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전북본부 데스크칼럼 <편집자시선>은 우리 사회에서 일어나는 모든 현상과 현안들에 대해 따끔하게 지적하고 격려할 것은 뜨겁게 격려할 것입니다. 특히 우리 주변의 정치적 이야기에 관심을 갖고 전라북도의 새로운 길을 모색하고자 합니다. /편집자주
전북특별자치도의 홍보라인이 홍보비 집행과정이 ‘복마전’을 방불케 하지만 크게 바뀐 것이 없다. 홍보영상 제작업체 선정 과정에서 특정 업체에 일감을 몰아줘 담당자가 감사위원회로부터 중징계 처분을 받았고, 도청 대변인실 ‘갑질’ 논란과 지역 언론인에게 거액의 선심성 광고비를 지급했다는 의혹까지 불거져 비난을 받고 있지만 개선책조차 내놓지 못하고 있다.
홍보영상 제작업체 의혹이 제기된 것은 지난 3월7일, 전북특별자치도의회 임시회 본회의 도정질문에서 김성수 도의원이 ‘도정 홍보영상 제작을 위해 2021년부터 2023년까지 3년간 실질적으로 한 업체와 12건, 2억 원의 수의계약을 체결’했다고 김관영 도지사를 추궁했다.
도의회 본회의 속기록을 보면 김 의원의 질문은 ‘복마전’의 실상을 낱낱이 밝히고 있다.
김 의원은 도정 질문에서 “이제 종합적으로 씨앤씨서울 그리고 주소지를 기준으로 한 케이미디어와 코리아워커센터 거기에 또 소유자가 같은 포스터컴퍼니, 전화번호가 같은 미디어창공까지 총 12건의 계약을 하나의 경제적 공동체, 사실상 한 업체가 했다라고 봐도 무방할 것 같다”고 지적했다.
“본 의원이 제출받은 2021년도부터 3년간의 도정 홍보영상물 제작 관련 계약 건수가 총 31건입니다. 그중에 지상파 공영방송과 계약을 한 것이 9건이고 민간사업자와의 계약이 22건인데 그중의 절반 이상 12건이 사실상 실체도 제대로 알 수 없는 그런 특정 업체가 독식을 하고 있고 그 금액으로 2억 원이 넘습니다. 앞서 맨 처음에 띄워드렸던 연간 우리 도정 홍보영상이 2억 2000임을 감안했을 때는 사실상 1개 연도분 예산을 하나의 경제적 공동체, 실체도 없는 유령회사가 사실은 가져갔다고 봐도 무방할 것 같습니다”
김 지사 취임 이후 도청 홍보영상을 주로 제작한 이 업체는 2023년 2월 아태마스터스 영상에서 성인지 감수성 논란을 일으킨 이후에도 회사 이름을 바꿔가며 반복적으로 계약을 따냈다는 것이다.
전북특별자치도 감사위원회가 외부 홍보업체 특혜 의혹에 대한 감사를 실시 모두 16건의 불법 행위를 확인했다. 담당 공무원이 사실상 한 업체가 세운 5개의 페이퍼컴퍼니와 계약해 1억 1,000만원 상당 6건의 홍보 일감을 몰아줬고, 또 해당 업체 등과 다시 공모해 제작비를 부풀리거나 일을 하지 않았는데도 도정 홍보 사업을 진행한 것처럼 공문서를 꾸며 부당이익을 제공한 사실도 3건이나 있다고 밝혔다.
전북자치도 감사위원회는 담당 공무원과 부정행위에 가담한 2개 업체에 대해 수사를 의뢰하기로 결정했으며, 관리·감독을 소홀히 해 담당 공무원이 부패 행위를 저지르게 한 원인을 제공한 관리자들에게 신분상 문책키로 했다.
하지만 도청 주변에서는 ‘고작 3년 전 입사한 7급 임기제 담당 공무원이 16건의 비위를 저지르는 사이 팀장과 과장은 도장만 찍었다는 결론은 이해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담당 공무원은 ‘팀장, 과장, 업체, 본인까지 동석해 회의를 두 번이나 했다며 당시 자신이 업체를 어떻게 알았겠냐’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어 진실 공방으로 흐르는 양상이다.
