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관 가상자산 정책기구인 가상자산위원회가 6일 출범하지만 주된 관심사인 가상자산 현물 ETF(상장지수펀드) 국내 승인이 단기간 내에 이뤄질 진 미지수다. 법 개정 등 관련 규제 완화가 선행돼야 한다. ETF 승인 보다 잠재된 리스크에 대응한 제도 검토가 먼저라는 의견도 있다.
금융당국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가상자산위원회가 이날 첫 회의를 연다. 가상자산위원회는 국내 가상자산 정책을 관장할 민관자문기구다. 위원회는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과 민간전문가 15명로 구성된다.
위원회가 다룰 의제로 비트코인 현물 ETF 국내 승인이 있다. 비트코인 현물 ETF 승인은 가상자산 시장과 기존 자본시장 사이 경계가 허물어짐을 의미한다. 투자자는 ETF를 통해 디지털 지갑을 개설하거나 가상자산 거래소를 거치지 않고도 비트코인에 투자할 수 있게된다.
미국에선 거래가 활발하다. ETF닷컴에 따르면, 미국 증시에 상장된 11개 현물 비트코인 ETF에 올해 순유입된 금액은 약 250억7200만달러(약 34조6219억원)다. 지난달 30일 하루에만 약 8억7000만달러가 비트코인 현물 ETF에 유입됐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는 올초 비트코인 ETF 옵션을 승인한 바 있다.
이렇다보니 비트코인 현물 ETF는 올해 가장 성공한 ETF라는 평을 받는다. 임민호 신영증권 연구원은 “가상자산 현물 ETF는 올해 출시된 ETF 중 가장 성공적인 상품으로 평가 된다”며 “미국에서 출시된 가상자산 현물 ETF에 대한 자금 유입이 가장 두드러진다”고 분석했다.
미국과 달리 한국은 비트코인 ETF 승인에 소극적이다. 국내 자본시장법은 비트코인을 비롯한 모든 가상자산 현물 ETF 발행과 중개를 허용하지 않는다. 금융위원회는 자본시장법이 규정하는 ETF 기초자산에 가상자산이 포함돼 있지 않아 ETF 승인이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가상자산위원회가 출범하면서 국내 승인 기대감도 커졌다. 더불어민주당이 ETF 발행과 중개 허용을 총선 공약으로도 내건 만큼 금융당국도 승인을 더 이상 미루긴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하지만 승인 시기는 가늠하기 어렵다. 올해도 기약하기 어렵다는 전망이 나온다. 우선 법이 개정돼야 하는데 아직까지 법안 발의가 되지 않았다. 비트코인이 주식보다 가격변동성이 큰 만큼 시장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비트코인 현물 ETF가 승인되려면, 법인의 가상자산 보유가 허용돼야 하고 자본시장법이 개정돼야 한다. 신탁, 수탁과 관련된 내용도 검토돼야 할 것”이라며 “아무래도 단기간에 결론나진 않고 논의가 길어질 가능성이 크다. 올해 안에 결론나긴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비트코인은 가격변동성이 주식보다 크기 때문에 가격이 어떻게 변할지 모른다. 가격이 오를 수 있지만 이론상 휴지조각이 될 수도 있다”며 “불확실성이 큰 자산이 자본시장 영역으로 진입하는 건 여전히 부담요소”라고 진단했다.
일각에서는 주요국 선례를 기반으로 먼저 충분히 제도 검토를 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가상자산 현물 ETF 출시는 기초자산에 내재된 기존 리스크를 키울 뿐만 아니라 리스크를 추가로 유발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장보성 자본시장 연구원은 리포트에서 “기존 리스크 확대는 가상자산 시장 팽창으로 비효율적 자원 배분, 가격 위험, 예금 변동성, 외부 요인에 대한 취약성 등 가상자산에 내재된 문제가 심화한다는 점”이라며 “추가 리스크로는 인식 왜곡, 금융불안 경로 증가, 자본 유출, 정책 딜레마 등이 수반된다는 점을 들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가상자산 혁신성에 대한 기대가 높지만 실제 유용성을 입증해야 하는 과제가 아직 남아 있고 각국 시장규율이 정립되는 데에도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며 “이러한 여건을 고려할 때, 주요국 선례와 그 명암에 대해 충분한 평가가 이루어진 이후에 현물 ETF 출시 여부와 관련된 제도적 검토를 시작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