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2기 대비 ‘전쟁 중단’ 외친 이재명…배경은 ‘尹 실정 부각’

트럼프 2기 대비 ‘전쟁 중단’ 외친 이재명…배경은 ‘尹 실정 부각’

민주, 외교안보통일자문회의 출범…연일 ‘전쟁 중단’ 강조
“전쟁 사주” 반전 전략으로 尹정부 외교·안보 실정 부각
“트럼프는 전쟁 조기 종식 주장” 정세 변화 전망 따라
선제적 평화 이미지 구축·이재명 외교 분야 외연 확장

기사승인 2024-11-13 19:48:05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박찬대 원내대표 등이 9일 오후 서울 숭례문 일대에서 ‘김건희·윤석열 국정농단 규탄·특검 촉구 제2차 국민행동의 날’ 장외집회에서 손팻말을 들어 보이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이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을 앞두고 연일 ‘전쟁 중단’을 외치고 있다. 민주당이 반전(反戰) 전략을 취하는 것은 윤석열 정부의 외교·안보 실정을 부각하고,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조기 종식을 선언한 트럼프 행정부에 대비해 선제적으로 ‘평화’ 이미지 구축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재명 대표는 13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전쟁이 장기화되면서 전 세계가 고물가에 고통을 겪고 있다”며 “트럼프 당선인이 주장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신속한 종결을 적극 지지한다”고 밝혔다. 이어 “정부·여당이 (우크라이나에) 살상무기 지원 운운하는 것은 정말로 상황을 오판하는 것이다. 절대로 안 된다”고 질타했다.

민주당은 이날 외교안보통일자문회의를 출범하기도 했다. 외교안보통일자문회의는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으로 급변하는 국내외 정세를 진단하고 당 차원의 대응 전략을 마련하기 위한 기구로, 반전(反戰) 공세의 구심점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는 출범식에서 “윤석열 정부의 편향 외교, 이념 가치에 중점을 둔 외교로 우리 외교의 지평이 매우 축소되고 있다”며 “한반도의 안보 평화 문제도 점점 약화되고 있다. 경제 환경도 악화하고 있어 우리 국민 삶도 나빠지는 중”이라고 지적했다. 

민주당은 지난 9일 2차 장외집회 주제로 김건희 특검법 수용과 전쟁 반대를 내걸었다. 동시에 전쟁 반대 대국민 서명운동도 함께 전개하며 대정부 공세에 나서는 중이다. 

민주당에서 ‘전쟁 중단’ 목소리가 나온 것은 한기호 국민의힘 의원과 신원식 대통령실 안보실장 간 ‘북한군 공격 문자’가 공개되면서다. 한 의원은 지난달 24일 국회 국방위원회 종합 국정감사 중 신 실장에게 “우크라이나와 협조가 된다면 북괴군 부대를 폭격, 미사일 타격을 가해서 피해가 발생하도록 하고 이 피해를 북한에 심리전으로 써먹었으면 좋겠다”고 메시지를 보냈다. 민주당은 이를 두고 ‘전쟁 사주’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민주당은 이러한 전쟁 가능성과 한반도 위기 고조에 대한 책임을 윤 정부로 돌리면서 전쟁 반대 프레임을 강화했다. 북한의 러시아 파병에 맞서 우리나라 정부가 우크라이나에 대한 살상 무기 지원 가능성을 열어놓으면서, 국제사회에서는 ‘남북 대리전’ 양상으로 흘러갈 것이라는 우려가 나왔다. 조정식 의원은 “윤석열 정부의 첫 단추부터 잘못 꿴 외교정책이 한반도를 전쟁 위기로 몰아넣고 주변국을 적대적으로 돌려놓고 있다”며 정부 실정을 강조하면서도 “트럼프 2.0 시대에 맞춰 우리 정부의 외교안보통일 정책도 한반도 평화 관리와 국익 중심의 실용 외교로 전면 전환해야 한다”고 기조 전환을 촉구했다.

민주당은 우크라이나 전쟁 개입 자제 여론에 힘입어 공세 수위를 더욱 높이는 중이다. 실제로 쿠키뉴스 의뢰로 여론조사 전문기관 한길리서치가 지난 9~11일 전국에 거주하는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북한군 러시아 파병에 따른 우리 정부 군사적 지원 여부’를 물은 결과 국민 10명 중 8명은 ‘인도적 지원만’하거나 ‘지원하지 말아야’한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심지어 보수층도 77.4%(인도적 지원 42.5%, 모든 지원 반대 34.9%)가 군사적 지원에 회의적 반응을 보였다.(95% 신뢰수준 ±3.1%포인트. 자세한 내용은 한길리서치 홈페이지에서 확인) 

반전 전략이 ‘전쟁 조기 종식’을 강조한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에 따른 정략적 판단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트럼프 당선인은 취임 뒤 24시간 안에 우크라이나 전쟁을 끝내겠다고 공약했다. 정부가 우크라이나 무기 지원 방침을 고수하게 되면 미국의 의중과 정면 배치되는 입장을 내세우게 되는 셈이다. 또 미국이 러·우 전쟁 조기 종식에 기여할 경우 미국과 러시아는 다시 협력 관계로 전환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만일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지원하게 되면 러시아와 관계 정상화가 쉽지 않게 된다. 이러한 상황에서 민주당이 선제적으로 ‘전쟁 반대’를 내세우면 일관된 평화적 이미지를 구축할 수 있고, 정부도 ‘국제 사회의 전쟁 반대에 화답해야 한다’는 식의 확실한 포지셔닝을 취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한편 일각에서는 차기 대권 주자인 이재명 대표의 존재감을 부각하기 위한 전략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이 대표가 최근 경제, 정치, 종교 등 외연 확장 행보를 이어가고 있는 만큼, 외교·안보 분야에서도 영향력을 넓히기 위한 전략이라는 풀이다. 이해찬 전 대표는 이날 자문회의 출범식에 참석해 “야당은 외교와 관련 없다 생각할 수도 있지만 우리나라 같은 개방형 통상국가에서는 외교 자체가 큰 경제”라며 “외교를 어떻게 풀어내는지가 먹고사는 문제에도 중요하다. 지금 우리가 야당이긴 하지만 집권을 대비한 준비라고 생각하자”라고 말하기도 했다. 

권혜진 기자
hjk@kukinews.com
권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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