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업계도 ‘전기차 포비아’ 대응 분주…효과는 ‘글쎄’

건설업계도 ‘전기차 포비아’ 대응 분주…효과는 ‘글쎄’

기사승인 2024-08-13 06:00:09
DL이앤씨가 중소기업 탱크테크와 함께 세계 최초로 개발한 ‘건물용 전기차 화재진압 시스템’ 이동식 모델 작동 모습. DL이앤씨

최근 인천 한 아파트 지하 주차장에서 전기차 화재로 입주민들의 전기차 기피 현상이 확산되고 있다. 건설업계는 늘어나는 전기차 수요에 맞춰 화재 예방과 진압 시스템 마련에 분주한 모습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건설업계 전기차 대응 방안의 실효성이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전기차 화재가 발생한 뒤 건설업계는 대책 마련을 고심하고 있다. 전기차가 늘어나며 지하 주차장 발생 화재도 늘고 있다. 소방청에 따르면, 전기차 화재 발생 건수는 2018년 3건에서 2023년 72건으로 급증했다. 또 지하 주차장에서 발생한 전기차 화재도 같은 기간 0건에서 10건으로 늘었다. 전기차 보급과 충전소가 늘어난 영향이다. 

지난 1일 인천 청라국제도시 한 아파트 지하 1층에서도 주차된 전기차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해당 화재로 차량 140대 손상, 아파트 5개 동 480여 가구 전기가 끊어졌다. 정부도 대책 마련에 분주한 상황이다. 지난 12일 국토교통부를 포함해 환경부, 산업통상자원부, 소방청 등이 참여하는 전기차 화재 관계부처는 정부세종청사에서 대책회의를 열었다. 국토부는 ‘전기차 화재 TF’팀에 주택건설공급과, 생활교통복지과를 포함해 대응 방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일부 건설사들도 전기차 증가에 따라 이미 화재 대응 방안을 마련했거나 논의를 이어가고 있다. DL이앤씨는 지난 4월 세계 최초로 ‘건물용 전기차 화재진압 시스템’을 개발해 눈길을 끌었다. DL이앤씨의 전기차 화재진압 시스템은 화재 발생 시, 차량 위치로 장비를 이동시킨 뒤 배터리팩에 구멍을 뚫고 물을 분사해 진화하는 방식이다. 레일을 통해 장비를 이동시키는 ‘이동식’, 주차구역 하부에 소화 장치를 매립하는 ‘고정식’, 소화전 형태로 보관하는 ‘수동식’ 세 가지 형태로 구성됐다. DL이앤씨는 ‘e편한세상’ 아파트 현장에 시스템 시범 적용을 검토 중이다. 

반도건설은 2021년 발 빠르게 전기차 충전시설 화재 진압 설비를 도입했다. 반도건설은 지하 주차장 등에서 화재 발생 시 주차장 상단에 설치된 센서가 감지해 소화덮개가 자동으로 내려와 차량 주변을 차단한 뒤 스프링클러로 불을 끄는 방식을 도입했다. 해당 시스템은 내년 1월 입주를 앞둔 충남 내포신도시 반도유보라마크에디션 아파트에 국내 최초로 적용될 예정이다.

삼성물산은 지난해 12월 수주한 과천주공 10단지 재건축(래미안 원마제스티)에 전기차 화재 대비를 위한 방화벽체 시공을 설계했다. 또 ‘래미안 자이 더 아르케’(거여새마을 공공 재개발) 단지에는 전기차 화재 발생 시 상향식 스프링클러를 작동시켜 신속한 화재 대응이 가능하도록 설계해 시공할 계획이다.

현대건설은 최근 시공되는 아파트 단지 위주로 전기차 충전 공간 블록벽 구획에 내화구조를 적용해 화재 발생 시 불이 번지는 것을 막도록 하고 있다. 또 연소 중인 차량을 빠르게 덮어 산소를 차단하는 질식소화포를 전기차 충전기가 설치되는 층에 1개소 제공 중이다.

DL이앤씨가 중소기업 탱크테크와 함께 세계 최초로 개발한 ‘건물용 전기차 화재진압 시스템’ 수동식 작동 모습. DL이앤씨

업계는 일부 단지에 화재 시스템 도입 후 확대를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이는 분양가 인상으로도 이어질 수 있어 업계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일반 지하주차장의 경우 주차구획을 나누는 등의 시공이 들어가는데 화재 진압 기술 등이 도입될 경우 비용적인 부담이 커진다”고 밝혔다. 이어 “전기차를 사용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지만 아닌 사람도 많기에 무관한 비용이라 생각하는 경우도 있다”며 “입주민들의 의견에 따라 도입 여부가 갈릴 수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는 건설업계의 전기차 화재 대응 방안에는 한계가 있다고 진단했다. 이영주 서울시립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질식소화포를 주차장 내부에 둔다하더라도 일반인과 건물 관리자가 사용하긴 어렵다”며 “이런 장비로 인해 화재 대응이 가능할 것이란 건 막연한 기대일 뿐”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방화벽체도 마찬가지다. 전기차 충전 공간에서만 화재가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전기차가 서 있는 곳이면 어디든 화재가 발생할 수 있다”며 “모든 주차면을 방화구역벽 설치한다 해도 화재 진압에 제약되는 부분이 있다”고 지적했다.

전기차 특화 시설보단 기본적인 소방설비 성능을 더욱 강화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 교수는 “전기차 뿐만 화재 발생 시 스프링클러 등 소방 설비가 제대로 작동 안 하면 대규모 화재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며 “전기차 특화 방안보단 건물 품질과 소방설비에 대한 신뢰성을 높이는 노력이 더욱 필요하다”고 말했다. 

공하성 우석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아파트 설계 시 방화벽과 대용량 스프링클러 설치가 필요하다”며 “특히 자동화된 시스템이 필요하다. 자동으로 대용량 물이 나오고 유독 가스를 빨아들이는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이어 “특히 전기차 전용 구역에서 피난 동선을 짧게 해 대피가 용이하도록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조유정 기자
youjung@kukinews.com
조유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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