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아연, ‘하이니켈 전구체’ 국가핵심기술 인정…국가기간 기업 보호 명분

고려아연, ‘하이니켈 전구체’ 국가핵심기술 인정…국가기간 기업 보호 명분

기사승인 2024-11-18 10:07:27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이 지난 13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고려아연 기자회견에서 기자회견문을 낭독하고 있다. 연합뉴스 

고려아연이 보유한 이차전지 양극재 핵심 원료인 전구체 제조 기술이 정부로부터 국가핵심기술로 인정받았다. 

국가핵심기술 보유 기업은 경제안보를 이유로 정부 승인이 있어야 외국 기업에 인수될 수 있는데, 현재 영풍·MBK파트너스와 경영권 분쟁을 펼치고 있는 고려아연은 이를 ‘국가기간 기업 보호’ 명분을 강화하는 논거로 활용할 전망이다.

18일 비철금속 업계에 따르면, 산업통상자원부는 최근 전문위원회 심의를 거쳐 고려아연이 신청한 특정 전구체 제조 기술이 국가핵심기술에 해당한다고 확인 통보했다. 국가핵심기술은 ‘해외 유출될 경우 국가 안전보장 및 국민 경제의 발전에 중대 악영향을 줄 우려가 있는 기술’로, 정부가 특별 관리한다.

고려아연은 MBK연합과의 경영권 분쟁이 심화되던 지난 9월24일 산업부에 ‘하이니켈 전구체 가공 특허 기술’을 국가핵심기술로 인정해달라고 신청한 바 있다. 당시 업계에선 고려아연이 중국 등 외국에 자사가 매각되기 어렵게 만들어 궁극적으로 재매각을 통한 이익 실현을 추구하는 사모펀드 MBK의 사업 구상에 타격을 가하는 한편, 반도체와 이차전지 등 첨단 산업을 뒷받침하는 핵심 국가기간 기업을 지켜야 한다는 명분을 강화하기 위한 차원의 행보라는 관측이 제기됐다.

이번에 고려아연이 가진 이차전지 전구체 기술이 국가핵심기술로 인정돼 정부는 향후 외국 기업에 의한 인수합병을 승인할 권한을 갖게 됐다.

다만 고려아연 보유 기술이 국가핵심기술로 인정됐다고 MBK연합의 고려아연 인수 시도가 불가능해지는 것은 아니다. MBK는 자사를 ‘한국 토종 사모펀드’로 규정하면서 일각에서 자신들을 ‘중국계 자본’으로 ‘마타도어(흑색선전)’하고 있다고 해명한 바 있다. MBK가 고려아연 공개 매수에 활용한 바이아웃6호 펀드에서 중국계 자본 비중은 5% 안팎이다.

그러나 이러한 MBK의 설명에도 만약 향후 국내가 아닌 중국 등 해외로 재매각을 해 이익을 실현하고자 한다면 이것에는 어려움이 따를 수 있다.

아울러 정부의 이번 결정은 고려아연이 MBK연합의 경영권 인수 시도에 맞서 내세운 ‘국가기간 기업 보호’ 명분을 한층 강화하는 객관적인 논거로 활용할 수 있다. 세계 1위 비철금속 제련 기업인 고려아연은 전자, 반도체, 자동차, 이차전지 등 국내 첨단 산업에 다양한 기초 소재를 공급하는 공급망 핵심 역할을 담당하는 기업으로 평가받는다.

고려아연이 경영권 방어용으로 내세운 최대 2조5000억원 규모의 일반공모 유상증자 계획이 무산돼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은 이르면 연말 임시주총에서 의결권 대결로 판가름 날 전망이다. 현재 MBK연합의 고려아연 지분율은 39.83%로,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과 우호 지분으로 추정되는 약 34.65%보다 5%p 이상 앞서가고 있지만 양측 모두 과반 지분에는 미치지 못한다. 

시장에서는 지난 3분기 말 기준 7.48% 지분을 보유한 국민연금 등 제3자의 표심이 고려아연 경영권의 행방을 가를 것으로 보고 있다. 따라서 정부의 이번 결정이 현 지분 구조상 상대적 열세에 처한 고려아연이 일반 주주 지지 확보에 긍정적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이를 인지하고 있는 최 회장 역시 지난 13일 서울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기자회견을 통해 “임시주총에서 고려아연의 경영권에 대해 최종 결정을 내려주실 캐스팅보트는 기관투자자와 외국인 기관투자자, 소액주주 분들”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김재민 기자
jaemin@kukinews.com
김재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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