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금부자만 집 사라?” 아우성…뒤늦게 수습 나선 당국

“현금부자만 집 사라?” 아우성…뒤늦게 수습 나선 당국

금감원장 은행권 압박
금리인상 릴레이·대출규제도 ‘들쭉날쭉’
뒤늦게 교통정리 나선 금융위
“누구 말 들으란 건지” 은행도 혼란

기사승인 2024-09-07 06:13:03
쿠키뉴스 자료사진

지방은행, 보험사까지 대출 문턱을 올리며 ‘대출 난민’이 속출하고 있다. 금융당국은 뒤늦게 수습에 나섰다.

7일 금융권에 따르면 은행권 대출 틀어막기로 인한 풍선효과가 제2금융권으로도 번지고 있다. 삼성생명은 지난 3일부터 유주택자 주택담보대출을 제한했고, 최저금리 2.85%로 일명 ‘주담대 성지’로 불렸던 iM뱅크 마저 지난 5일 금리를 0.5~0.6%포인트(p) 인상했다.

금융감독원의 가계부채 관리 주문에, 시중은행들은 지난 7월부터 시작해 20여 차례 대출금리를 일제히 올렸다. 하지만 이복현 금감원장이 지난달 25일 “최근의 은행 가계대출 금리 상승은 당국이 바란 게 아니다”라고 발언했고 은행들은 비가격 정책을 꺼내들었다. 

금감원 개입에…“대출 한도가 반토막” 실수요자들 원성

그 결과 은행들은 △조건부 전세자금대출 취급 중단 △플러스모기지론(MCI·MCG) 가입 제한 △주택을 담보로 한 생활안정자금 대출 한도를 1억원으로 축소 △1주택자 수도권 주택 추가 구매 목적의 주담대 제한 △주담대 최장 대출기간을 30년으로 축소 등 각종 대출 규제안을 우후죽순 쏟아냈다.

은행마다 제각각인 대출 규제로 대출시장 혼란이 가중되고, 빗장을 걸어잠근 시중은행 대신 제2금융권, 3금융권 등으로 내몰리는 차주들이 생기고 있다. 또 갭투기를 막는 취지는 좋지만, 오히려 전세 씨가 말라 취약차주가 타격을 입는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금감원에서 연 ‘가계대출 실수요자·전문가 현장 간담회’에서도 현재 월세로 살고 있는 집을 매수하고 싶은데, 최근 한달 새 대출한도가 1억원에서 5000~6000만원으로 큰 폭으로 줄어 보험사 주담대를 고민 중이라는 사례(50대, 무주택 신규구입 차주) , 주택 매입을 위해 계약금은 지급한 상태인데, 잔금 일정이 10월 말이라 그사이 추가 규제가 나오면 충분한 자금을 마련하지 못할까 우려하는 사례(30대, 무주택 신규구입 차주) 등 토로가 쏟아졌다. 

김병환 금융위원장이 6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가계부채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정진용 기자

제동 건 금융위 “은행들이 알아서 관리”

하지만 금융위원회가 등판해 여기에 제동을 걸었다. 김병환 금융위원장은 6일 예고 없이 가계부채 관리방안 관련 브리핑을 열고 정부가 과거처럼 획일적인 기준을 정해 관리하는 것보다, 차주 개별적 상황을 잘 알고 있는 은행에서 자율적으로 관리하는 게 우선이라며 가르마를 탔다. 

논란이 됐던 실수요자 정의와 관련해서도, “정부에서 일률적으로 정할 수 없는 문제”라고 선을 그었다. 다만 “주택이 여러채거나, 내가 살 집이 아닌데 전세를 끼고 사는 경우”를 실수요자로 보기 어려운 사례로 들었고, 유주택자가 집을 구매하는 데도 다양한 이유가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정부 기조가 오락가락했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동의할 수 없다고 말했다. 앞서 정부는 2단계 스트레스 DSR 시행을 지난 7월 시행하기로 했지만 시행을 일주일 앞두고 돌연 2달 뒤로 미룬 바 있다. 이때문에 시장에 잘못된 신호를 주고, 가계부채 증가세를 잡을 기회를 놓쳤다는 비판이 나왔다. 김 위원장은 “소상공인 채무 부담 완화 방침과 부동산 PF 시장 여건 등을 감안해 바람직한 정책 조합을 찾아가는 과정이었다”고 했다.

추석 민심도 고려해, 금융당국은 조만간 은행권 자율대책을 우선으로 하되 실수요자 피해를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대책을 내놓을 것으로 보인다. 이 원장은 오는 10일 은행연합회에서 은행장들과 가계대출 정책 관련 간담회를 연다.

은행권에서는 금융위원장과 금감원장의 엇갈린 발언에 혼란스럽다는 분위기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금융위는 은행별로 실수요자를 알아서 판단하라고 하니 개별 은행별로 들쭉날쭉 대책이 나오는 상황이 당분간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면서 “금융위와 금감원 중 누구 장단에 맞춰야 하는건지 관련 부서에서도 고민이 깊다. 다음주 금감원장과 은행장 간담회 이후에야 방향성이 정해지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정진용 기자
jjy4791@kukinews.com
정진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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