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대 산지 위판장인 부산공동어시장이 무리한 중개 관행으로 20억원의 손실을 입어 해경이 수사에 나선 가운데 어시장이 중도매인 관리 미흡으로 피해를 키웠다는 주장이 제기돼 파장이 예상된다.
1일 쿠키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지난 6월 중도매인 두 명이 파산해 어시장에 20억원의 부실채권이 발생했다.
부산공동어시장 위판 구조는 중도매인이 선사에서 생선을 구매할 때 어시장이 우선 선사에 생선대금을 지급하고, 이후 중도매인으로부터 돌려받는 구조로 이뤄진다.
다만 중도매인은 어시장에 '어대금'이라 불리는 담보금액을 맡겨야 하고, 어시장은 향후 대금을 회수하지 못할 것을 대비해 보증금 이하로만 거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어시장은 위판 상황에 따라 담보금액 이상의 구매를 허용해왔다. 쉽게 부패하는 수산물의 특성상 어획량이 많을 경우 어쩔 수 없이 한도초과 어대금 운영을 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문제는 중도매인이 한도 이상으로 수산물을 구매한 뒤 이를 납부하지 않으면 그 손실을 오롯이 어시장이 물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어시장 위탁판매 규정을 통해 중도매인이 어대금을 초과해 생선을 구매할 경우, 그 초과액을 갚지 않으면 다음 경매 참여를 제한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특히 대금납입 유예기간(15일)이 지나도록 돈을 납입하지 않으면 중도매인 지정취소 등의 신분상 제재조치도 취할 수 있다.
하지만 어시장은 그동안 어대금 한도 이상의 외상 거래를 묵과해 왔고, 미수금 문제는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다.
지난 2019년 어시장을 대상으로 실시된 해양수산부 종합감사에도 이 같은 사항이 지적사항으로 올랐다. 당시 해수부는 "어시장은 매수한도를 초과하고 대금납입 유예기간을 장기간 경과한 중도매인들에 대해 경매 시 매수행위 금지 및 신분상 제재조치를 취하지 않은 등 조치가 미흡하다"고 지적했다.
해수부는 해당 감사에서 미수금 회수를 위한 대책을 강구해 시행하도록 통보했지만, 그 이듬해인 2020년 1월에도 중도매인의 부도로 11억3000만 원의 미회수금이 발생하기도 했다.
특히 지난 6월에 파산한 중도매인 중 한 명은 파산 한 달 전 담보금액 중 절반의 금액을 해지했음에도 집행부에서 외상을 허용해 피해를 키웠다는 이야기도 업계 내부에 돌고 있다.
아울러 중도매인별로 담보로 맡긴 어대금이 다르고, 구매 실적이 다르다보니 한도 이상 외상을 허용하는 특별한 기준이 없어 중도매인 간 '형평성' 문제도 제기되고 있다.
실제 지난 9월에는 중도매인들이 보증금 초과거래에 대한 아전인수격 해석에 격분해 어대금 담당자의 사무실 창문을 깨는 등 소동이 일어나기도 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담보금액의 절반을 뺐다는 것은 회사의 사정이 좋지 않다는 것"이라며 "그런 중도매인에게 한도초과 거래를 계속해서 묵인 한 것은 '그들만의 리그'가 있다는 말이다"고 주장했다.
어시장 중도매인은 "이번 건으로 관련자들이 중징계를 받은 것으로 알고 있다"며 "현장에서는 (어대금 관련) 최종결재권자인 CEO가 부하직원들에게 책임을 전가하느냐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어시장 측은 "현재 해경에서 관련 수사를 하고 있어 (담보금액 관련)자료를 다 제출한 상태"라며 "정확한 사실관계는 확인할 수 없는 상황이지만 상식적으로 어시장 스스로가 피해를 키웠을리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