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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마가 찢어져 응급실을 찾은 환자가 병원 3곳을 옮겨 다니다 숨진 사건과 관련해 의료진 6명이 검찰에 넘겨졌다.
대구경찰청은 지역 상급종합병원 3곳의 의료진 6명에게 ‘응급의료법’ 위반 혐의를 적용해 검찰에 불구속 송치했다고 19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환자 A씨는 지난해 4월 이마가 찢어지는 상처를 입고 지역의 한 상급종합병원 응급실을 찾았지만 “성형외과 치료가 필요하다”는 의료진 판단에 따라 성형외과가 있는 다른 상급종합병원으로 이송됐다. 하지만 두 번째로 찾은 병원에서 “당일 진료가 불가능하다”는 답을 들었다. A씨는 또 다른 지역의 상급종합병원으로 보내졌다.
A씨는 마지막으로 도착한 병원에서도 “성형외과 치료를 할 수 없다”는 말을 들었고, 구급차로 또 다른 병원으로 옮겨 갈 준비를 하던 중 혈압과 맥박이 떨어져 심정지 상태에 빠졌다. 이후 심폐소생술 등을 받았으나 결국 숨졌다.
유족의 진정으로 수사에 나선 경찰은 A씨가 숨지기 전에 찾았던 병원 3곳 모두 제대로 된 응급조치를 취하지 않았다고 결론 짓고 의료진 6명을 응급의료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넘겼다. 다만 해당 의료진에게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는 없는 것으로 판단했다. A씨의 사망에 대한 병원 간 책임 소재를 가리기가 명확하지 않고, 혐의를 입증할 증거 역시 불충분하다는 이유에서다.
이에 대해 의료계는 반발했다. 대한응급의학회는 지난 17일 입장문을 통해 “정부가 작년 9월 발표한 ‘응급의료법상 진료 거부의 정당한 사유 지침’을 경찰이 제대로 반영하지 않은 채 수사를 진행했다”고 했다. 이 지침에는 통신·전력의 마비, 인력·시설·장비의 미비 등 응급환자에 대해 적절한 응급의료를 행할 수 없는 경우는 진료 거부·기피의 정당한 사유에 해당한다고 명시돼 있다.
응급의학회는 성형외과 전문의가 부재한 상태에서 적절한 처치를 받을 수 있는 병원으로 환자를 전원하는 것은 정당한 조치였다며 이번 사건이 의료진의 법적 부담을 가중시키는 선례가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학회는 “환자가 사망했다는 이유만으로 응급진료를 담당했던 모든 의사에게 법적 책임을 묻게 된다면 앞으로 필수의료와 응급의료 제공이 더욱 위축될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