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 GPS 신호와 경고로 운항 중인 조종사의 주의가 분산돼 항공기 이·착륙 시 위험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6일 SkAI 데이터 서비스(SkAI Data Services)와 취리히 응용과학대학 분석에 따르면 GPS 교란의 영향을 받는 항공편은 지난 2월 하루 수십 편에 달했다.
GPS 교란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중동 전쟁에서 상대방의 작전·통신 네트워크를 교란하기 위한 전자전(electronic warfare)으로 발생하고 있다. 항공업계는 GPS 교란이 약 1년 전부터 민간 여객기에 영향을 미치기 시작고, 최근 6개월간 가짜 GPS 신호가 급증한 것으로 보고 있다.
GPS 교란은 주로 전쟁 지역에서 상대 드론과 미사일을 막기 위해 가짜 신호를 보내는데, 전쟁 지역을 넘어 민간 항공기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 만약 가짜 신호가 민간 여객기의 위치정보시스템(GPS)에 영향을 미치면, 비행경로를 잘못 지정하는 등 GPS 교란(spoofing·스푸핑)이 수시로 발생할 수 있다.
드론과 미사일을 막기 위해 상대 네트워크에 보내는 가짜 신호가 전 세계 항공업계에 새로운 위험이 될 수 있어 대책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실제로 지난해 9월 GPS 교란으로 민간 항공기가 허가 없이 이란 영공으로 진입할 뻔했다. 지난 7월에는 착륙을 시도하던 보잉 787기종은 GPS 신호가 꺼지면서 지상에서 불과 50피트(약 15m) 상공에서 다시 이륙하는 등 두 번의 착륙을 포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직 큰 사고는 발생하지 않았지만, 미국 연방항공청(FAA)의 위성항법 수석 과학자인 켄 알렉산더는 가짜 GPS 신호와 경고로 비상사태까지 겹치면 끔찍한 사고가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국내 항공 운항 업계 관계자도 위와 같은 우려에 공감했다.
관계자는 “신호 교란은 항로 순항 중일 때보다 이·착륙 시 더 위험하다”며 “특히 기상 환경이 안 좋은 날에 착륙할 때는 조종사가 오토매틱이 아닌 직접 컨트롤하는 계기착륙을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계기착륙을 할 때는 정밀 신호를 받는다. 이때 활주로에서 이륙을 준비하는 다른 항공기들의 전파가 정밀 신호와 충돌하면 서로 방해가 될 수 있어 활주로에서는 기존 대기선보다 멀리 떨어뜨려 놓는다”며 “이런 와중에 가짜 신호로 교란이 생기면 위험한 사고가 생길 수 있다”고 설명했다.
조종사들도 잠재적 GPS 교란을 식별하고 비상시 GPS를 사용하지 않고 운항하는 법을 배우는 등 대책 마련에 나서는 모습이다. 아메리칸 항공과 유나이티드 항공은 가짜 GPS 신호를 받았을 때 조종석의 회로차단기를 재설정하는 방안도 논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