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방위 회피용으로 가짜 입원했다” (한민수 더불어민주당 의원)

“오늘 탄핵할 사람을 오늘 불러 질의를 한다는 것 자체가 모순” (박정훈 국민의힘 의원)

여야가 2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의 국회 불출석을 두고 정면충돌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이 위원장을 겨냥한 탄핵소추와 고발, 국정조사 등을 추진하며 전방위적 압박에 나서고 있다.

과방위는 이날 오전 전체회의를 열고 ‘방통위 파행 운영 및 방통위원장 후보자 의혹 검증을 위한 현안 질의’를 진행 중이다. 앞서 과방위는 지난달 26일 이 위원장을 대상으로 열린 인사청문회 진행 도중 해당 건을 야당 단독으로 상정하고 의결한 바 있다. 

이 위원장은 이날 현안 질의에 증인으로 채택됐지만 불출석했다. 사유는 ‘건강상의 이유’다. 최민희 과방위원장은 “어제 이 위원장은 용산에 가서 대통령과 면담하고, 그 과정이 방송을 통해 중계됐다. 그런 점을 고려할 때 불출석을 인정할 수 없다”며 “오전 중 출석하도록 연락해달라”고 방통위 관계자에 요청했다. 한민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우리 과방위를 회피용으로 가짜 입원했다. 위원장이 사실관계 확인 후 법적 조치를 취해달라”고 했다.

불출석에 대한 고발 방침도 밝혔다. 황정아 민주당 대변인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비공개 최고위원회의 이후 기자들에게 “탄핵으로 직무가 정지돼도 이 위원장 개인에 대한 증인 채택은 언제든지 가능하다”며 “책임을 물을 수 있을 때까지 계속해서 증인 채택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증인 불출석에 대한 고발 조치도 바로 이뤄질 예정”이라고 부연했다.

여당은 즉각 반발했다. 여당 측 과방위 간사를 맡은 최형두 국민의힘 의원은 “한 부처 기관장을 연속 4번째로 탄핵을 소추한 상황”이라며 “이제 취임한 사람이 와서 청문회 과정에서 있었던 위증을 고발하기 위한 자리를 일반적인 방통위 업무와 연결할 수 없다”고 질타했다.

같은 당 박정훈 의원도 “오늘 민주당은 이 위원장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의결할 예정인데 탄핵할 사람을 오늘 불러 질의를 한다는 것 자체가 모순”이라고 비판했다. 신상범 국민의힘 의원은 “이진숙 후보자의 상태는 위원장이나 야당 위원들이 내리는 것이 아니라 의사가 내리는 것”이라며 “위원장이 멀쩡하다고 판단할 근거가 전혀 없다”고 주장했다.

이 위원장을 둘러싼 여야 갈등은 더욱 첨예해질 전망이다. 민주당·조국혁신당·진보당·기본소득당·사회민주당·새로운미래 등 야 6당은 전날(1일) 이 위원장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발의했다. 이 위원장이 위법한 방통위 2인 체제로 공영방송 이사 선임 건 등을 의결했다는 이유에서다. 탄핵소추안은 같은 날 열린 국회 본회의에 곧바로 보고됐다. 윤석열 정부 들어 방통위 관련 탄핵안이 제출된 건 이동관·김홍일 전 방통위원장과 이상인 전 위원장 직무대행(부위원장)에 이어 네 번째다.

야 6당은 이날 오후 본회의에서 탄핵안을 상정·표결 처리하겠다는 방침이다. 국회법상 탄핵소추안이 발의되면 첫 본회의에 보고되고, 24시간 이후부터 72시간 이내에 무기명 투표로 표결해야 한다. 재적의원 과반수의 찬성이 필요한 탄핵소추안은 절대 다수 의석을 가진 야권 주도로 통과될 전망이다.

야 6당은 국정조사 카드도 꺼내들었다. 야 6당과 개혁신당은 전날 우원식 국회의장을 찾아가 윤석열 정부의 언론장악·통제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를 요구했다. 야당은 오는 5일 국회 본회의에 국정조사 실시 건을 의결한 뒤 일주일 안에 조사를 시작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김현 민주당 과방위 간사는 우 의장을 접견한 뒤 기자들과 만나 “방송 장악 (상황이) 너무 심각하기 때문에 국정조사를 반드시 (해야 한다고) 요청했다”며 “우 의장이 숙고의 시간을 갖고 얘기하기로 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