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은 내년 예정된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시행 찬반을 두고 토론회를 진행했지만 끝내 결론을 내지 못했다. 민주당 일각에서는 유예를 넘어 폐기 목소리까지 나오며 혼란이 이어지고 있고, 국민의힘과 개미투자자들은 야당의 빠른 입장 정리를 촉구하며 공세를 가하고 있다.
금투세에 대한 총의를 모으고자 진행한 토론회가 오히려 불필요한 논란만 키웠다는 평가다.
25일 민주당은 향후 한 달간 금투세에 대한 당 내외 여론을 수렴한 뒤 당론을 정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이해식 당대표 비서실장은 이날 오후 부산 금정구 범어사 방문 일정을 마친 후 기자들과 만나 “금투세를 유예할지 시행할지에 대해서는 앞으로 한 달여에 걸쳐 당내 의견을 수렴하고 의원 총회를 열어 방향을 정하자는 얘기가 지도부에서 나왔다”고 했다.
당초 토론회 이후 빠른 시일 내에 금투세에 대한 입장을 정하겠다고 했던 민주당이 한 달여 동안 여론 수렴 기간을 마련한 것은 ‘토론회 후폭풍’ 때문으로 보인다.
친명계 좌장 정성호 의원은 이날 MBC 라디오 인터뷰를 통해 금투세 토론회에 대해 “결국 갈등을 해소하는 과정이 아니라 오히려 더 강화한 것 같다”고 평가했다. 나아가 ‘폐기’를 주장하기도 했다. 그는 “지금처럼 갈등이 심화한 상태에서는 유예 정도로 정리가 될 것 같지 않아 보인다”며 “금투세를 일단 폐기한 다음 민주당이 집권해서 주식시장을 살려놓고 상승기에 다시 여론을 모아 전체적인 금융 투자 소득에 대해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여당은 민주당의 토론회를 “요란한 빈 수레”라고 비판하며 금투세 폐기를 촉구했다. 신주호 국민의힘 상근부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통해 “‘토론회는 역할극’이란 문자가 공개되며 쇼에 그칠 것이라 예측했지만, 안 하느니만 못한 토론회가 될 줄은 몰랐다”며 “민주당은 이재명 대표가 언급했다는 이유로 ‘금투세 유예’에 대해서만 거론했다. 그러나 토론회를 실시간으로 보던 국민 대다수는 ‘금투세 폐기’를 요구하고 있다. 지금이라도 금투세에 대해 책임 있는 답을 내놓길 바란다”고 꼬집었다.
실제로 이번 토론회에 대한 개미투자자들의 불만이 쏟아지기도 했다. 김영환 의원이 토론회 질의응답 과정에서 “(금투세 시행으로 국내 증시가) 우하향한다고 신념처럼 갖고 계시면 인버스 투자하시면 되지 않나”고 말하면서다. 해당 발언으로 토론회 직후 김 의원의 개인 블로그에는 1200여개의 비판 댓글이 달렸다. 토론회 직전에는 이강일 의원이 한 투자자에게 ‘토론회는 역할극’이라는 문자 메시지를 보내 투자자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논란이 되기도 했다. 민주당 지도부는 금투세 토론회 과정에서 발생한 각종 설화를 의식한 듯 소속 의원들을 향해 언행에 주의를 기울여 달라고 주문했다.
민주당이 금투세 당론 결정에 속도 조절에 나서면서, 열쇠를 쥔 이 대표의 입에 눈이 쏠리고 있다. 이재명 대표는 금투세와 관련해 내외부의 의견을 더 청취한 뒤 결단을 내리겠다는 입장이다.
다만 이 대표가 지난 전당대회 기간 ‘유예’ 목소리를 낸 만큼, 유예로 무게 추가 기운 것이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전날 토론회에서 ‘유예팀’으로 참여한 이소영 의원은 이날 SBS라디오에서 “개인적인 예측을 묻는다면 유예 쪽으로 확실히 기울었다고 느꼈다”며 “꽤 많은 의원이 ‘입장을 정하지 못하고 있었는데 확실히 지금은 미루는 것이 맞는 것 같다’는 말씀을 주셨다”고 말했다.
당 핵심 관계자는 “지도부 내에서 도입 유예 의견이 많은 것 같다”며“금투세 취지는 옳지만 민주당이 집권 여당이 된 이후 시행해야 한다는 생각이 큰 것 같다. 다른 경제 정책과 금투세를 병행 시행하는 것이 효율적이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민주당은 전날 금투세 토론회를 마친 뒤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를 위한 상법 개정 등을 당론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들은 “토론 결과, 필요성과 시급성이 모두에게 인정된 주식시장 밸류업 정책을 신속하게 추진하겠다”며 “이사의 충실의무 확대, 대기업 집중투표제 활성화 등 기왕에 발표한 ‘코리아 부스트업 5대 프로젝트’를 법률안으로 성안해 당론으로 추진하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