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시선]아직 아물지 않은 ‘리싸이클링타운 참사’

[편집자시선]아직 아물지 않은 ‘리싸이클링타운 참사’

석 달 지났지만 책임지는 사람 없고 피해자는 여전히 ‘신음 중’
전주시 안일 행정 사고‘ 한 몫’...지자체 직접 운영 적극 검토 필요

기사승인 2024-08-05 10:22:07

쿠키뉴스 전북본부 데스크칼럼 <편집자시선>은 우리 사회에서 일어나는 모든 현상과 현안들에 대해 따끔하게 지적하고 격려할 것은 뜨겁게 격려할 것입니다. 특히 우리 주변의 정치적 이야기에 관심을 갖고 전라북도의 새로운 길을 모색하고자 합니다. /편집자주


전북 전주리싸이클링타운 가스폭발 참사가 발생한 지 석 달이 지났지만 아픔은 아직도 가시지 않고 있다. 현장에서 작업 중이던 노동자 5명이 전신 화상을 입고 전문병원에서 치료 중이다. 이 사고로 지난 6월18일 노동자 1명이 숨지고 부상자 4명은 여전히 신음 속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당시 사고는 배관 교체를 위해 화기 작업을 하던 중 축적된 메탄가스가 폭발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가스 누출 경보기는 설치 위치가 부적절해 위험을 감지하기에 무용지물이었고, 중층 스테인리스 배관이 비용 절감을 위해 플라스틱 배관으로 바꿨고, 배관을 연결하기 위해 토치 등 화기를 사용해야 했다는 증언이 나왔다.

급배기 시설이 제대로 작동해 메탄가스가 축적되지 않았고, 가스 누출 경보기가 정확한 위치에 설치돼 사전에 위험 요소를 감지할 수 있었다면 사고를 방지할 수 있었다는 주장이 나온다. ‘예견된 인재’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노동자들은 이미 2019년부터 노사협의회에서 수도 없이 중층의 악취와 유해가스 방지 대책을 요구해 왔지만 회사에선 응답이 없었다. 주무관청으로서 관리 감독해야 했던 전주시가 제 역할을 못했다. 

2016년 11월부터 운영되고 있는 전주시 리싸이클링타운은 전주권 재활용품 선별과 하루 300t 규모의 음식물 쓰레기와 95t 규모의 하수슬러지 등 각종 폐기물을 처리하는 시설로 전주시는 수익성 민자투자(BTO) 방식으로 무려 1106억원을 투입해 20년 동안 민간업체가 운영하도록 맡기고 있다. 출자업체는 태영건설 26.25%, 한백종합건설 12.5%, 성우건설 6.25%, 에코비트워터 5% 등이다.  

전주리싸이클링타운은 민간 건설사가 관리 운영권을 가지고 있지만 운영사 변경 문제로 올해 초부터 시끄러웠다. 폐기물 처리 전문 업체인 에코비트워터가 손을 떼면서 운영을 넘겨받은 곳이 토목 공사를 주로 해왔던 지역 중소 건설사인 성우건설이다.

주관사를 폐기물 처리 경험이 없는 성우건설이 맡으면서 부실 운영이 우려되고 환경·재정적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이 꾸준히 나왔다. 하지만 전주시는 폐기물 처리 실적은 물론 자격 요건도 갖추지 못했다는 지적에도 불구하고 운영사 변경을 승인했고 운영과 관리·감독 책임을 방기한 채 수수방관했다는 것이 노동계와 환경단체의 주장이다. 

전주시민회는 올해 초 “전주시의 승인을 받지 않고, 음식물 쓰레기 처리장을 불법으로 운영하고 있는 성우건설이 무단 점거하고 있는 상태”라고 강조한 뒤 “더욱이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공개된 성우건설의 ’2022년말 감사보고서에 의하면 성우건설은 존속을 의심받는 부실 건설업체”라며 “2022년말 성우건설의 회계감사를 맡은 도원회계법인은 감사보고서에 ‘성우건설이 계속기업으로서 불확실하다’는 감사의견을 작성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운영사 측은 “7년 동안 운영 누적 적자가 400억원에 달하는 데도 지난해 3월 운영비의 일부 손실 보존이 되는 민자사업 협약 변경 승인이 기획재정부 심의를 거쳐 결정됐지만 전주시가 협약 변경을 해주지 않아 손해”라고 주장하고 있다.

감사원은 최근 전주시 리싸이클링타운 운영과 관련해 기준치를 초과한 악취, 폐수 및 야외 방치된 폐기물에 대한 관리·감독 등에 대해 공익감사를 실시하겠다고 결정했다. 부적절한 시설운영과 음폐수 반입 등에 대한 감사는 제외해 사고에 대해 명확히 원인이 규명될지는 두고 봐야 할 일이다. 

최근 한승우·채영병 전주시의원이 주최한 ‘전주 종합리싸이클링타운 노동환경 실태 및 개선방안’ 정책토론회에서 “전주종합리싸이클링타운이 보다 사회적으로 운영돼야 한다”는 제언이 나왔다.  

전주시가 20여억원을 들여 악취저감시설을 설치하는 등 예산이 지속적으로 투입되고 있는 상황을 볼 때 더 이상 민간에 맡길 것이 아니라 전주시가 지분을 확보해 운영에 직접 참여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제안이다.

리싸이클링타운 운영사도 “손실이 계속 이어질 경우 운영권을 반납하겠다. 전주시가 직접 운영하라”고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종합리싸이클링타운을 부실하고 불법적으로 운영하는 사업시행자로부터 전주시가 관리운영권을 회수해 직접 관리·운영하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

참사가 발생한 지 3달이 지났지만 제대로 밝혀진 것도, 관리 운영과 사고 방지를 위한 보완 대책도 명확치 않으며 피해자에 대한 지원은 미흡하다. “민간에 맡겨놨더라도 감시·감독의 원 책임자는 지방자치단체”라는 전문가들의 지적처럼 전주시가 무엇을 했는지 묻고 싶다. 

전주시의 안일하고 무책임한 행정이 참사 발생의 요인이 되지 않았는지 심각히 반성해야 할 일이다. 또 참사에 대한 원인과 진상이 명확히 밝혀져 다시는 ‘허망한 인재’가 발생하지 않도록 안전의식도 공고히 해야 할 것이다. 


김영재 기자
jump0220@kukinews.com
김영재 기자
이 기사 어떻게 생각하세요
  • 추천해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추천기사
많이 본 기사
오피니언
실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