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강업계 화두는 ‘정년 연장’…저출산 구인난 대안될까

철강업계 화두는 ‘정년 연장’…저출산 구인난 대안될까

- 동국제강 ‘만 62세’ 정년 연장…업계 목소리↑
- 저출산·고령화 사회 속 구인난 대안으로
- 청년 일자리·기술 투자 등 고려할 부분도

기사승인 2024-08-19 06:00:11
포스코 광양제철소 고로 전경. 연합뉴스 

철강업계가 구인난을 해소할 대책으로 ‘정년 연장’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다만 사용자 입장에선 업황이 부진한 데다 스마트화·자동화 공정 등 기술에 투자를 늘리고 있어 다소 신중한 접근이 이뤄지고 있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제철 노동조합은 올해 임금 및 단체협상(이하 임단협)에서 기본급 15만9800원(호봉승급분 제외) 인상을 요구할 전망이다. 사상 최대 영업이익을 달성한 현대자동차의 노조와 같은 수준의 임금 인상 폭이다. 기본급 기존 78.5%→85% 상향, 연차 미사용 수당 150% 보상, 보전수당 인상, 자격수당 최대 4배 확대 등과 함께 ‘정년 연장, 임금피크제 폐지’ 등도 요구할 것으로 전해졌다. 

역시 임금 교섭을 앞둔 포스코 노조도 △임금 8.3% 인상(자연상승분 제외) △격려금 300% △자사주 25주 △복지사업기금 200억원 △의료비 본인+가족 합산 연간 1억 한도(5만원 초과분 100%) △학자금 자녀 수 금액 한도 폐지 △복지포인트 연 200만원 등과 함께 △‘만 61세 정년퇴직 및 퇴직 조합원 대상자 재채용 100%’를 요구하고 있다.

포스코와 현대제철의 정년은 만 60세로, 지난 2016년 정년을 60세로 의무화하는 ‘고령자고용촉진법’ 개정안 시행 이후 임금피크제·은퇴자 재고용 등을 통해 정년을 앞둔 인력의 고용 형태를 유지해 왔다. 

그러나 저출산·고령화와 동시에 철강 등 제조업을 중심으로 청년 취업자 유입이 둔화되면서 당장 제품 경쟁력을 좌우할 고숙련 인력에 대한 구인난이 심화되는 모양새다. 통계청 경제활동인구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제조업 취업자 수는 2014년 산업 분류 개편 이후 처음으로 60세 이상 취업자 수가 20대를 뛰어넘었다.

이에 정년 자체를 연장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노동자를 중심으로 커지고 있다. 철강업계에선 동국제강이 지난 4월 노사 임단협을 통해 정년을 기존 만 61세에서 62세로 연장하는 데 합의했다. 지난 2022년 업계 최초로 60세에서 61세로 늘린 지 2년 만에 재차 연장한 것이다. 지난해 6월 동국제강에서 인적분할한 동국씨엠에도 정년 연장을 적용, 두 회사를 합쳐 2500여 명이 대상자에 포함됐다.

동국제강 관계자는 “노사가 인구 고령화 등 사회 구조 변화에 따른 정년 연장 필요성에 공감했다”며 “숙련된 인재의 경험과 노하우에 대한 회사의 필요와 노조의 고용 안정 요구가 맞아떨어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매해 철강업계 임단협에서 정년 연장에 대한 요구안이 제시됐지만, 올해 특히 관련 주장에 더욱 힘이 실릴 것이란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한국경영자총협회가 회원사 124곳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를 한 결과, 정년 연장(28.6%)이 올해 예상되는 임단협 주요 쟁점 중 하나로 꼽히기도 했다. 

포스코 노조 관계자는 “저희 입장에서 삭감된 임금에 따른 재채용은 ‘동일노동 동일임금’의 가치를 훼손하는 일종의 편법이라 생각하고 있다”면서 “충분히 정상적으로 일을 할 수 있는 나이이기 때문에 정년 연장이 필요한 것이고, 이러한 부분을 노조에서만 주장할 게 아니라 국가에서도 고용 시장 안정화 등을 위해 함께 살펴봐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회사·업계 입장에서 볼 땐 고려해야 할 조건이 많은 복합적인 문제다.

익명의 철강업계 관계자는 “고령 및 고숙련 인력의 일자리 문제도 너무나 중요한 사안이지만, 사실 회사 입장에선 청년 일자리 및 신규 채용을 늘려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는 가운데 연공급(근속연수에 따른 임금 상승) 임금체계 하에 비용 측면에서 부담이 증대될 수 있는 문제”라며 “특히 최근 철강업계는 중국 제품의 저가 공세 등으로 오랜 기간 부진을 겪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OECD(경제협력개발기구)가 지난달 발표한 ‘2024 한국경제 보고서’에 따르면, 연공서열이 임금에 미치는 영향은 한국이 OECD 회원국 중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다른 업계 관계자는 “제조업을 포함한 산업계 전반에서 공장 자동화, 스마트 공정 구축에 대한 투자를 늘리고 있어 자연스레 현장 인력 규모가 축소되고 있다”면서 “산업계 디지털 전환 과정에서 발생하는 비용적·기술적 측면에서의 득실도 고려해야 할 부분”이라고 말했다.

우석진 명지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저출산·고령화 사회에서 제조업의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선 단순히 정년 연장뿐만 아니라 성과에 따른 임금체계 도입 등 노동시장의 경직성부터 해소해 고령·청년 일자리의 조화를 이뤄갈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재민 기자
jaemin@kukinews.com
김재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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