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지배구조 개편, 시장 설득 난항…매수청구권 밑도는 주가

두산 지배구조 개편, 시장 설득 난항…매수청구권 밑도는 주가

기사승인 2024-08-20 15:19:39

지배구조 개편 절차를 밟고 있는 두산그룹이 금융감독원의 요구에 따라 정정 증권신고서를 제출했지만 좀처럼 시장의 반응을 이끌어내지 못하고 있다.

2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두산이 지난 16일 2차 정정신고서를 제출한 이후 첫 거래일인 지난 19일 두산에너빌리티, 두산밥캣, 두산로보틱스 주가는 각각 전 거래일 대비 2.77%, 2.21%, 1.75% 하락했다. 20일에도 각각 소폭 등락하며 미미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앞서 지난달 11일 두산그룹은 사업 시너지를 극대화하기 위한 지배구조 개편안을 발표한 바 있다. 두산로보틱스가 그룹의 ‘캐시카우’인 두산밥캣을 100% 자회사로 편입하는 내용이 핵심인데, 두산밥캣 1주당 두산로보틱스 0.63주의 합병비율을 놓고 시장 내 반발이 제기됐다.

두산 측은 시가총액, 주가 등을 고려한 적정 비율이라고 설명했지만, 시장에선 연간 1조원대 영업이익을 내는 두산밥캣 주식을 적자기업 두산로보틱스 주식으로 바꿔 받는 데다 합병비율도 수긍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에 금감원은 지난달 24일 투자자를 위한 정보가 충분치 않다고 판단하고 두산의 증권신고서에 대한 정정을 요구했다. 이복현 금감원장은 지난 8일 이례적으로 “정정신고서에 조금이라도 부족함이 있다면 횟수에 제한 없이 지속적으로 정정 요구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금감원의 요구에 두산은 지난 6일과 16일 두 차례 정정보고서를 냈다. 다만 이후 주가 반등에는 실패해 주식매수청구권 행사 가격을 밑돌고 있다. 두산에너빌리티의 주식매수청구가격은 2만890원, 두산밥캣은 5만459원, 두산로보틱스는 8만472원이다.

주식매수청구권 행사에 대한 각 회사의 매수한도는 6000억원(두산에너빌리티), 1조5000억원(두산밥캣), 5000억원(두산로보틱스)으로, 전체 주식수의 약 4.5%, 29.7%, 9.6%에 해당한다. 만약 이 규모를 넘어서면 지배구조 개편 절차를 재검토해야 할 수도 있다.

사측은 주주 서한 등을 통해 민심 달래기에 나선 상태다. 

박상현 두산에너빌리티 대표는 지난 4일 서한을 통해 “체코 원전에 이어 폴란드, UAE, 사우디, 영국 등의 신규 원전 수주도 기대되면서 향후 5년 간 체코를 포함해 총 10기 내외의 수주를 기대할 수 있는 상황”이라며 “두산밥캣 분할 등 사업구조 재편이 이뤄지면 생기게 되는 1조원 수준의 투자여력을 원전사업에 투입하겠다”고 밝혔다.

스캇박 두산밥캣 대표 역시 서한에서 “구조 개편과 관련해 합병비율에만 지나치게 초점이 맞춰져 있으나 실질적으로는 두산로보틱스와 두산밥캣 합병에 따른 사업 시너지 효과 극대화가 목적”이라면서 “주주들의 주식매수청구권 행사로 취득하는 자사주를 전부 소각해 주주가치를 제고하겠다”고 약속했다.
김재민 기자
jaemin@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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