꺼지지 않는 ‘의대 증원’ 갈등…교육부‧의평원 전면전 시작되나

꺼지지 않는 ‘의대 증원’ 갈등…교육부‧의평원 전면전 시작되나

기사승인 2024-08-02 06:00:09
서울의 한 의과대학. 쿠키뉴스 자료사진

한국의학교육평가원의 ‘증원 의대 특별평가’ 발표를 두고 의대 증원을 둘러싼 갈등이 다시 시작되는 모양새다. 교육부와 의총협이 대학 부담을 이유로 유감표명 및 거부 의사를 밝히자 의대 교수들을 중심으로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빅6 의과대학 교수들은(가톨릭대·고려대·서울대·성균관대·연세대·울산대) 1일 대학별 의대 교수 비상대책위원회 위원장 이름으로 보도자료를 발표했다.

6개 의과대학 교수들은 의평원의 특별평가는 현행 의대증원 방식의 부적절성 및 의학교육 질적하락을 막기 위한 수단이라고 평가했다. 교수들은 “학생·교원 수와 시설, 재정 조달 등을 체크하는 의평원 평가는 온전한 교육이 가능할지에 대한 최소한의 검증일 뿐”이라며 “이조차 거부하려는 교육부와 대학의 불평은 증원 여건이 미비하기 때문이거나, 부실 의대도 상관없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구체적인 투자 계획이 마련되지 않은 상황에서 의대 증원을 감행하는 방식은 곤란하다고 의대 교수들이 이미 여러 차례 지적했다”고 덧붙였다.

의평원은 한국 의학교육의 평가와 인증을 담당하는 기관으로 1996년 창립됐다. 2000년부터는 의학교육을 글로벌 스탠다드에 맞추기 위해 세계의학교육연맹(WFME)의 기준을 도입해 이과대학 평가를 실시하고 있다. 실제 지난 2017년 서남대학교 의과대학이 의평원으로부터 불인증 판정을 받고 재인증을 포기해 폐교되기도 했다. 이에 정부와 관계기관들 사이에서는 수면 아래 있던 ‘의대 증원' 갈등이 불거졌다.

갈등의 시작은 의평원의 의학교육 평가 강화 방침이다. 의평원은 지난 30일 정부의 의대 증원으로 정원이 10%이상 늘어난 의대를 대상으로 평가 기준을 기존 15개에서 51개로 확대해 평가를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같은 날 교육부는 “많은 대학은 의평원 평가계획안이 평가항목의 과도한 확대, 일정 단축 등으로 준비에 큰 부담”이라며 “국회 예산 일정과 대학의 회계연도 등을 고려할 때 구체적인 투자계획을 평가에 반영할 수 없는 점 등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고 유감을 표명했다.
서울의 한 대학병원. 사진=박효상 기자

의과대학 총장들도 의평원 기준 및 인증평가 시행계획이 과도한 행정이라며 계획서 제출을 사실상 거부했다. ‘의과대학 선진화를 위한 총장협의회’(의총협) 회장을 맡은 홍원화 경북대 총장은 지난 31일 “학생들이 학교로 돌아오는 게 우선”이라며 “학생들의 수업 복귀 이후 3개월 뒤에 보고서를 제출할 수 있다”는 대안을 제시했다.

의대 증원을 둘러싼 갈등에 다시 불이 붙자 수험생과 학부모들은 피로를 호소하고 있다. 의대에 진학해도 의사 국가고시에 응시하지 못하면 어쩌나 하는 걱정에서다. 고3 수험생을 둔 학부모 A씨는 “일각에서는 의대에 간 후 인증에 떨어지면 진료를 보지 않는 의사과학자를 하면 되지 않겠느냐는 말도 나오더라”며 “진짜 의사과학자가 된다고 해도 임상경험이 있어야 연구와 논문 등에 큰 도움이 되지 않겠느냐”고 반문했다. 정부의 책임감 있는 태도가 필요하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그는 “정부가 증원에 책임이 있는 만큼 속도를 가지고 책임감 있게 수험생과 학부모들의 마음을 안정시킬 대책을 가져왔으면 한다”고 부연했다.

수험생들 사이에서는 다양한 입시 전략과 방안이 공유되고 있는 상황이다. 한 수험생 커뮤니티에서는 의평원 인증과 무관한 의대 명단과 함께 의대 치대 한의대 등 매디컬 분야로 원서 지원을 확대해야 한다는 글이 다수 올라오고 있다. 

익명을 요청한 한 입시전략연구소 관계자는 “이제 의대입시는 단순히 최상위권들의 대입에 영향을 주는 게 아니라, 자연계 전체를 뒤흔드는 메가톤급 대형변수”라며 “수능을 100일 앞둔 시점에서 하루빨리 정부가 이 사안을 정리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교육부는 의평원 특별평가 발표에 대해 “대학 의견 등을 바탕으로 변화평가 계획을 심의해 결과에 따라 이행 권고 또는 보완 지시를 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유민지 기자
mj@kukinews.com
유민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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