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차별 꿀 수입 양봉산업에 치명타…정부 바로 잡아야”

“무차별 꿀 수입 양봉산업에 치명타…정부 바로 잡아야”

송인택 한국꿀벌생태환경보호협회 이사장 인터뷰
수입산 꿀 검사 규정 절차 미비…중고 플랫폼서 유통↑
국산 꿀 경쟁력 하락 원인…사유림 활용해 밀원 늘려야
“정부 밀원 확충 등 꿀벌 생태계·양봉산업 신뢰 살려야”

기사승인 2024-08-19 06:00:11
송인택 법무법인 무영 대표변호사 겸 한국꿀벌생태환경보호협회 이사장이 8일 서울 서초구 무영 회의실에서 쿠키뉴스와 인터뷰하고 있다. 사진=유희태 기자

“관세가 81%인데도 수입 베트남꿀 판매가 늘고 있어요. 이대로 관세가 철폐되면 국산 꿀은 경쟁력을 완전히 잃습니다.”

한국-베트남 자유무역협정(FTA)에 따라 243%였던 꿀 관세가 매년 16.2%씩 감축되고 있다. 관세가 81%인 현재 가장 큰 문제는 여과 장치를 거치지 않은 수입산 꿀이 국내에 들어온다는 점이다. 수입 단계에서 어떤 유해성이 있는지 알 수 없어 검증이 필요하지만 이 같은 절차가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서울 서초구에서 만난 송인택 한국꿀벌생태환경보호협회 이사장(법무법인 무영 대표변호사)은 농림축산식품부와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우리나라 양봉산업 경쟁력을 약화하는 정책을 고집하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수입 기준 없는 ‘꿀’…진입장벽 둬야

축산물위생관리법에 따르면 축산물은 병원성미생물 등 유해성 정도를 확인하고 검사기준을 마련한 후 유통된다. 그러나 꿀은 축산물임에도 이에 포함되지 않는다. 송 이사장은 들여오는 꿀에 어떤 농약을 치는지, 농약을 친 벌집은 어떻게 관리하는지, 먹이와 항생제, 설탕 등 첨가물은 무엇을 먹였는지, 양봉 기자재는 어디서 오는지 등을 증명하지 못하면 수입을 할 수 없도록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설탕을 인공적으로 꿀에게 먹이는 행위는 소비자에게 위해 요소가 될 수 있다”며 “특히 수입산 꿀은 더 관리가 어려우며, 한국양봉농협에서도 수입산 꿀을 국산 꿀로 알고 의뢰받아 검사한 적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엄격하게 관리해야 함에도 이를 다룬 개정안이 하나도 없는 실정”이라고 비판했다.

 국산 꿀은 외국 통관 기준을 충족하지 못해 수출이 계속 줄고 있다고 덧붙였다. 송 이사장은 “상업양봉을 한다면 품질관리를 위한 시설과 이력 등을 엄격하게 관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부족한 밀원, 설탕 아닌 산림정책의 전환으로 키워야

송 이사장은 국내 밀원 회복을 위해 산림에 ‘산업적인 가치’를 만들어야 한다고도 설명했다. 2020년 기준 전국 산림 면적 629만8000ha(헥타르) 중 66%인 416만2000ha가 사유림이다. 사유림에 나무나 꽃 등 밀원수를 심어 궁극적으로 사람과 자연에게 혜택이 돌아가도록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는 것이다.

송 이사장은 양봉업자가 밀원을 가진 산주에게 일정 부분을 임대받거나 자체적으로 산지를 갖추는 등 정해진 곳에서 벌을 방목하도록 ‘꿀벌목장’제도를 도입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자신의 밀원숲 없이 남의 산에 허락 없이 벌을 풀어놓는 ‘약탈 양봉’이 없어져야 한다”며 “산주가 임대소득을 올리려고 자발적으로 밀원수를 식재할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우리나라는 중위도 온대성 기후대에 위치해 계절이 뚜렷하며 다양한 식물이 자란다”며 “옻나무, 밤나무, 더덕 등 약용식물을 심어 계절별로 고품질 꿀을 만들 수 있게 하는 등 국가가 나서서 산업 경쟁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정부의 인식 개선 노력도 언급했다. 송 이사장은 “양봉농가가 힘들다고 해서 사양꿀 유통을 합법화할 게 아니라, 밀원을 조성하고 국산 천연꿀 수출을 늘릴 수 있게 해야 한다”며 “‘설탕꿀이라고 표기하면 사양꿀이 팔리겠느냐’는 식의 농식품부 주장에 대다수 국민은 동의하지 않는다. 지금이라도 잘못된 정책을 시인하고 개선하는 게 미래 산업을 위한 용기”라고 강조했다.

학계에서는 2016년 사양꿀 합법화 이후 양봉에 밀원이 필요 없어지자 설탕 사양이 늘고 벌의 면역력이 약해지며 실종을 거듭한다고 분석하고 있다. 사양꿀 시장은 커지고 꿀 신뢰도는 줄어 국제경쟁력이 하락하는 악순환을 하는 셈이다.

송 이사장은 협회를 통해 ‘꿀벌목장’을 활성화할 계획이다. 사유림의 20%가 밀원숲이 조성되도록 하고, ‘설탕꿀’을 없애 우리나라 벌꿀이 국제규격상 벌꿀로 인정받을 수 있게 도모한다는 것이다.

그는 “꿀벌생태환경보호협회를 설립한 것도 국가가 하지 않기 때문”이라며 “약용수 밀원숲이 들어서면 우리나라 벌꿀이 마누카꿀보다 더 경쟁력이 생길 수 있다”고 밝혔다.

촬영·편집=정혜미 PD
김건주 기자
gun@kukinews.com
김건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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