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앞두고 우울한 청년들…“가족 만나도, 안 만나도 스트레스”

추석 앞두고 우울한 청년들…“가족 만나도, 안 만나도 스트레스”

기사승인 2024-09-15 06:05:03
쿠키뉴스 자료사진

추석 명절을 앞두고 명절 스트레스를 호소하는 20·30대 청년층이 늘어나고 있다. 결혼, 취업 등에 대한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했다는 무력감에 가족과 친척들을 만나기 부담스러운 탓이다. ‘명절 잔소리’가 두려워 가족들을 만나지 않겠다는 청년들도 적지 않다. 

전문가들은 명절 이후 자살률이 높아지는 추세를 보인다며, 우울증과 고독감으로 인해 힘들어 하지 않도록 주의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추석을 이틀 앞둔 15일, 에듀윌이 20~40대 성인 남녀 625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35.8%는 ‘추석이 오히려 스트레스’라고 응답했다. ‘추석 연휴가 기다려진다’는 답변은 64.2%에 그쳤다. 명절을 스트레스로 느끼는 이유로는 ‘가족·친척들의 참견이나 간섭’(53.3%·복수응답)을 가장 많이 꼽았다. 

연휴 중에 고향에 가지 않겠다고 답한 청년들도 상당수였다. 응답자의 48.2%(복수응답)가 ‘고향이나 부모님 댁을 방문할 예정’이라고 밝혔지만, ‘집콕 휴식’(30.2%)과 ‘자격증 또는 취업 준비’(28.4%)도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실제 청년들은 기성세대의 과도한 관심과 기대감이 부담으로 다가오는 모습이다. 취업 준비를 위해 서울로 상경한 이모(27)씨는 “사촌이 공무원 시험에 합격했다는 소식을 듣고, 명절엔 고향에 내려가지 않을 예정”이라며 “부모님 얼굴을 보면 더 우울해질 것 같아 공부나 하려고 한다”고 한숨을 쉬었다.

최모(35)씨도 “지난 명절 때 내려가지 않아 이번 추석 땐 친척집에 가야 한다”면서 “‘장가는 언제 갈 거냐’, ‘살쪘다’는 친척들의 잔소리를 떠올리면 벌써부터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토로했다.

전문가들은 명절 연휴 기간 동안 우울감, 불안감, 외로움을 호소하는 청년들이 많다며, 주변 사람들의 지지와 공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백종우 경희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명절이 가족과 함께 보내는 행복한 시간도 되지만, 취업을 못했거나 학업의 어려움을 겪는 청년들의 경우 불안감이 증가하는 것이 사실”이라며 “명절 직후 자살률이 증가하는 만큼, 불편할 수 있는 질문을 하지 않는 것이 가장 좋다”고 말했다. 

이어 “만약 안색이 좋지 않거나 우울해 보인다면, 함께 모인 자리가 아닌 일대일로 만나 자존감을 지켜주는 배려를 하며 접근하는 것이 힘든 상태를 표현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줄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명절을 혼자 보내는 청년들은 우울감에 빠지기 쉽다며, 되도록 주변 사람과 만날 것을 권하기도 했다. 황태연 한국생명존중희망재단 이사장은 “세계보건기구(WHO)는 고독감이 15개비의 담배를 피우는 수준으로 위험하다고 한다”며 “고독감, 외로움 자체가 신체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뜻”이라고 짚었다.

그러면서 “긴 명절 연휴에는 혼자 있지 말고, 함께 어울리는 시간을 갖길 바란다. 혹시 우울감이 심해진다면 SNS 채널 ‘마들렌’ 서비스 등을 통해 도움을 요청했으면 한다”고 전했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예방 상담전화 ☎109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김은빈 기자
eunbeen1123@kukinews.com
김은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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