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방산 발목 잡는 해킹·기술유출…“형법 개정·제도 보완 필요”

K-방산 발목 잡는 해킹·기술유출…“형법 개정·제도 보완 필요”

- 군사기밀 유출, 해킹 등 사고 잇따라
- 美 FARA법 등 법·제도 마련 시급
- 방산침해대응협의회 등 기술보호 활동 확장

기사승인 2024-08-04 06:00:13
육군 수도군단이 지난 4월17일 강원도 철원 문혜리 소재 포병사격장에서 대규모 포사격 훈련을 실시하고 있다. 사진=박효상 기자 

한국 방위산업의 성장세가 가파른 가운데 해킹·기술유출 문제도 점차 늘고 있어 국가적 차원의 예방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4일 군 당국 등에 따르면, 국군정보사령부(이하 정보사)는 지난달 말 우리 군 정보요원의 신상정보 등 군사기밀을 중국에 유출한 혐의를 받고 있는 정보사 소속 군무원 A씨를 구속수사 중이다. 

A씨는 우리 정부와 무관한 것으로 신분을 위장한 ‘블랙요원’들의 정보를 포함, 대북 작전 코드명 등이 담긴 기밀을 최대 수천 건 유출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로 인해 외국에 파견됐던 일부 요원들이 활동을 접고 귀국했으며, 신분이 노출된 요원은 다시 파견이 사실상 불가능해 막대한 정보망 손실로 이어지게 됐다. 군 당국은 지난 6월경 사건을 인지, 법과 원칙에 따라 철저하게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러한 군사기밀 유출 등 관련 사고는 최근 단기간 내 자주 발생하고 있으며, 그 규모 또한 커지고 있다. 

지난 4월에는 북한의 해킹 조직이 국내 방산기업 10여 곳의 자료를 탈취한 사건도 발생했다. 이들은 악성코드 감염, 이메일 계정 해킹 등으로 해당 기업의 자료를 빼돌렸고, 피해 업체 대부분은 이러한 사실을 인지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밖에 올해 초에는 한국형 초음속 전투기 KF-21을 공동개발하기로 약속한 인도네시아의 기술자들이 한국항공우주산업(KAI)에 파견돼 근무하던 중 개발 관련 자료 일부를 USB에 담아 유출하려다 적발되는 일도 발생해 국내 경찰이 수사 중이다. 특히 기술유출 의혹 및 수사 이후 인도네시아가 예산 부족 등을 이유로 개발 분담금을 삭감해 달라고 요구하면서, 이미 기술 대부분을 빼돌린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방산업계 한 종사자는 “방산 분야의 기술 유출은 단순히 기업 차원의 문제를 넘어 국가안보와 직결되는 심각한 문제”라며 “업계 분위기가 긍정적인 상황에서 기술유출에 대비하기 위해 정부 차원의 법안 및 제도 마련, 보안 지원 등 조치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미국에선 외국의 이익을 위해 일하는 사람 및 조직이 해당 국가와의 관계, 활동 내용과 보수 등을 정기적으로 법무부에 신고해야 하는 ‘FARA법(외국인대리등록법)’이 1938년부터 시행돼오고 있다. 

최근 수미 테리 미국외교협회(CFR) 선임연구원이 한국 정부를 위해 불법으로 활동한 혐의로 기소된 사건이 벌어지면서 우리나라에도 도입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커졌다. 이에 조태용 국가정보원장은 FARA법 및 국가안보기술연구원법 제정, 간첩죄 적용 대상을 ‘적국’ 북한에서 해외 국가로 확대하는 취지의 형법 개정 등을 추진하겠다고 공언하기도 했다.

민·관에서도 방산 기술 보호를 위한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다. 국가정보원 주도로 지난해 9월 출범한 방산침해대응협의회는 법조계·학계 등 각 계 전문가 51명으로 이뤄진 자문단을 구성, 방산기술의 체계적 보호방안을 논의하고 보안서비스 등 대안을 실제 협력사에 지원하고 있다. 

방산침해대응협의회에는 산업통상자원부, 방위사업청 등 정부기관 외에도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현대로템, LIG넥스원 등 국내 주요 방산기업이 참여해 실제 현장의 목소리를 제도에 반영하고 있다.

방산침해대응협의회 관계자는 “앞으로도 학계와의 지속적인 협력을 통해 선진 방산기술보호 방안을 모색하겠다”면서 “민·관이 합심해 K-방산 위상 저해 요인을 선제 발굴하는 등 방산침해 조기경보 체계 구축에 중추적인 역할을 해나갈 방침”이라고 말했다.

김재민 기자
jaemin@kukinews.com
김재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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