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공백 현장 지키는 간호사…“1시간 교육받고 전공의 업무 강요”

의료공백 현장 지키는 간호사…“1시간 교육받고 전공의 업무 강요”

대한간호협회, ‘간호사 업무 관련 시범사업’ 실태 조사
신규 간호사 76%, 발령 무기한 연기
상종병원 31곳, 간호대생 4학년 모집 계획 없어
“의사 파업 장기화로 간호사 근무 환경 악화”

기사승인 2024-08-20 12:50:03
대한간호협회는 20일 서울 중구 협회 서울연수원 강당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간호사 업무 관련 시범사업 실태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사진=신대현 기자

전공의 집단 이탈에 따른 의료공백 상황에서 현장 간호사 10명 중 6명이 전공의 업무를 대신하면서 관련 교육은 1시간 남짓밖에 받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또 신규 간호사와 예비 간호사는 ‘고용 절벽’에 내몰리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대한간호협회(간협)는 20일 서울 중구 협회 서울연수원 강당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 6월19일부터 7월8일까지 전공의 수련병원 등 385개 의료기관을 대상으로 진행한 ‘간호사 업무 관련 시범사업 실태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조사 결과, 시범사업에 참여하고 있는 기관은 전체의 39% 수준인 151개 기관에 불과했다. 시범사업에 참여하는 의료기관에서 진료지원 업무를 수행하는 간호사는 1만3502명에 달했다. 

현장 간호사들은 법적인 보호를 받지 못한 채 환자 안전사고 발생에 대한 두려움과 이전에 경험하지 못한 새로운 업무 수행으로 인한 심적 부담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에 참여한 A간호사는 “점점 더 일이 넘어오고, 교육하지 않은 일을 시킨다”고 말했다. B간호사도 “시범사업 과정에서 30분에서 1시간 정도만 교육한 후 업무에 투입되고 있다”고 토로했다. 

C간호사는 간호사가 전공의 업무를 간호사에게 가르치는 형국이라고 했다. 그는 “수련의의 업무를 대신하고 있는데 업무 범위가 명확하지 않고 책임 소재도 불명확하며, 업무에 대한 교육 프로그램도 따로 없다”고 지적했다.

의료공백 사태로 인한 어려움은 현장 간호사 뿐만 아니라 신규 간호사와 예비 간호사에게도 미치고 있다. 의료공백 사태 이후 병원들은 경영난을 이유로 신규 간호사 발령을 무기한 연기하고 있는 실정이다.

간협이 국민건강보험공단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건강보험통계 자료를 재구성해 분석한 결과, 최근 5년간(2019~2023년) 1분기 대비 2분기 근무 간호사 평균 증가율이 크게 감소했다. 이를 의료기관 종별로 보면, 상급종합병원은 최근 5년간 1분기 대비 2분기 평균 인원이 1334명 증가했으나 올해는 오히려 194명 줄었다. 종합병원의 경우 같은 기간 평균 2252명 늘었지만 올해는 2046명 증가하는 데 그쳤다.

지난해 41개 상급종합병원은 올해 발령 인원으로 8390명을 선발했지만 지난 13일 기준 발령하지 못한 신규 간호사가 전체의 76%(6376명)에 달했다. 이들 상급종합병원 가운데 31개 기관은 간호대학 4학년에 재학 중인 예비 간호사들을 대상으로 실시하는 신규 간호사 모집 계획마저 갖고 있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대해 간협은 4학년 간호대 학생들 간 취업 경쟁이 심화하고 휴학을 해도 상황이 나아지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오면서 ‘취업 절벽’에 내몰리고 있다고 주장했다. 탁영란 간협 회장은 “국민의 생명과 환자 안전을 위해 끝까지 의료 현장을 지키고 있는 간호사들을 보호할 수 있는 법적 체계가 허술하고 미흡하다”고 밝혔다.

탁 회장은 “정부의 간호사 업무 관련 시범사업 지침에는 ‘근로기준법 준수’라고 분명히 명시돼 있지만 의사 파업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간호사들의 근무 환경은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면서 “신규 간호사들은 자신의 삶의 방향마저 잃어버린 채 불안해하고 있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간호사들이 법의 보호를 받을 수 있도록 국회에서 간호법안이 반드시 제정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탁 회장은 “진료지원 업무를 담당하는 간호사 교육 지원과 함께 신규 간호사와 예비 간호사들에 대한 문제 해결을 위해 정부가 나서야 한다”며 “의료공백 현장을 지키고 있는 간호사에 대한 적정한 보상 체계도 마련돼야 한다”고 피력했다.
신대현 기자
sdh3698@kukinews.com
신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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