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 노동자의 사망이 잇따르는 가운데 정부가 물류서비스 종사자 보호를 위해 쿠팡 측에 개선명령을 내린 사례는 전무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2021년 7월부터 시행된 생활물류서비스산업발전법(생활물류서비스법)이 유명무실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21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이연희 의원실이 확보한 자료에 따르면 생활물류서비스법 시행 이후 쿠팡 등 택배사업자를 대상으로 한 국토교통부의 ‘종사자 안전조치 개선명령’은 한 차례도 없었다.
생활물류서비스법상 국토부는 안전한 화물 배송을 위한 조치를 택배사업자에 명령할 수 있다.
생활물류서비스법 제39조는 생활물류서비스의 품질과 안전을 확보하고 소비자의 편의를 도모하기 위해 필요하다고 인정되면 택배사업자에게 개선명령을 내릴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최근 쿠팡 및 쿠팡CLS 노동자들의 과로사가 이어진 데 대해 국토부는 택배 서브터미널 대상 불시 현장점검 등을 통해 생활물류서비스법상 종사자 보호와 관련한 사항 준수 여부를 지속 관리·감독할 계획이다.
국토부는 지난 3년간 발생한 택배노동자 사망 건수를 총 6건으로 집계했다. 쿠팡CLS 3건, 롯데 글로벌로지스 2건, CJ대한통운 1건 등이다.
다만 국토부는 지난 5일 쿠팡CLS에 '종사자 보호 및 처우 개선 방안 마련' 권고문을 발송했다. 국토부가 쿠팡CLS에 서면 권고를 내린 것은 처음이다.
국토부는 쿠팡CLS에 “귀사와 위탁계약을 체결한 영업점에 소속된 종사자의 사망사고가 발생하는 등 종사자 보호 및 처우 개선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며 “택배서비스 종사자의 권익 증진과 안전 강화를 위해 종사자의 보호 및 처우 개선 방안을 이달 중으로 마련할 것을 권고한다”고 전했다.
이연희 의원은 국토부가 개선명령에 소극적이라고 지적했다. 사업자가 개선명령을 미이행할 경우 과태료 및 사업자 등록 취소가 가능해 강제력이 높은데도 행정 권고에만 그쳤다는 것이다.
이 의원은 “사망사고가 잇따라 발생했음에도 국토부가 법에 명시된 개선명령을 한차례도 내리지 않았다는 것은 직무유기”라며 “택배노동자 안전 보장의 책무가 있는 국토부는 조속히 개선명령을 내려 이행하지 않을 경우 강한 제재까지 검토해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