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풍과 MBK파트너스 연합이 고려아연 공개매수가를 기존 75만원에서 83만원으로 상향했다.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측과 동일한 공개매수가로 설정하면서 맞불을 놨다는 분석이다.
4일 영풍·MBK 측은 고려아연 공개매수가를 기존 주당 75만원에서 83만원으로 10.7% 추가 인상하고, 발행주식총수의 약 7%였던 최소 매수 수량도 삭제하기로 했다. 최대 매수 수량은 14.6%로 유지한다. 이는 가격과 조건을 모두 최 회장 측의 공개매수 조건과 맞춘 것이다.
전 거래일인 지난 2일 고려아연 거래량이 77만주로 18년 만에 최대치였던 것을 감안하면 영풍·MBK 측의 이러한 결정은 시장 내에서 어느 정도 예상됐다는 후문이다. 실제로 이날 고려아연의 종가는 77만6000원으로 상승 마감해 최 회장 측에 유리하게 작용했고, 이를 지켜보던 영풍·MBK는 장 마감 직전 이 같은 결정을 내렸다.
이번 영풍·MBK의 결정으로 고려아연에 대한 공개매수 기간도 오는 14일까지 연장됐다. 최 회장 측의 고려아연 자사주 공개매수 기간(오는 23일)보다 먼저 끝나기 때문에, 향후 최 회장 측의 추가 결정에 관심이 모이고 있다.
영풍·MBK는 앞서 그룹의 ‘핵심 고리’인 영풍정밀의 공개매수가도 최 회장 측과 동일한 주당 3만원으로 인상한 바 있다. 시장에서는 영풍정밀의 경우 공개매수가가 동일하게 맞춰지면서 영풍·MBK 측이 유리한 위치에 섰다는 분석이다. 영풍·MBK는 영풍정밀 유통 물량 전체에 해당하는 43.43%를 공개매수하는 반면, 최 회장 측은 25%다. 투자자 입장에선 같은 가격임에도 영풍·MBK의 청약확률이 100%지만 최 회장 측 청약확률이 57.6%인 셈이다. 최 회장 측이 추가로 가격을 올리지 않고서는 투자자들이 영풍·MBK의 손을 들어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영풍·MBK가 영풍정밀 경영권(1.85%)을 확보하면 고려아연에 대한 의결권 3.7%를 높이는 효과가 발생한다.
영풍정밀, 고려아연 공개매수에 대한 영풍·MBK의 공세가 이어진 상황에서 관건은 최 회장 측의 ‘실탄’이다. 고려아연과 우호 사모펀드 베인캐피탈이 투입할 수 있는 자금은 총 3조1000억원(베인캐피탈 약 4000억원)이다. 고려아연은 자사가 부담해야 할 2조7000억원 중 1조5000억원을 기존 보유 현금 등 사내 유동자산으로 충당하고, 나머지는 금융기관 차입금으로 마련할 계획이다. 영풍·MBK와의 연장전에 대비할 ‘즉시 전력’ 자산이 확보됐다는 뜻이다.
장외전도 변수 중 하나다. 영풍은 지난 2일 서울중앙지법에 고려아연의 자기주식 취득 목적의 공개매수 절차를 중지하라는 가처분 신청을 재차 제출한 바 있다. 이에 대해 고려아연 측은 “해당 재판부를 무시한 것을 넘어 시세조종과 시장 교란 의도를 가진 악의적인 행위”라고 비판했다.
다만 공개매수에 대한 결과가 어떻게 나오더라도 공개매수가 인상 행렬에 따른 ‘승자의 저주’는 두 곳 모두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영풍·MBK 측이 지난달 26일 1차 공개매수가를 조정(고려아연 66만원→75만원, 영풍정밀 2만원→2만5000원)할 당시 투입 자금은 대략 2조2700억원대로 추산됐다. 이번 2차 공개매수가 인상으로 부담해야 할 총 자금은 2조5000억원대까지 늘어났을 것으로 예상된다. 최 회장 측 역시 실탄이 확보됐다지만 영풍정밀, 고려아연 공개매수가를 모두 인상한 영풍·MBK의 결정에 따른 대응이 사실상 불가피해 자금 부담이 한층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