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화학업계가 값싼 중국 제품에 대응하기 위한 반덤핑 제소 행보에 나서는 모양새다. 다만 국내외 고객사 등 이해관계가 얽혀 있어 신중론도 나온다.
5일 업계에 따르면, 산업통상자원부 무역위원회는 코오롱인더스트리가 신청한 중국·대만산 석유수지(Petroleum Resin) 대상 반덤핑 조사를 위해 중국 기업 4곳과 대만 기업 3곳에 대한 조사에 최근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반덤핑은 외국 물품 가격이 국내 물품 가격보다 너무 낮게 수입돼 국내 기업에 피해를 입힐 우려가 있을 때 정상 가격과 덤핑 가격의 차액 범위 내에서 부과하는 관세다. 코오롱인더스트리는 이들 업체가 국내에 저가로 석유수지를 공급해 피해를 봤다면서 이들의 덤핑률이 각각 15.52%(중국), 18.52%(대만)에 달한다고 주장했다.
석유수지는 나프타 분해 과정에서 발생하는 부산물을 가공해 페인트·접착제 등 제품에 점착성·접착성을 부여하는 물질로 산업 중간재 및 일반 소비재의 기초 원료로 두루 사용되고 있다.
한국은 석유수지에 기본 관세율 8%를 부과하고 있는데, 한중 자유무역협정(FTA)으로 인해 중국산 석유수지 제품은 무관세로 들어오고 있는 상황이다.
무역위원회는 “국내 산업 내수 부문의 영업이익·영업이익률 감소를 볼 때, 국내 산업의 실질적 피해 등이 경미한 것은 아니라고 판단돼 본건 조사를 개시하는 것이 타당한 것으로 판단한다”고 설명했다. 무역위원회는 조사 개시 후 최장 5개월 이내에 예비 판정을 내리고, 예비 판정 후 최장 7개월 내 다시 최종 판정을 내리게 된다.
역시 중국산 저가 공세에 직면한 철강업계도 서서히 행동을 개시하고 있다. 국내 철강사 중에선 현대제철이 최근 산업부에 중국 업체들의 저가 후판 수출로 피해를 보고 있다며 반덤핑 제소를 했다.
후판은 두께 6mm 이상의 철판으로, 선박에 사용되는 주 재료다. 철강업계에선 매출의 15%를 후판 판매로 벌어들이고 있으며, 조선업계에선 선박 제조 원가의 약 20%를 차지할 정도로 마진율에 있어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러나 국내 후판 가격 대비 평균 10~20만원 저렴한 중국산 후판의 대량 유입으로 철강업계는 상반기 조선업계와의 후판 가격 협상에서 ‘인상’이라는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다. 한국철강협회에 따르면, 중국산 후판 수입은 지난해 총 112만톤으로 전년 대비 73% 증가했고, 올 상반기 누적 수입량은 68만8000톤으로 전년 동기 대비 12% 증가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로 인해 주요 철강사는 영업이익이 절반가량 감소하는 등 침체 국면을 맞았고, 결국 현대제철을 기점으로 반덤핑 제소에 나서게 됐다.
다만 모든 철강사가 이에 동참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중국산 후판에 반덤핑 관세를 부과했을 때 조선업계 등 국내 고객사의 반발과, 중국과 갈등을 빚었을 때 무역 보복으로 번질 수 있다는 점 등을 복합적으로 고려해야 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중국의 저가 제품에 따른 국내 산업계의 피해는 명확한 상황”이라며 “다만 단순히 수익적 측면에서뿐만 아니라 거시적 관점에서도 여러 이해관계를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신중하게 접근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