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 매트리스’ 진화…“수면 질 높이고 의료적 혜택도” [D.H 인터뷰]

‘스마트 매트리스’ 진화…“수면 질 높이고 의료적 혜택도” [D.H 인터뷰]

임정 앤씰 수면연구소장
AI·생체신호 통해 수면상태 분석…생활 교정 및 무호흡 개선 도움
“병원 찾기 전 수면문제 파악할 수 있도록 슬립테크 지원 이어져야”

기사승인 2024-10-07 11:00:04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가상현실(VR) 등 디지털 기술이 일상을 주도하는 시대가 도래했다. 의료·헬스케어 서비스도 디지털 기술을 접목하면서 효율적이고 선제적인 진료, 치료, 관리가 가능한 세상을 열고 있다. 디지털 헬스케어(Digital Healthcare, DH)는 어디까지 손을 뻗칠 수 있을까. 쿠키뉴스는 산업 곳곳에 포진해있는 디지털 헬스케어 전문가들을 마주하고, 혁신을 말하는 기술의 현재와 미래를 알아본다. [편집자주]

임정 앤씰 수면기술혁신연구소장. 쿠키건강TV

최근 수면장애를 겪는 사례가 늘면서 ‘슬립테크(Sleeptech)’ 시장이 주목받고 있다. 슬립테크란 인공지능(AI), 빅데이터, 인터넷정보기술(IoT)를 활용해 맥박, 뇌파 등 생체신호를 분석하고 최적의 수면 환경을 조성해 수면의 질을 높이는 기술·산업을 말한다. 

가구, 침구 같은 전통적인 수면 관련 업계부터 TV, 조명, 스피커 등을 아우르는 가전업계까지 많은 기업이 다양한 융합기술을 선보이고 있다. 사용자의 수면 단계에 따라 온도, 조명을 조절하거나 스트레스, 불면에 시달릴 경우 이마에 부착한 기기를 통해 뇌파를 조절하는 제품도 있다. 또 수면 중 무호흡 상태를 확인하고, 고개나 몸의 위치를 바꿔주는 기술도 등장했다. 

다만 슬립테크 제품 대부분은 ‘웰니스(wellness)’ 영역에서 멈춰있다. 의료기기나 수면장애 보조 치료기기로 인정받기 어려워 보험이 적용되는 제품이 적다. 수면에 대한 국민의 미충족 수요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국가 검진 차원에서 수면 검사와 보장성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건강한 수면을 위한 매트리스 기술을 연구하고 개발하는 임정 앤씰 수면기술혁신연구소장을 만나 슬립테크 시장의 동향과 발전 방향에 대해 들어봤다. 

Q. 질 좋은 수면을 원하는 수요가 커지고 있다. 수면 헬스케어 산업 동향은 어떠한가.

최근 5년간 수면장애에 따른 진료비가 3000억원에 육박할 정도로, 양질의 잠을 이루지 못하는 환자들이 지속적으로 늘고 있다. 글로벌 리서치 기관에 따르면, 오는 2030년 전 세계 수면시장 규모가 40조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병원에 가서 검사하고 처방을 받는 번거로운 치료 과정 전에, 일상 속에서 간편하게 수면장애를 예방하고 치료하는 슬립테크 수요가 나날이 커지고 있다. 아울러 다양한 기술 분야가 융합되면서 빠른 성장을 보이는 추세다. 

Q. 슬립테크 산업에서는 어떤 기술들이 등장하고 있나.

요즘 출시되는 슬립테크 제품들을 보면 AI 기술을 바탕으로 한 세 가지 키워드가 관통하고 있다. 바로 ‘즉각적 일상 관리’, ‘개인 맞춤형’, ‘비용 절감 및 간편화’다. 스마트워치나 스마트링, 웨어러블기기 등으로 생체신호를 감지하고 수면 상태를 파악해 진단, 치료, 관리 등 수면에 관한 종합적인 서비스를 제공하는 플랫폼들이 생겨났다. AI 기반 설문지와 센서 알고리즘을 이용해 고객의 증상을 진단하고, 전문가를 연결해 수면 테스트를 진행한 뒤 증상에 맞는 치료법을 제공하는 식이다. 

일례로 디지털 치료제는 사용자의 수면 습관, 환경 등을 분석해 개인의 수면 리듬에 맞는 치료·예방 방법을 제시한다. 생체 센서로 호흡, 움직임, 심박동수 등 데이터를 측정하고 사용자에 맞게 각도를 조절하는 베개나 스마트 매트리스도 출시됐다.   

