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밀던 ‘가루쌀’ 제품, 판매부진·단종 행렬…“할인해도 활성화 미지수”

정부 밀던 ‘가루쌀’ 제품, 판매부진·단종 행렬…“할인해도 활성화 미지수”

식품업계 30개 업체서 면·빵·음료 등 가루쌀 제품 개발
올해 120개 제품 출시 예상…판매 부진에 지속 생산 장담 못 해
농식품부 “할인지원·상시 온라인몰 통해 소비 안정화할 것”

기사승인 2024-10-22 09:50:08
지난 12일 서울 성동구 성수동에서 열린 신세계푸드 유아왓유잇 식물성 제품 시식 행사에서 방문객들이 가루쌀 음료를 맛보고 있다. 사진=김건주 기자 

정부가 쌀 가공제품 소비확대를 위해 기업들과 만든 가루쌀 제품들이 고물가 대비 비싼 가격과 인지도 부족 등으로 판매 부진을 겪고 있다. 일부 가루쌀 제품은 단종으로 이어지는 등 소비 확대가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22일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올해 농식품부 ‘가루쌀 제품화 패키지 지원사업’에는 농협경제지주·하림·성심당 등 30개 식품기업 중 25개 기업이 참여해 지난달까지 77종의 가루쌀 제품을 출시했다.

해당 사업은 가루쌀 생산규모에 맞춰 소비기반을 구축하고 실질적인 소비 확산을 도모하고자 가루쌀을 활용한 쌀 가공식품과 외식상품 개발을 지원하는 사업이다. 쌀 품종이지만 전분 구조가 밀과 유사한 점을 이용해 제품을 개발하고 쌀 소비를 늘린다는 것이다.

제품 개발을 끝낸 기업들은 판매와 마케팅에 나서고 있다. 신세계푸드는 가루쌀 활용 식물성 음료를 ‘라이스 베이스드’를 출시해 지난 12일 서울 성수동 카페들과 라떼, 빙수, 아이스크림 등 특별메뉴를 선보이는 협업 이벤트를 열었다. 농심과 하림은 각각 별미볶음면 매콤찜닭맛, 푸디버디 미역국 초록쌀라면 등 면 제품군을 생산해 마트에서 판매하고 있다.

파리크라상, 성심당, 뚜레쥬르 등 제과업계도 과자류와 빵류의 개발을 늘리고 있다. 제과 프랜차이즈 파리바게뜨 관계자는 “지난달부터 직영점에서 판매중인 제주마음샌드, 인천안녕샌드 등 샌드쿠키 6종과 만월빵에 가루쌀을 사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선정된 기업은 1곳당 ‘가루쌀 활용 가공식품 및 외식상품 개발 비용’ 명목으로 △원료 구입 △연구개발 △포장재 △제품 생산·판매 △홍보 △수출 등 비용을 최대 2억4000만원까지 국비로 지원받는다.

농림축산식품부의 지원을 받아 농심이 개발한 가루쌀 라면. 사진=김건주 기자

그러나 이처럼 지원을 받아 개발하고 있음에도 가루쌀 제품이 소비 확장으로 이어지진 않고 있다는 지적이다. 밀가루제품보다 비교적 높은 가격, 낮은 제품 인지도 등이 이유로 꼽힌다. 제품의 긴 개발 기간도 이유로 꼽힌다. 농식품부에 따르면 가루쌀 제품은 연말까지 총 120여종이 출시될 예정이지만 아직 3분의 2정도만 개발됐다.

라면·만두·치킨을 개발 중인 삼양식품도 아직 시중에 출시된 제품은 없다는 설명이다. 삼양식품 관계자는 “2022년에 출시됐던 라면 ‘우돈사골곰탕면’과 만두, 치킨 메뉴로 가루쌀 제품을 연구하고 있다”며 “라면은 내년 출시, 만두는 내년 상반기 급식 출시를 목표로 개발하고 있다”고 말했다.

유통의 어려움으로 단종된 제품들도 있다. 문금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aT에 제출받은 지난해 사업 추진 결과를 보면, 가루쌀 제품화 지원사업에 참여한 기업은 15개였으며, 개발된 제품은 59종이었다. 이중 출시로 이어진 것은 10개 기업 47 종이었고, 7종은 판매 부진, 유통처 부재 등으로 출시 후 단종된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빵류 시장 점유율 절반가량을 차지하고 있는 SPC삼립의 가루쌀 제품도 단종됐다. SPC삼립 관계자는 “지난해 8월 가루쌀로 만든 ‘미각제빵소 2종’을 선보인 뒤 올해 5월까지 판매했었지만 현재 시중에 판매중인 제품은 없다”고 설명했다.

농식품부가 운영하는 ‘가루쌀몰’에 등록된 가루쌀 제품들. 가루쌀몰 갈무리

일각에서는 가루쌀 제품 판매 활성화는 현실성이 없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가루쌀 제품을 생산하는 A업체 관계자는 “한정수량 정도만 생각하고 내놓은 제품으로, 지원이 없으면 추후 더 생산하게 될 지는 장담할 수 없다”고 전했다. B업체 관계자는 “판매가 부진해 애써 개발하고 단종되는 제품들도 있다”며 “밀과 성분이 달라 개발하는 데도 시간이 오래 걸리며 가격 면에서도 상품성이 있을지는 미지수”라고 강조했다.

농식품부는 할인과 상시 판매 온라인몰을 운영해 소비를 안정화 시킨다는 계획이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가격문제 해결과 소비 경험 확대를 위해 현재 할인행사를 하고 있고, 내년 상반기에도 판촉행사를 준비하고 있다”며 “가루쌀 제품화 패키지 지원사업 비용 내에서 온라인몰 상시 운영 등을 지원해 소비를 안정화할 수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온라인몰에는 가루쌀 전체 제품 중 일부만 등록돼 있어 온라인을 통한 소비 활성화에는 시간이 걸리지 않겠냐는 지적도 나온다. 현재 온라인몰인 가루쌀몰에는 24개 제품만 판매되고 있다.

이에 대해 농식품부 관계자는 “배송이 어렵다거나 참여 의사가 없는 업체들도 있어 참여 의사가 있는 곳 위주로 등록이 됐다”며 “등록되지 않은 곳은 유통이 가능한 마트 위주로 할인 지원을 하고 있다”고 답했다.

김건주 기자
gun@kukinews.com
김건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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