특히 ‘당시 책임자 역시 퇴사했다는 이유로 문책 대상에 들지 않았다’는데 당시 부서 책임자는 김 지사가 국회에서 활동할 때부터 정당 당료를 지낸 친근한 사이로 김 지사가 도지사에 당선되자 전북으로 내려와 공무원 생활을 시작한 전형적인 ‘어공(어쩌다 공무원)’으로 일부에서는 김 지사와의 연관성에 대해서도 의혹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또 홍보예산 중 언론사 광고비의 ‘불투명한 집행 기준’과 ‘천차만별의 집행 내역’도 논란이 되고 있다. 2023년도 20억원 상당의 언론사 홍보비가 효과성 분석 자료도 없이 주먹구구식으로 집행되고 특정 언론사와 방송사에 몰아주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전북자치도가 도민 혈세 수십억원을 도정 홍보 차원을 명분 삼아 일부 언론사를 먹여 살리고 있다는 비판이다.
시민사회단체 대표들은 “전북자치도의 공적 예산이자 혈세인 홍보예산이 제대로 된 집행 과정 없이 운용되고 있다는 것이 만천하에 드러났다”며 “‘광고 용돈’ 의혹까지 불러온 전북자치도 대변인실 광고비 지급 논란은 대다수 지역 언론의 이해관계와 침묵 속에 거론되지 않는 불편한 현실을 보여주고 있다”고 문제의 심각성을 지적했다.
대변인실 간부가 자신에게 비판적인 기사를 썼던 기자들에게 전북기자협회 연수를 빌미로 광고비를 지급한 정황이 드러났다는 것인데, 기자 7명에게 1개 언론사당 400만원씩 2800만원의 광고비를 지급해 입막음을 시도하려고 했고, 대변인실 내에서 홍보비 예산의 선심성 지급을 놓고 직원과도 갈등을 빚었다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우호적인 보도로 만들기 위해서 광고비를 지급했다면 이는 묵과할 수 없는 ‘관-언 유착’이라 할 수 있다.
전북자치도의 홍보라인 ‘비리’에는 김 지사의 특별채용 소위 ‘낙하산 인사’들이 모두 중심에 있다. 얼마 전 공직사회를 떠들썩하게 했던 ‘갑질과 비하 발언 논란’을 빚는 고위 공무원의 사례와도 맥을 같이 한다. 업무 특성상 전문직 공무원으로 임용했다고 하지만 그들에겐 공직자가 갖춰야 할 ‘공심(公心)’이 부족하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들린다.
공직자의 부패 행위는 직급 고하와 직위 여부를 떠나 도민들에게 주는 영향과 상처가 크다. 하지만 전북자치도는 감사 결과가 나왔는데도 어떠한 재발 방지 대책도 내놓지 않고 있다. 비위공직자와 논란을 야기한 공무원에 대해서는 성역 없이 엄정 조치하고 도지사가 직접 도민들에게 경위를 상세히 밝히고 사과해야 한다.
도청에서 홍보라인은 매우 중요한 기능과 역할을 수행한다. 도 정책을 도민들에게 알려 도민과 지자체간의 소통 창구를 만들고, 무엇보다 도지사의 정책 의지와 도정 방향을 대변하여 도민들에게 도지사에 대한 신뢰를 조성하고 정책 구현의 토대를 만든다.
그래서 홍보라인에는 그 분야의 전문가를 기용하고 도민들은 ‘특별채용’에 대해서도 비교적 관대한 편이다. 그러나 홍보라인의 소위 전문가들이 비리와 편법에 연루되었다면 이는 도지사의 ‘얼굴’에 먹칠을 하는 거나 다름없다. 도민들은 도지사와의 향후 대처에 관심이 크다. 도민들의 의구심을 일소할 수 있는 획기적인 개선 방안과 조치가 나와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