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 CEO 임기 종료 ‘목전’…부동산 PF 손실에 중소형사 ‘가시밭길’

증권사 CEO 임기 종료 ‘목전’…부동산 PF 손실에 중소형사 ‘가시밭길’

대형사, 실적 훈풍에 연임 가능성↑
중소형사, 적자 전환·신용등급 강등 ‘이중고’

기사승인 2024-10-26 06:00:06
서울 여의도 증권가 전경. 연합뉴스

국내 증권사 최고경영자(CEO) 임기 종료가 임박한 가운데 이들의 연임 여부에 대한 관심이 쏠리고 있다. 경영진의 리더십을 평가하는 주요 잣대인 실적 부문이 성공을 거두고 있어 교체보다 연임이 전망되고 있다. 다만 중소형 증권사 경우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리스크에 따른 수익성 악화로 거취가 불투명한 상태다.

2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자기자본 기준 10대 증권사 가운데 올해 연말 임기가 만료되는 CEO는 강성묵 하나증권 대표와 김성현·이홍구 KB증권 사장이다. 내년 3월 정기 주주총회에 맞춰 임기가 종료되는 CEO는 김미섭·허선호 미래에셋증권 부회장과 김성환 한국투자증권 사장이다.

투자업계에서는 임기 종료를 앞둔 대형 증권사 CEO 연임 가능성을 높게 점치고 있다. 지난해와 달리 개선된 영업환경으로 실적 제고와 외형 확장에 성공한 것으로 평가받기 때문이다. 부동산 PF 리스크에서 벗어난 흐름과 함께 브로커리지(위탁매매), 자산관리(WM), 기업금융(IB) 등 사업무문에서 호실적을 거둬서다.

연임이 가장 높게 점쳐지는 증권사는 미래에셋증권이다. 미래에셋증권은 지난해 12월 임시주주총회 이사회에서 2기 전문경영인을 본격적으로 시작하기 위해 각자 김미섭·허선호 부회장 각자 대표이사 체제를 출범시켰다. 첫 체제가 출범한 뒤 시간이 많이 흐르지 않은 만큼, 체제 검증을 위해서라도 연임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미래에셋증권은 각자 대표이사 체제 출범 이후 양호한 실적을 거두고 있다. 미래에셋증권 상반기 연결기준 순이익은 3717억원으로 집계됐다. WM과 연금 등 플랫폼 비즈니스, 해외사업 등 에서 호성적을 거둔 영향이다. 김 부회장이 이끄는 해외법인은 경장비즈니스 안정세로 반기 세전이익 600억원으로 업계 최대 이익을 기록했다. 특히 뉴욕법인은 전년 동기 대비 65.6%의 세일즈앤트레이딩(S&T) 성장세를 기록했다. 베트남과 인도법인도 전년 동기 대비 각각 26.5%, 245.6% 성장했다.

김성환 한국투자증권 사장과 김성현·이홍구 KB증권 사장도 연임이 유력하다. 한국투자증권은 상반기 7109억원의 순이익을 내면서 역대급 실적을 기록했다. ECM·DCM 각 부문의 고른 실적과 함께 PF 신규 딜이 증가하면서 IB 수익도 완연한 증가세를 나타냈다.

이와 더불어 채권 및 발행어음 판매 증가와 이에 따른 운용 수익 역시 실적에 기여했다. KB증권도 역대 최대인 3761억원의 반기 순이익을 기록했다. IB부문은 안정적인 실적을 기반으로 리그테이블 1위를 수성했다.

강성묵 하나증권 사장은 부진했던 실적을 정상화하는 과정에 진입하고 있어 연임에 무리는 없을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하나증권은 상반기 1312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거뒀다. 전년 동기 대비 339% 급증한 수치다. 지난해 2분기 차액결제거래(CFD) 미수금과 펀드 보상 금액 530억원 등 1000억원을 넘는 충당금을 적립한 기저효과가 작용해서다.

하나증권은 지난해 연결기준(지배주주지분) 2924억원의 순손실을 낸 바 있다. 올해 상반기 실적 훈풍이 하반기에도 이어지면 흑자전환을 이룰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회사 규모와 상관없이 CEO 징계, 분위기 쇄신 등 변수로 작용할 요소는 있겠으나, 실적이 연임을 판단할 수 있는 기준임은 맞다”면서 “대형사의 경우 각사마다의 경쟁력을 키우면서 양호한 실적을 기록한 만큼 연임은 무난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다만 중소형 증권사 CEO 연임 여부는 불투명하다. 예년부터 이어진 부동산 PF 리스크에 실적 악화를 피하지 못해서다. 전우종 SK증권 사장과 황준호 다올투자증권 사장이 대표적인 예다. 이들은 지난 3월 주주총회와 이사회를 거쳐 대표이사로 선임됐다. 임기 만료일은 내년 3월이다.

다올투자증권은 상반기 연결기준 217억원 순손실, 영업손실 324억원으로 적자를 냈다. 지난해 4분기부터 올 1분기까지 연속 흑자행진을 이어왔으나 2분기부터 이를 마감했다. 부동산 PF 사업성 평가기준 강화에 따라 증권 257억원, 저축은행 83억원의 대손충당금을 추가로 적립한 탓이다. 

한국기업평가는 지난 22일 다올투자증권 기업신용등급과 무보증사채 신용등급을 ‘A’(부정적)에서 ‘A-’(안정적)으로 하향 조정했다. 기업어음 및 전기단기사채 신용등급도 ‘A2’에서 ‘A2-’로 내렸다. 한기평은 “시장점유율 및 수익성이 저하됐으며 회복이 지연될 전망”이라고 밝혔다.

SK증권도 마찬가지다. SK증권은 상반기 535억원 순손실, 751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법인사업 부문과 기업금융(IB) 사업 부문에서 흑자를 기록했지만, 부동산 PF 관련 대손충당금을 추가로 쌓으면서 손실 규모가 증가했다. 앞서 나이스신용평가는 지난 6월 SK증권 장기 및 단기 신용등급을 기존 A에서 A-로 강등한 바 있다. 

일각에선 실적 부진 증권사 CEO 거취 여부를 판단하기 이르다는 시각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상대적으로 실적이 부진했던 중소형사는 어려운 영업환경 속에 변화보다는 안정을 택하는 경우도 있을 수 있어 섣불리 예상하기는 힘들 것 같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도 “실적이 안 좋은 것은 부동산 PF 충당금 이슈가 큰 영향이다”며 “다만 현 대표에게 책임을 묻기 어려운 부분도 있다. 또한 증권업 특성상 변화를 많이 주는 분위기가 아닌 점과 중소형사들의 경우 금융지주보다 오너나 기업 그룹에서 운영하는 케이스도 많아 대대적인 쇄신 바람보다는 안정을 택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창희 기자
window@kukinews.com
이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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