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300억’ 거래 취소, 블루오션 사태…증권사 “책임 없다”

‘6300억’ 거래 취소, 블루오션 사태…증권사 “책임 없다”

미국 주간거래 서비스 중단, 취소 금액 6300억원 수준
현지 ATS 문제에 증권사 책임전가 ‘어렵다’
이복현 “투자자 자율 의사결정 침해, 책임 있어”

기사승인 2024-08-28 06:00:05
증권사 홈페이지 갈무리

국내 증권사들이 미국 주식 주간거래 서비스 중단 사태와 관련해 보상 책임이 없다고 투자자에게 안내했다. 아직 조사 단계인 증권사도 있으나 사고 원인이 현지 대체거래소(ATS) 블루오션에 있다고 보는 만큼 손실 보상은 어렵다는 입장이다. 다만 정규장 거래까지 롤백이 지연된 것은 향후 보상 판단의 쟁점으로 부각될 전망이다. 

2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전날 NH투자증권은 블루오션 사태 피해 투자자에게 미국 주식 주간거래 중단 및 주문 취소, 복구작업에 따른 정규장 지연 문제에 대한 증권사 귀책사유가 없다는 취지의 입장문을 전달한 것으로 확인됐다. 

같은날 삼성증권도 약관에 명시된 과실 사유가 없는 만큼,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하기 어렵다는 내용을 담은 안내문을 고지한 것으로 확인됐다. 공통적으로 거래재개 지연은 블루오션의 일방적인 중단 및 통보에 따른 사태에 기인한다는 주장을 근거로 들었다.

KB증권은 아직 관련 고객들에게 안내 회신을 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KB증권 관계자는 “각 민원의 유형별로 민원인의 주장 및 요구사항에 대하여 현재 사실조사 중이다”라며 “이후 당사 보상기준 및 과거사례 등을 참고하여 내부 절차를 거쳐 민원인에게 회신할 예정이다”고 설명했다. 

이같은 사태의 시발점은 미국 현지 ATS인 블루오션에서 시스템 장애가 발생한 영향이다. 미국 주식 주간거래 서비스는 국내 19개 증권사가 현지 ATS와 계약을 체결해 제공하는 구조다. 블루오션은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와 미국 금융산업규제국(FINRA)으로부터 주간 거래를 승인받은 유일한 ATS다.

미국 주식 주간거래 중단은 지난 5일 글로벌 증시 대폭락이 발생한 ‘블랙 먼데이’ 사태 때 발생했다. 당시 블루오션은 개장 전 서둘러 주식을 팔거나 저점 매수를 노리는 투자자들의 주문이 급격하게 몰리자, 한국 시간 기준 오후 2시45분 이후 들어온 모든 거래를 일방적으로 취소했다. 이에 따른 국내 투자자들의 주간거래 취소 금액은 6300억원으로 추산됐다. 계좌 수로는 약 9만개에 이른다.

특히 주간거래 서비스를 통해 주식을 거래한 투자자들은 결제분 취소 작업 지연으로 프리마켓과 정규 시장까지 주식거래를 진행하지 못했다. 전날 입장문을 내놓은 NH투자증권, 삼성증권과 사실조사 단계에 있는 KB증권은 정규장 이후에도 거래가 재개되지 않아 일정 시간 정지됐던 증권사다. 

이들을 제외한 다른 증권사들은 정규장 이전에 주간거래의 매수·매도 주문을 취소하는 이른바 ‘롤백’ 작업을 마무리했다. 한국투자증권과 미래에셋증권, 유안타증권 등은 정규장 개장 전 복구에 성공했다. 토스증권은 프리마켓 개장 전에 정상화를 완료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NH나 삼성증권 같은 경우는 주간거래 정상화 처리가 늦어지면서 정규 시장에 영향이 있던 회사들이다”라며 “빠른 조치를 완료한 증권사들은 별도의 입장문을 안내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투자업계에서는 이번 사태에 대한 책임과 보상을 증권사들에게 묻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고있다. 외부에서 발생한 문제가 주된 원인이기 때문이다. 증권사들이 미국 주간거래 서비스 위험성에 대한 내용을 약관으로 알린 점도 이를 뒷받침한다. 증권사의 ‘외화증권 매매거래설정 약관’에는 현지거래소 시스템 오류 또는 업무절차 등의 사유로 매매가 제한될 수 있다는 점이 명시됐다.

그러나 ‘롤백’ 시점이 늦어졌던 것에 대해서는 향후 쟁점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증권사들은 투자자 보호를 위한 오류 방지 시스템을 구비해야 한다. 따라서 취소작업 지연을 증권사 과실로 본다면, 보상이 불가피하다는 관측도 있다. 업계 고위 관계자는 “정규장이 시작되기 전까지 시스템 정상화가 이뤄지지 않은 것 등에 대해 고의·과실 여부 등을 세세하게 묻고 따진다면, 쟁점은 몇 가지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 8일 금융투자협회에서 열린 자산운용사 대표(CEO) 간담회 이후 기자들과 만나 미국 주식 주간거래 서비스 중단 사태와 관련해 “투자자의 거래 대금이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지만 이익 미실현, 취득 후 손실 발생 등 손익 발생 여부를 따져봐야 한다. 문제를 어떻게 보냐에 달려있다”며 “투자자 개인들의 자율적인 의사결정이 침해됐다는 것만으로도 이걸 준비한 자들의 책임이 있다. 원인 관계를 밝히고, 중개사(증권사)들의 책임이 있다면 자율조정을 통해 해결하겠다”고 강조했다. 

현재 미국 주식 주간거래 서비스를 제공했던 국내 19개 증권사는 지난 16일부터 주간거래를 일시적으로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금융투자협회는 이들 증권사를 대표해 블루오션에 성명서를 발송하고, 시스템장애 원인에 대한 철저한 조사와 재발방지 대책 수립을 강력히 요구했다. 그러나 블루오션은 지난 23일 금투협에 보낸 답변서에서 “현지 ATS 관련 법령에 따라 보상 책임이 없다”는 취지의 입장을 전했다. 블루오션은 SEC와 FINRA에 이번 사태에 대해 보고했지만, 별다른 제재는 없었다고 밝혔다.

이창희 기자
window@kukinews.com
이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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