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승우(30·가명)씨는 최근 6개월 동안 요통(허리 통증)이 점점 심해져 정형외과 병원을 방문했다. 검사 결과 허리디스크 진단을 받았다. 이후 박씨는 꾸준히 치료를 받았으나 증상은 좀처럼 나아지지 않았다. 다른 병원에서도 디스크 치료를 이어갔지만 통증으로 인해 일상을 유지하기 어려웠다. 박씨는 힘든 생활을 보내던 중 류마티스내과 진료를 권유받고 검사를 진행해 디스크가 아닌 ‘강직성 척추염’ 진단을 받았다.
강직척추염은 노년층에 흔한 다른 척추 질환과 달리 2040세대를 노리는 ‘젊은’ 척추 질환이다. 허리 통증이 가장 흔한 초기 증상이어서 디스크로 오인하기 쉽다. 전문가들은 사회 활동이 활발한 젊은 나이에 강직척추염이 많이 발생하므로 일상생활에 지장을 초래하지 않도록 조기에 진단받고 적절히 치료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한다.
1일 의료계에 따르면 강직척추염은 자가면역 질환 중에 하나로, 척추 주변에 병변이 주로 침범하는 것이 특징인 만성 관절염의 일종이다. 척추 외에 엉덩이, 발꿈치, 갈비뼈, 팔, 다리 등의 관절에도 염증이 발생할 수 있다. 염증은 통증, 부종, 뻣뻣한 느낌, 빨갛게 붓는 증상 등으로 나타나며, 척추에 염증이 생기면 척추뼈들이 굳어서 등이 굽어지고 일상생활이 불편해질 수 있다. 심하면 흉곽을 팽창시키는 데도 장애가 생겨 숨을 편안하게 쉬기 어려워질 수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통계 자료를 보면 강직척추염으로 병원 진료를 받은 환자는 2018년 4만3686명에서 2022년 5만2616명으로 5년 동안 20% 이상 늘었다. 성별로 보면 2022년 기준 강직척추염 환자는 남성이 여성보다 2.5배 많았다. 20~40대가 56%를 차지했다.
가장 흔한 초기 증상은 허리 통증이다. 주로 잠을 자고 일어난 후에 허리가 뻣뻣하면서 통증이 느껴지고, 활동하다 보면 허리의 통증이 약해지거나 사라지는 특징이 있다. 허리 디스크는 휴식을 취하면 통증이 나아지는 반면, 강직척추염은 휴식을 취하고 나면 오히려 통증이 심해지고 움직이거나 운동을 하면 통증이 개선된다는 차이점이 있다. 엉덩이 관절, 어깨 관절 등이 붓거나 아프고, 발뒤꿈치, 갈비뼈 등에 통증이 발생하기도 한다. 관절 외 증상으로는 눈에 포도막염이 나타날 수 있고, 장 쪽에 염증성 장질환이나 심장, 신장 등에 증상이 동반될 수 있다.
강직척추염은 조기에 발견하면 약물치료를 통해 척추 강직의 진행을 막을 수 있다. 일상생활에도 거의 지장을 받지 않는다. 약물치료는 환자의 상태에 따라 비스테로이드성 항염제, 항류마티스제를 먼저 사용한다. 증상이 개선되지 않는 경우엔 TNF(종양괴사인자)-알파 억제제, IL(인터루킨)-17 억제제와 같은 생물학적 제제나 JAK(야누스키나아제) 억제제를 사용한다.
생물학적 제제는 주사제이고, JAK 억제제는 1일 1회 또는 2회 복용하는 경구제로 환자의 상태나 투약 환경, 선호도 등에 따라 선택이 가능하다. JAK 억제제는 주사에 거부감이 있거나 병원을 자주 찾기 어려운 젊은 환자들에게 선호도가 높고, 지난해 말부터 2차 치료 시 보험급여가 적용돼 사용하기가 좀 더 수월해졌다.
JAK 억제제와 같은 치료제들은 증상 완화는 물론 통증 개선과 관절 변형을 억제하는 데도 효과적이다. JAK 억제제 중 하나인 애브비의 ‘린버크’(성분명 유파다시티닙)는 생물학적 제제로, 치료에 실패한 14주차 환자에서 45%가 ASAS 40(Assessment of Spondyloarthritis international Society, 국제척추관절염평가학회 반응 기준 40% 이상 개선)에 도달했으며(위약군 18%), 52주까지 효과가 지속된 것으로 나타났다.
강직척추염은 염증이 어느 정도 개선돼도 심한 통증이 남아 있는 경우가 있어 통증의 개선 역시 치료의 중요한 목표가 된다. 린버크 투약 후 전체 등허리 통증은 치료 1주차부터, 야간 등허리 통증은 2주차부터 개선되는 등 빠른 효과를 보였다. 또 척추 관절의 변형 정도를 살펴보기 위한 자기공명영상촬영장치(MRI) 검사에서도 개선 효과를 나타냈다.
대한류마티스학회 강직척추염연구회 회장인 김태종 전남대병원 류마티스내과 교수는 “강직척추염은 아직도 많은 분이 잘 알지 못하고 허리 디스크나 단순 근육통으로 오인해 잘못된 치료를 받는 사례가 많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치료제가 발전해 이전보다 효과적인 치료가 가능해진 만큼 소염진통제를 복용해도 허리 통증이 계속된다면 지체하지 말고 류마티스내과에서 전문의의 진료를 받길 권한다”면서 “11월 첫 번째 금요일인 ‘강직척추염의 날’을 계기로 이 질환에 대한 인식이 더욱 확산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대한류마티스학회는 매년 11월 첫 번째 금요일을 ‘강직척추염의 날’로 정했다. 학회는 일반인은 물론 환자들에게 조기 진단과 적극적 치료의 중요성을 알리기 위해 기념식, 기부 캠페인, 힐링캠프 등 다양한 활동을 전개해 왔다. 학회는 이날 강직척추염의 날을 맞아 오후 7시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기념행사를 개최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