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실에 게임 판 깔아준 태블릿…'내년 도입' AI 디지털교과서 우려

교실에 게임 판 깔아준 태블릿…'내년 도입' AI 디지털교과서 우려

기사승인 2024-10-25 06:00:07
연합뉴스

내년부터 초등 3·4, 중1, 고1 학년을 대상으로 ‘인공지능(AI) 디지털교과서’가 도입되는 가운데 디지털기기 학습 확대를 두고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디지털교과서 시행에 앞서 각 시도교육청에서 디지털기기 보급 사업이 자리 잡아가고 있지만 부작용도 적지 않은 모습이다. 서울시의 경우 지난해부터 중학교 1학년 학생에게 디벗(디지털+벗)이라는 이름으로 태블릿PC가 무상 지급되고 있지만 학부모들의 원성이 끊이지 않는다.

초등 5학년 김모양은 24일 쿠키뉴스를 통해 “교실에 학생 수만큼 태블릿이 비치돼 있다. 국어나 과학 등 일부 수업시간에 정보 검색용으로 사용한다”며 “수업이 일찍 끝나면 (선생님이) 게임을 하거나 인터넷을 할 수 있는 시간을 줄 때도 있다”고 말했다. 

김양은 “이전에 누군가 태블릿으로 이상한 사이트에 들어갔는지, 불법도박 광고가 계속 뜨는 경우가 있었다”며 “수업시간에 몰래 게임하는 친구들도 간혹 있다”고 덧붙였다. 중학생 박모양도 “수업 보충자료로 태블릿을 이용하는데, 태블릿으로 노는 아이도 있다”고 했다.

서울에 거주하는 최모씨는 중학생 자녀가 이용하는 ‘디벗(디지털+벗)’이 탐탁지 않다. 보안 프로그램이 있지만 아이들이 우회 방식을 통해 게임을 하거나 SNS 메신저, 숏츠 영상를 본다고 한다. “디벗으로 아이와 사이만 멀어졌다. 주변에 디벗 때문에 아이와 트러블이 생겨 결국 압수하는 사람도 많다”며 “학교에서 사용 빈도수도 적고 안 가져간다고 해서 수업에 영향도 별로 없어보이는데 누가 이런 정책을 만든건지 답답하다”고 했다. 

경기도에 거주하는 박모씨는 “교실에 아이들 태블릿이 비치됐다고 하더라. 학생 수가 많아 선생님이 세밀하게 아이들을 봐줄 수 있는 것도 아닌데, 제대로 수업에 이용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내년부터 학교 현장에 AI 디지털교과서가 순차적으로 도입되는 만큼 디지털기기 보급률은 더욱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교육부는 AI가 학생의 학습 상황을 분석해 맞춤형 교육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종이 교과서와 함께 수업을 지원하는 도구로 활용될 예정이지만 학부모는 물론 교사들의 우려도 크다. 

중학교 교사 김모씨는 “요즘 학생들은 수업 때 질문을 잘하지 못한다. 선생님이 질문해도 답을 잘 못한다. (이런 상황에서) 교과서까지 디지털을 쓰는 게 맞는지 모르겠다”며 “지금도 글이 조금만 길어지면 요약해 달라는게 요즘 아이들인데 부작용이 크지 않을까”라고 했다. 

기기 관리에 대한 부담도 있다. 김영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최근 전국 17개 시도교육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전국 초중고 학교에 보급된 디지털기기는 397만7705대에 달한다. 그러나 기기들을 관리할 전문 인력은 823명에 불과했다. 이마저도 콜센터 인력 67명을 제외하면 실질적으로 관리를 책임지는 인력은 756명이다. 전문 인력 한 명이 평균 5262대의 기기를 관리해야 하는 셈이다. 이에 따라 학교 현장에서는 컴퓨터·정보 교사들이 고장 난 기기 수리까지 떠맡는 일이 발생하고 있다. 

초등교사 최모씨는 “현재도 수업 준비 외에도 교실에 비치된 태블릿까지 관리해야 해 스트레스가 많다”라고 토로했다. 

임지혜 기자
jihye@kukinews.com
임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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