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심한 고혈당 증세가 나타난 8세 소아가 이른바 ‘응급실 뺑뺑이’를 겪은 일이 발생했다. 환자단체는 의료공백 장기화로 인해 제때 치료를 받지 못하는 1형당뇨병 환자가 늘고 있다며 우려의 목소리를 높였다.
충북 소방본부에 따르면 지난 27일 오후 10시24분쯤 청주시 서원구에서 “아들의 당 수치가 높으니 도와달라”는 보호자 A씨의 신고가 접수됐다. 이내 병원 이송을 위한 수소문이 이뤄졌지만 충북은 물론 인근 충남, 세종, 대전 지역의 병원 9곳 모두 소아 전문의가 없거나 병상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수용이 어렵다고 했다. A씨의 아들인 8세 소아 B군은 자정을 넘겨 신고 접수 2시간30분 만에 인천 인하대병원에 입원할 수 있었다.
한국1형당뇨병환우회에 따르면 B군은 119 신고 당시 1형당뇨병을 진단 받기 전 상태였다. 환우회 관계자는 “1형당뇨는 단순히 고혈당에 따른 인슐린 주입을 위해 응급실을 찾지 않는다”며 “아이는 오랜 기간 고혈당 상태가 유지돼 다음, 다식, 다뇨, 쇠약, 당뇨병성 케톤산증 등의 증상을 보였다”라고 설명했다.
1형당뇨병은 췌장에서 인슐린이 분비되지 않는 병으로, 인슐린을 주입하는 치료가 필수적이다. 인슐린 치료를 받지 않으면 고혈당이 악화돼 당뇨병 케톤산증을 동반한 급성 합병증이 나타날 수 있다. 특히 고혈당으로 인한 급성 합병증은 초기에 적정 대처를 취하지 않을 경우 사망까지 이어질 수 있다. 반대로 저혈당 상태로 오랜 시간 방치되면 뇌 기능 저하, 경련, 발작, 쇼크 등이 일어난다.
환우회 관계자는 “환우회 내에서 1형당뇨를 진단 받기 전 응급 상황에서 ‘응급실 뺑뺑이’를 경험하는 사례가 많다”고 짚었다. 이어 “긴급 저혈당 상태에서 응급실을 찾지 못해 처치가 늦어져 심각한 후유증을 갖게 된 환자도 있다”면서 “최근에는 1형당뇨가 있다는 이유로 다른 질환 치료를 거부당한 사례까지 이어진다”고 토로했다. 관계자는 또 “의료공백으로 인해 환자들의 피해와 불안이 날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며 “적극적이고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한 시점이다”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