Q. 최근 글로벌 시장에서 주목받은 기술은 무엇인가.

앤씰의 스마트 매트리스의 경우 국제전자제품박람회(CES) 혁신상을 5개 부문에서 3년 연속 수상했다. 특히 사용자의 수면 자세를 분석하고, 호흡 상태를 인식해 맞춤형 경도를 찾아주는 세 가지 AI 알고리즘 기술력을 인정받았다. 사용자가 매트리스에 누우면 AI가 체형과 신체 특징 등을 파악한다. 이후 사용자별 매트리스 경도를 추천하고, 자동으로 최적의 쿠션감과 신체 평탄도를 맞춰간다. 사용자가 심하게 뒤척이거나 코를 많이 골면 수면을 깨우지 않는 선에서 각도를 조절한다. 현재 이를 기반으로 한 수면무호흡 완화용 의료기기 매트리스를 개발 중이다. 내년 미국 식품의약국(FDA) 허가를 위한 막바지 임상시험을 진행하고 있으며, 해외 브랜드들과의 협업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 

스마트 매트리스는 매일 다른 수면 상태를 10가지 이상의 데이터로 분류하고 리포트 형식으로 기록해 제공하기도 한다. 이를 통해 자신의 수면 습관과 장애 요소를 파악할 수 있으며, 이는 수면장애 예방 솔루션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AI 기술과 더불어 탄탄한 ‘스트링 서포터(string supporter)’ 역시 수면의 질을 높이는 데 일조한다. 수만 가닥의 실들이 팽팽히 잡아주는 공기 주입 방식의 매트리스는 누웠을 때 체형 곡선에 따라 매트리스가 밀착되고, 체압을 고르게 분산시킨다. 체압 분산이 잘 되면 잠결에 불편해서 발생하는 뒤척임이 적어지고 깊은 수면이 가능해진다. 게다가 친환경 인증을 받은 특수 제품이기 때문에 일반 매트리스와 달리 가볍고 영구적으로 사용이 가능하며, 폐기 시에는 100% 재활용할 수 있다.

Q. 향후 시장에 등장할 스마트 매트리스의 기능에 대해 설명해 달라.

다양한 연령층, 직업군을 고려한 서비스들이 나타날 전망이다. 스마트 매트리스 데이터를 바탕으로 잠에서 깨어날 때 조명과 기상 음악이 켜지고, 커피 머신이 커피를 내리는 등 생활 속에서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는 기술들이 연구되고 있다. 이를 위해 여러 가전제품 기업들과 협업하고 있다.

노년층을 위한 서비스 플랫폼도 오픈할 예정이다. 고령자는 수면 중 갑작스럽게 낙상하거나 사망할 위험성이 높다. 스마트 매트리스가 위험을 감지하고 요양병원, 보건소와 연계하는 방식의 돌봄형 프로그램을 운영할 계획이다. 청소년을 위한 키 성장, 척추측만증 예방 매트리스 그리고 장시간 운전해야 하는 직업군들에게 적합한 특수 매트리스 등도 개발 중이다.

Q. 산업 성장을 위해 이어져야할 지원 방향은.

현재 건강검진 항목에는 수면의 질이나 수면 부족을 확인할 수 있는 검사가 없다. 따라서 자신의 수면 상태를 파악하기 쉽지 않고, 수면 문제가 있어도 해결 방법을 찾거나 행동 개선까지 이어지기 어렵다. 대개 일상생활에 지장이 생길 정도가 돼야 비로소 병원을 찾아 약물, 상담, 처치 등을 받는다. 병원 문턱을 높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고, 비급여 약값에 대해 부담을 느끼는 경우도 적지 않다. 수면 치료에 대한 보건의료 지원 시스템이 취약한 실정이다. 장기적으로는 슬립테크 기기들이 수면장애 치료를 보조하는 역할로써 인정을 받고, 건강보험이 적용될 수 있어야 한다. 병원을 찾기 전에 1차적으로 슬립테크를 통해 자신의 문제점을 찾아내고 습관을 개선하거나 전문가를 연결 받는다면 사회적으로도 비용과 시간을 아낄 수 있을 것이다. 

환경 정책의 변화도 필요하다. 당장 내년부터 유럽 국가들은 매트리스 소각 및 매립을 금지하고, 재사용 비율이 50%를 넘지 않는 제품에 대해서는 패널티를 부과하도록 정책을 바꿔나가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매트리스 관련 환경 법안은 선진국에 비해 뒤떨어져 있다. 이에 따라 대부분의 기업들은 해외 수출에 대한 대비가 부족한 상태다. 하루빨리 구체적인 환경 법안과 지침을 만들고, 정부 차원의 투자가 뒷받침된다면 세계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춘 국산 슬립테크 브랜드가 탄생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박선혜 기자
betough@kukinews.com
박선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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