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사이언스가 중장기 성장 전략으로 8000억원 투자를 감행하겠다고 밝힌 가운데,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외부 투자자들과 협의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제3자 개입을 반대하고 있는 최대주주들의 거센 반발이 이어진다.
임종훈 한미사이언스 대표는 7일 여의도 글래드 호텔에서 ‘중장기 성장 전략’ 발표 기자간담회를 열고 “총 8150억원 규모의 투자를 통해 2028년 매출 2조3000억원을 달성하겠다”라며 “특히 인수합병(M&A)를 통해 해외 선도 제약사와의 협력을 강화하고 신규 치료 영역과 헬스케어 사업의 다각화를 시도하겠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이를 위해서는 자금 확보가 필요한데, 외부 투자를 받고자 한다”며 “기업가치 제고를 위한 투자라면 이사진, 주주들 모두 지지할 것이라 생각한다”고 부연했다.
임 대표는 재무적 투자자(FI)와 전략적 투자자(SI) 등과 협의를 진행하고 있으며 증자도 고려한다고 밝혔다. 임 대표는 “FI, SI 등 한미그룹에 관심을 갖고 있는 투자자분들이 많다”며 “여러 조건의 투자자분들이 있어 협의를 통해 결정해 나갈 예정이다”라고 말했다. 김영호 한미사이언스 경영지원 상무는 “증자나 디파이낸싱(debt financing) 등 여러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임 대표는 외부 투자와 관련한 비판적 시각에 대해 “상속세를 위한 투자 유치는 아니다. 올해 납부해야 하는 상속세 문제는 해결했다”며 “외부 세력 개입이 아니냐고 걱정하기도 하는데, 사업 추진을 바탕으로 이뤄지는 신중한 투자 결정”이라고 피력했다. 그러면서 “과거 송영숙 회장 등도 기업 성장을 위해 OCI그룹과의 통합을 고려한 바 있다”면서 “최대주주 분들도 외부 투자에 대해 무조건 반대만 하지 말고 기업 가치 제고를 위해 적극적으로 함께 검토해주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최대주주들은 한미사이언스의 이 같은 결정을 곱지 않는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다. 3자 연합(신동국 한양정밀 회장·송영숙 한미약품그룹 회장·임주현 한미사이언스 부회장)을 비롯해 박대현 한미약품 대표 등은 “제3자 기업에 지분을 매각하면 안 된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3인 연합은 같은 날 오후 입장문을 내고 “회견 중 ‘증자’, ‘매각’ 등의 언급도 있었던 것으로 확인되는데, 기존 주주들 지분을 크게 희석시키는 조달 방식을 검토하는 것이라면 지금이라도 주주들에게 실상을 상세히 설명하고 투자의 배경이 ‘회사의 미래 가치’인지, 자신의 ‘채무 탕감’인지를 명확하게 입장을 밝혀야 한다”고 비판했다.
또 “투자 자체를 반대할 이유가 없지만, 대주주 오버행 이슈로 회사 가치가 최저평가 돼 있는 현 시점에서 회사 매각에 가까운 투자를 왜 시급히 받아야 하는지 납득하기 어렵다”면서 “지금은 또 다른 거버넌스 이슈를 불러일으킬 무리한 투자를 유치할 시점이 아니라, 한미그룹 경영권을 빠르게 안정화는 것이 급선무”라고 했다.
박재현 한미약품 대표도 지난 5일 “특정 사모펀드에 회사를 매각하는 방식, 또는 제3의 기업에 한미사이언스 지분을 매각하려는 시도를 오늘 이 시간부로 당장 중단하라”며 “여러 회사 매각 시도 등에 대해 임직원들이 큰 불안감을 갖고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제2의 고려아연이 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극심한 경영권 분쟁 속에서 일반 투자자들에게 주식을 공개적으로 모집하는 ‘일반공모 유증상자’를 감행할 경우 주식 가치가 떨어지고 소액주주들의 피해가 막심할 것이라는 의견이 이어진다. 한 업계 관계자는 “고려아연은 일반공모 유증상자 발표 이후 주가가 급락한 바 있다”며 “주주들 사이에서는 한미사이언스가 제2의 고려아연이 될 거라는 이야기가 돌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룹 내 분쟁이 심화되면서 소액주주들의 입장도 분열됐다. 기업 경영에 대한 우려도 점차 커지는 상황”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