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비' 교차하는 보험사 M&A…분위기 반전될까

'희비' 교차하는 보험사 M&A…분위기 반전될까

세 차례 매각 불발됐던 MG손보, 메리츠 참전에 분위기↑
‘패키지 딜’ 추진 우리금융…동양·ABL 인수 ‘순항’
‘매력적 매물’ 롯데손보 상시매각 전환…KDB생명은 산은 편입되나

기사승인 2024-08-11 06:00:05
MG손해보험 제공

올해 상반기가 넘어가면서 보험사 M&A에 대한 희비가 교차하고 있다. MG손해보험 네 번째 매각 입찰공고에 사모펀드 2개사에 이어 메리츠화재가 깜짝 참여하는 모습을 보이는가 하면 우리금융은 동양·ABL 패키지 딜을 추진하고 있다. 그간 매력적인 매물로 평가받던 롯데손보는 상시매각 체제로 전환했다.

세 차례 매각 불발됐던 MG손보, 메리츠 참전에 분위기↑

10일 보험업계와 금융권 등에 따르면 MG손해보험 매각 주관사인 삼정KPMG가 재입찰을 마감한 결과 메리츠화재가 인수 의사를 밝혔다.

예금보험공사는 “원매자에 대한 계약 이행능력 평가와 예정 가격 충족 여부에 대한 검토 등을 거쳐 낙찰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MG손해보험의 대주주는 JC파트너스지만, 2022년 4월 부실 금융기관으로 지정된 뒤 예보가 금융위원회의 업무위탁을 받아 공개 매각을 추진하고 있다.

메리츠금융그룹 손해보험 계열사인 메리츠화재가 새로운 인수 후보로 등장하면서 예금보험공사의 MG손해보험 매각에 청신호가 켜졌단 평가가 나온다. 그동안 예금보험공사는 MG손해보험을 인수한 뒤 재무 안정성을 지원해줄 수 있는 자금력을 갖춘 새로운 대주주를 희망하고 있었다.

메리츠화재의 경우 그간 이어졌던 1~3차 매각 예비입찰에 참여하지 않다 4차 입찰에 처음 등장하게 됐다. 메리츠화재 관계자는 “모든 딜을 다 검토하고 있으며 이번 딜도 모든 정보를 분석해서 가능한 범위에서 입찰에 참여했다”고 설명했다.

관건은 매각가다. 올해 1분기말 MG손보의 경과조치 전 지급여력비율(K-ICS)은 42.71%로 지급여력비율이 100%보다 낮다. 일시에 보험금 청구가 발생했을 때 청구액을 100% 지급할 수 없다는 뜻이다. 금융당국은 K-ICS 비율 150% 이상을 권고하고 있다. 따라서 지급여력기준금액이 증가하지 않는다는 전제 하에 K-ICS 150% 달성을 위해서는 약 1조150억원의 자본이 필요한 상황이다. MG손보를 매입하는 금융사는 최소 1조+@의 금액이 들어가는 셈이다.

금융업권에서는 MG손보의 매각가가 2000억~3000억원이 될 것이라 평가하고 있다. 여기에 더해 예보 측에서는 4000억~5000억원대의 지원을 언급했다. 실질 인수가격은 1조원보다 낮게 형성될 것이라는 관측이다.

우리금융 제공.

‘패키지 딜’ 추진 우리금융…동양·ABL 인수 ‘순항’

우리금융의 보험사 매입도 순항을 이어가고 있다. 우리금융지주는 이달 말 동양생명 및 ABL생명 인수를 위한 SPA(주식매매계약)를 맺을 계획이다. 그간 우리금융은 약 한 달간 진행한 동양생명·ABL생명 인수를 위한 실사를 마무리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중국 정부가 한때 자국 최대 보험사 중 하나였던 안방보험에 대한 파산 절차를 승인하면서 우리금융에게는 호재가 된 분위기다. 

