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 연구, 진료, 수술에 이르기까지 국가 암 관리 컨트롤타워 역할을 맡고 있는 국립암센터가 인력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연구직을 포함한 전문의들이 이탈하지 않도록 처우나 보상,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양한광 국립암센터 신임 원장은 13일 국립암센터 국가암예방검진동에서 취임식을 갖고 기자간담회를 열어 취임 소회와 포부를 밝혔다. 위암 분야 권위자인 양 원장은 지난 1995년부터 서울대병원 교수로 재직했다. 서울대 암병원장, 대한암학회 이사장, 국제위암학회 사무총장 등의 보직을 수행했다.
양 원장은 “국립암센터는 모든 환자가 암환자이기 때문에 중증도가 높지만 의사들의 연봉은 민간병원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다”며 “상급종합병원 등 다른 병원에서 급여나 조건 등을 얘기하며 유혹이 들어오기도 한다”고 말했다. 국립암센터는 공공병원이자 암환자 치료에 있어 최후의 보루로 꼽힌다. 현재 암환자 치료뿐만 아니라 암 예방, 조기 검진, 암 생존자 관리, 호스피스, 암 통계자료 관리 등 암 관련 다양한 역할을 전개 중이다.
양 원장은 인력 유출을 막기 위해선 국립암센터가 상급종합병원 수준의 공공수가를 보장받아야 한다고 피력했다. 암은 그 자체만으로 중증도가 높기 때문에 수준 높은 진료 역량이 요구되지만, 국립암센터는 상급종합병원으로 분류돼 있지 않아 의료진이 충분한 수가를 보상받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양 원장은 “현재의 평가 기준으로는 일반 종합병원 수준의 수가를 받을 수밖에 없는 실정”이라며 “빅5병원의 암 진료와 비교해 결코 뒤지지 않는 전문 암 치료를 하고 있는 국립암센터로선 경영상 어려움이 이어질 뿐 아니라, 중증 암환자들에 대한 최적의 진료 제공에 제약이 생길 수 있다”고 했다. 이어 “일본에선 암센터를 특정기능병원으로 분류해 우리나라의 상급종합병원과 유사하게 특별한 재정 지원을 해주고 있다”면서 “국가적 암 관리 정책의 일부로 보고 국립암센터가 상급종합병원 수준의 공공수가를 보장받을 필요가 있다”고 피력했다.
9개월째 이어지는 의정갈등 상황에서 전공의 이탈에 따른 병원 혼란 수습도 당면 과제다. 국립암센터의 전공의는 총 77명으로 서울대병원 전공의가 국립암센터에서 돌아가며 수련하고 있다. 국립암센터는 전공의 이탈 후 의료 인력이 부족해지자 3개월 단위의 계약직 형태로 전담의들을 한시적으로 고용해왔다. 남아 있는 인력들의 업무 부담이 가중되며 지난 7월엔 신규 환자 진료 축소에 나서기도 했다.
양 원장은 “전공의가 다 나가 있어 어려운 상황이지만 전공의 교육이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차원에서라도 국립암센터는 전문의 중심병원이 돼야 한다”라며 “전문의 중심병원이 된다면 당직이나 병동 운영 등을 고려했을 때 98명의 전문의가 더 필요한데 209억원 정도가 들어간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정책 수가 보상에 대해 기획재정부, 보건복지부 등과 협의 중”이라며 “시간이 걸리겠지만 내부에서 소통하며 정부와 국회를 설득하겠다”고 짚었다.
양 원장은 한국이 국제적인 암 연구와 진료의 중심이 될 수 있도록 미국, 일본 등 해외 연구기관과 협력을 강화하겠다는 포부도 밝혔다. 또 공공의료 기능을 강화하겠다고 했다. 양 원장은 “국제암연구소(IARC)와 협업해 국립암센터가 전 세계 암 연구 및 치료의 중심이 되도록 만들겠다”며 “암 치료의 표준과 최신 진료법을 선도적으로 개발하고, 우수한 연구 인재를 적극 유치하며, 연구 중심의 암 치료 환경을 조성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또 “공공의료의 본질적 가치를 지키기 위해 시설을 개선하고, 최신 의료 장비를 도입하며, 유능한 의료진을 확보해 앞으로 5년 안에 세계 최고의 암센터가 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면서 “암 예방, 검진, 치료, 사회복귀, 완화의료 등 모든 분야에서 더욱 존경받고 신뢰받는 암센터로 발전하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