강판. 연합뉴스TV 

보릿고개를 넘고 있는 철강업계가 각각의 전략을 통해 올 상반기 대비 더 나은 하반기 청사진을 그리고 있다. 다만 전기료 인상 가능성 등 하반기에도 일부 악재가 상존해 이 또한 대비해야 한다는 분석이다.

2일 철강업계에 따르면, 포스코홀딩스는 2분기 연결기준 매출액 18조5100억원, 영업이익 7520억원으로 각각 전년 동기 대비 8.0%, 43.3% 감소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고 최근 밝혔다. 순이익 역시 29.6% 감소한 5460억원을 기록했다.

철강 부문은 2분기 매출 9조2770억원, 영업이익 418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9.9%, 50.3% 감소했다. 전 분기 대비로는 매출이 2.6% 감소했지만 영업이익은 41.7% 증가했다. 포스코는 “고로 개수 등의 영향으로 생산·판매가 줄어 전 분기 대비 매출은 감소했으나, 판매가격 상승 및 원료비 감소 영향으로 영업이익은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현대제철 역시 2분기 연결기준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78.9% 감소한 980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액은 15.4% 감소한 6조414억원을, 순이익은 99.5% 감소한 14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인적분할로 동국제강(열연철강)과 동국씨엠(냉연철강)으로 사업부문이 나뉜 동국제강그룹 역시 쉽지 않은 시기를 보내고 있다. 동국씨엠은 전방 산업 수요 침체로 생산·판매량이 소폭 감소했으나, 럭스틸(Luxteel)·앱스틸(Appsteel) 등 고부가 프리미엄 컬러강판 제품을 앞세워 영업이익이 전 분기 대비 22.0% 증가한 291억원을 기록하며 선방했다. 동국제강은 2분기 별도기준 매출 9402억원, 영업이익 405억원을 기록, 전 분기 대비 매출 1.4% 증가, 영업이익은 23.0% 감소했다. 

중국발(發) 공급 과잉 및 저가 공세의 직격탄을 맞고 있는 철강업계는 일찌감치 비상경영체제에 돌입, 본업에서 발생하는 비용을 줄여 수익성을 높임과 동시에 신사업·고부가가치 전략을 강화하며 긴축 경영 기조를 이어 왔다. 업계 안팎에선 이러한 효과가 이르면 3분기 이후부터 나타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그러나 하반기에도 여전한 중국산 저가 공세와 함께 ‘넘어야 할 산’이 높다.

포스코 광양제철소 고로 전경. 연합뉴스  

최근 마무리된 조선업계와 철강업계의 상반기 후판가격 협상에선 지난해 하반기 대비 소폭 인하된 수준인 90만원 초반대에 합의가 이뤄진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 특성상 후판 협상 가격은 공개되지 않고 있으나, 지난해 하반기엔 90만원 중반대에 합의가 이뤄진 것으로 전해진다.

후판은 두께 6mm 이상의 철판으로, 선박에 사용되는 주 재료다. 선박 제조 원가의 약 20%를 차지할 정도로 마진율에 있어 중요한 역할을 한다. 철강업계는 원재료인 철광석 가격이 지난해 2분기 톤당 100달러 수준에서 같은 해 4분기 140달러까지 치솟은 탓에 수익성 보전을 위해 그간 후판가격 인상을 관철해 왔다.

그러나 중국산 저가 후판의 수입량이 올해 상반기에만 40만톤을 기록, 지난 한 해 수입량인 47만톤에 일찌감치 근접하면서 가격 협상에서 매우 불리하게 작용했다. 익명을 요청한 철강업계 관계자는 “원가와 현재 업황 등을 고려하면 철강업계 입장에선 가격 인상이 필요한 시점이나 중국산 제품의 저가 공세가 워낙 심해 목소리를 낼 수가 없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결국 현대제철은 최근 산업통상자원부에 중국 후판의 저가 공세에 국내 산업이 피해를 보고 있다며 중국 철강사들을 상대로 반덤핑 제소를 했다. 나머지 국내 철강사들도 당장은 관망 중이나, 상황에 따라 참여할 가능성이 존재한다.

아울러 정부가 오는 4분기로 예정하고 있는 전기료 인상도 변수가 될 가능성이 높다. 안덕근 산업부 장관은 앞서 “하절기가 지난 하반기에 관계 부처와 전기요금을 정상화하는 수준과 적절한 시점을 협의할 계획”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전기료는 철강제품 원가의 약 10~20%를 차지할 정도로 비중이 크다. 현재 산업용 전기요금은 지난해 11월 kWh(킬로와트시)당 10.6원(계약전력 300kW 이상) 인상돼 153.5원대다. 산업부가 인상 규모를 밝히지는 않았지만, 업계에선 전기료 kWh당 1원이 인상되면 연간 원가 부담은 최소 100억원씩 늘어나는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이재윤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중국의 내수가 부진해 저가 제품이 우리나라 등으로 다량 유입돼 국내 철강업계 입장에선 가격 인상을 할 수 없는 요인으로 작용, 수익성이 떨어지는 모습”이라며 “하반기에도 이러한 기조가 유지되는 데다 여러 선결과제들이 존재하지만, 지난 상반기까지 워낙 어려웠기 때문에 기저효과 등에 의한 반등을 기대해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연구위원은 이어 “철강재 가격이 인하됐지만 조선업계의 건조량 자체는 늘고 있고, 해외 수출도 점차 증가하고 있기 때문에 양적인 측면에서만 볼 땐 성장할 수 있다”며 “질적인 측면, 즉 원가가 점차 살아나게 된다면 본격적인 회복은 내년쯤에라도 가능할 것이라고 본다”고 덧붙였다.

김재민 기자
jaemin@kukinews.com
김재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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