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가 합의 처리한 10개 이상의 민생 법안이 오는 28일 본회의에 오른다. 민생을 외면한다 비판받던 국회가 최근 ‘비쟁점 민생 법안을 우선 처리하자’ 한목소리를 낸 첫 결실이다.
다만 야당이 같은 날 윤석열 대통령이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한 ‘방송4법’ 등 6개 법안에 대한 재표결 추진을 검토하고 있어, 모처럼 형성된 협치 분위기가 급랭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25일 정치권에 따르면 여야는 오는 28일 본회의에서 △전세사기특별법 △공공주택특별법 △구하라법(민법 개정안) △택시사업법 개정 △도시가스사업법 개정안 △소부장 특별법 개정안 등을 처리한다.
김상훈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은 지난 22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이번 국회에서 처음으로 여야가 이견 없이 수용 가능한 10여개 법안을 (오는 28일 열리는) 8월 임시국회에서 합의 처리할 것 같다”며 “뜻을 함께해 준 진성준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과 관계자들에게 감사하다”고 밝혔다.
8월 임시국회 중 처리될 것으로 전망됐던 간호법은 통과가 불발됐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는 지난 22일 법안심사소위원회를 열고 간호법을 심사했으나, 여야는 논의 끝에 입장차를 좁히지 못했다. 여야는 세부 쟁점 사항인 △법안 명칭 △PA(진료지원) 간호사 △간호조무사 국가시험 응시자격 등을 두고 심도 깊은 논의를 이어가겠다는 방침이다.
여야가 민생 법안을 줄줄이 합의 처리하며 ‘협치’에 물꼬가 트일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다만 민주당이 이번 8월 임시국회에서 방송4법 등에 대한 재표결을 검토하는 중이다. 노종면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지난 20일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28일 본회의에서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방송4법, 노란봉투법, 민생회복지원금법에 대한 재의결이 추진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만약 6개 법안에 대한 재표결이 오는 28일 본회의에 오르면 여야 격돌이 불가피해 보인다.
이로 인해 정국이 다시 얼어붙을 가능성도 있다. 민주당은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로 법안이 폐기되면 재발의로 대응하겠다는 방침을 내세웠다. 강유정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지난 4일 “(법안이 폐기되면) 거부권에 대항할 방안들을 고려해 다시 한 번 재발의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대통령 거부권으로 국회에 돌아온 법안을 재의결하기 위해서는 국회의원 재적(300명)의 과반 출석, 출석 의원 3분의 2(200명) 이상 찬성이 필요하다. 범야권 의석수(192석)만으로는 재의결 요건을 충족할 수 없어 해당 법안들은 부결될 가능성이 높다. 민주당이 재표결 부결 이후 비슷한 내용으로 입법을 재추진하게 되면 또다시 ‘거부권 정국’이 쳇바퀴처럼 반복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쟁점 법안 재표결로 인해 여야가 다시 대치 국면으로 접어들게 되면, 여야 대표 회담 자체가 무산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앞서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와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오는 25일 회담을 하기로 했지만, 이 대표의 코로나 양성 판정으로 회담은 무기한 연기된 상태다. 양측은 계속 실무 협의를 이어가며 회담 일정을 재조정하기로 했다. 여야가 실무 협상 과정에서도 회담 의제·형식을 두고 기싸움을 벌였던 만큼, 정국이 얼어붙게 되면 그만큼 협상이 더 어려워질 것이라는 지적이다. 김우영 민주당 정무조정실장은 “현재 그동안 여야 관계를 보면 끝없는 무산의 연속이었다”며 “(무산을 염두에 두고 실무 협상을 나서지는 않지만) 회담의 성격과 내용, 의제 조율이 안 되면 파기될 수도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