동양생명 및 ABL생명의 최대주주인 다자보험그룹은 중국 감독당국이 안방보험의 구조조정을 위해 설립한 회사로 안방보험 파산 절차가 마무리되면 이후 청산 절차를 밟게 됐다. 이에 다자보험과 안방그룹홀딩스가 보유중인 동양생명과 ABL생명 지분 매각이 꼭 필요한 상황이다. 우리금융이 인수에 조급함을 갖지 않는다면 ‘매수자 우위’에 설 수 있다는 분석이다.

두 보험사의 가격은 2조원+@가 거론되고 있다.  다자보험그룹이 보유한 동양생명의 지분 75.34%를 인수하기 위해선 1조5000억원에서 2조 3000억원 가량이 소요될 것으로 추산된다. 여기에 ABL생명의 경우, 최대주주인 안방그룹이 희망하는 매각가는 3000억~4000억원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동양생명과 ABL생명은 이런 분위기를 잠재우기 위해 보도자료를 내고 “안방보험 청산은 자사에 직·간접적 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해명했지만, 우리금융은 최근 상반기 실적 발표 컨퍼런스 콜에서 “보험사 M&A 과정에서 오버페이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하면서 여유로운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KDB생명 제공.

‘매력적 매물’ 롯데손보 상시매각 전환…KDB생명은 산은 편입되나

그간 매력적인 매물로 평가받던 롯데손보는 상시매각 체제로 전환하면서 M&A 전망이 불투명해졌다. 상시매각은 특정 기간 매각 의사를 시장에 공개하고 언제든지 투자자들의 매수 제안을 수용하는 방식이다. 쉽게 말해 언제든지 인수자가 나타나면 팔겠다는 것이다. 

상시매각은 장단점이 명확하다. 먼저 시장 상황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다. 여기에 잠재 매수자와 관계를 지속하고 넓게 투자자를 유치할 수도 있으며, 여러 투자자를 유치해 매각 조건을 유리하게 책정하고 협상력도 확보할 수 있다.

반면 투자자들이 없어 매각이 지지부진할 경우 M&A 동력 자체가 떨어질 수 있다. 또한 투자자와 지속적으로 소통해야 하는 부담도 커진다.

특히 롯데손보의 경우 본입찰을 진행한 후 상시 매각으로 전환한 상황인 만큼 매물의 매력이 크게 떨어져 보이는 모양새다. 7월 초 MG손보보다 먼저 본입찰에 나섰던 롯데손보의 매각이 최종 불발됐던 것은 매각가가 원인이라는 분석이다. KL파트너스는 경영권 프리미엄을 포함해 2조원대 이상의 매각가를 거론하고 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롯데손보의 매각 과정에서 우협대상자인 우리금융이 빠져나간 뒤 상시매각으로 전환한 것은 협상 과정에서 ‘조건 합의’가 제대로 되지 못했다는 것을 보여준다”며 “시장에서 예상한 것 보다 높은 가격이 가장 큰 문제가 아니였나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KDB생명보험도 매각에 난항을 겪고 있다. KDB생명의 최대주주 산업은행은 2014년 이후 지속해 KDB생명 매각을 추진했지만, 번번이 실패했다. 펀드 만기를 앞두고 지난해엔 하나금융지주, 올해 초엔 MBK파트너스가 매각을 위한 논의를 구체화했으나 끝내 무산됐다.

다만 최근 산업은행이 KDB생명을 매각 없이 완전히 자회사 편입을 고려하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산업은행이 KDB생명의 자회사 편입과 관련해 보스턴컨설팅그룹(BCG)과 삼일PWC에 의뢰한 컨설팅 최종 보고서를 요청했는데, 보고서의 최종 결과가 8월 내로 발표될 예정이다.

이번 컨설팅은 산업은행이 KDB생명을 자회사로 품는 데 필요한 구체적인 비용과 향후 실익에 대한 객관적인 평가가 담겨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동운 기자
chobits3095@kukinews.com
김동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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