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학년도 대입 수시 모집이 시작됐지만 의료계가 의료공백 사태를 해결하려면 의과대학 입학 정원 증원을 유예해 전공의들의 복귀를 유도해야 한다는 주장을 이어가고 있다. 정부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며 반대 입장을 고수했다.
9일 교육계에 따르면 전국 4년제 대학들은 이날부터 13일까지 대입 수시 원서 접수를 진행한다. 이번 수시에서 의학전문대학원인 차의과대를 제외한 39개 의대는 총 3118명을 선발할 예정이다. 정원 외를 합한 올해 39개 의대 총 모집인원 4610명의 67.6%에 해당한다.
이날 의대 입시가 본격적으로 시작되자 이를 규탄하는 내용의 의료계 성명서가 쏟아졌다. 가톨릭의대 교수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는 성명을 내고 “현재의 응급의료 상황은 한치 앞을 예상하지 못할 정도로 위기”라며 “현 위기를 해결하기 위해선 먼저 현장으로 전공의들이 돌아올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가톨릭의대 비대위는 “지금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로 정부는 결자해지의 입장에서 잘못된 정책의 집행을 멈춰야 한다”며 “의료계가 여·야·의·정 협의체에 참여하기 위해선 2025년 증원에 대한 논의가 가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잘못된 의대 정원 2000명 증원 정책으로 인해 붕괴되고 있는 의료 시스템의 현실을 직시하고 처음부터 다시 출발하기 바란다”고 덧붙였다.
서울의대·서울대병원 교수 비대위도 이날 성명을 내고 “무고한 동료들을 공공범죄수사대에 소환해 10시간 이상 조사하면서 정부는 의료계에 대화의 장에 나올 것을 요구한다”면서 “부디 정부는 합리적인 단일안을 내기 바란다. 하고자 하는 것이 대화인가 아니면 의료계 압살인가”라고 했다.
경찰은 지난달 21일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 비대위원장에 이어 서울 ‘빅5’ 병원 전공의 대표들을 소환해 참고인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서울경찰청 공공범죄수사대는 지난 5일 박재일 서울대병원 전공의에 이어 이날 김은식 세브란스병원 전공의 대표와 한성존 서울아산병원 전공의 대표를 소환했다.
서울의대 비대위는 “사태의 본질은 의대 증원이 아니라 의정 합의안의 일방적인 파기로 대표되는 신뢰의 붕괴”라면서 “여러 의대 교수는 ‘과학적 근거에 의한 합리적 의대정원 결정’을 주장해 왔고, 일관되게 제시한 의료계의 의견을 무시한 것은 정부인 만큼 정부는 ‘과학적 분석에 기반한 의료인 수요 추계’를 제시해 더 이상의 논란을 피하기 바란다”고 했다.
의협도 이날 ‘의료 정상화를 위한 대국민 호소문’을 발표하고 의대 증원 백지화가 전공의 복귀를 위한 최소 조건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정부와 정치권을 향해선 2025년과 2026년 의대 증원을 취소하고, 2027년 정원부터 논의하자고 제안했다.
의협은 “2025년을 포함한 의대 증원 취소가 없으면 전공의들은 돌아오지 않을 것”이라며 “2025년을 포함해 모든 증원을 취소하고, 현실적으로 논의가 가능한 2027년 의대 정원부터 투명하고 과학적 추계방식으로 공정하게 논의하자”고 요구했다.
올해 의대 증원 시 내년부터 수년간 의대와 수련병원의 교육이 정상적으로 이뤄질 수 없다고도 했다. 의협은 “휴학 중인 의대생들이 돌아오면 도저히 정상적인 교육이 불가능하다. 내년에 입학하는 신입생들이 휴학에 동참하지 않는다고 장담할 수도 없다”면서 “정부는 수험생의 혼란을 얘기하지만,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지키기 위한 증원 취소는 수험생과 학부모님들도 이해해 주실 것이라 믿는다”고 강조했다.
대통령실은 의료계가 여·야·의·정 협의체 구성 전제 조건으로 내세운 ‘2025년 의대 증원 재논의’ 요구에 대해 불가 입장을 거듭 밝혔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날 용산 대통령실에서 기자들을 만나 “2025년 의대 증원 유예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면서 “이미 오늘부터 2025년 수시가 시작돼 교육부에서도 대혼란을 야기할 수 있어 불가하다는 입장을 낸 바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다만 2026년 이후 의대 정원 규모는 의료계가 과학적인 근거를 갖춘 합리적인 의견을 내놓는다면 숫자에 구애받지 않고 제로베이스에서 열린 마음으로 논의하겠다”며 “의료계가 하루빨리 대화 테이블로 나와주길 바란다”고 요청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