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에너지안보 강화를 목적으로 10년간 우리나라 에너지 기술자립화율을 현재 대비 10%p가량 높이겠다고 밝혔다.
산업통상자원부는 22일 오후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 등 에너지 분야 산·학·연 전문가 등이 참석한 가운데 의견수렴을 위한 공청회를 열고 올해부터 2033년까지 적용되는 제5차 에너지기술개발계획안(가안)을 공개했다.
에너지기술개발계획은 ‘에너지법’ 제11조에 근거해 향후 10년간의 에너지기술개발의 비전과 목표, 운영 및 투자방향을 제시하는 법정계획으로, 산업부는 계획 수립을 위해 6개 분과 70여 명의 전문가로 구성된 분과위원회를 20차례 개최하면서 현장 목소리를 수렴해 왔다.
이번 제5차 계획은 ‘탄소중립·에너지 안정성 달성을 위한 무탄소에너지 생태계 조성’을 최상위 목표인 중장기 에너지기술개발 비전으로 설정하고, 이를 달성하기 위한 4대 전략·14대 과제를 수립했다. 또, 에너지 R&D 투자성과 제고를 위해 투자분야별 세부 이행방안을 담은 로드맵을 도출했다.
정부는 중장기 비전 달성을 위해 세부 전략으로 먼저 ‘무탄소에너지 확대를 위한 기술경쟁력 강화’ 목표를 수립했다. 이를 위해 △원전 및 SMR(소형모듈원전) 활용 확대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의 질서있는 확대를 위한 기술개발 △청정수소 및 청정 화력 발전(화력 발전의 무탄소화)의 경제성 강화·국산화 등 방법이 제안됐다.
산업부는 2035년부터 국내에서 처음 가동될 것으로 예상되는 첫 SMR의 건설단가가 kWe(킬로와트)당 3500달러 수준일 것으로 전망했다. 재생에너지 분야에선 차세대 탠덤 태양전지 효율을 2023년 26.1%에서 2033년 35%로, 해상풍력단지 이용률을 2023년 30%에서 50%로 높이는 내용 등이 포함됐다.
‘유연하고 안정적인 에너지망 구축’을 위한 방법도 제안됐다. △송전 제약 완화 및 계통 강건성을 확보하기 위한 기술개발 △분산형 전원 계통수용성 제고를 통한 배전망 유연화 △계통유연성 확대를 위한 에너지저장(ESS) 기술개발에 속도를 내기로 했다.
또, ‘에너지사용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효율성 향상 및 보급연계 강화 △에너지 수요관리 최적화 기술개발 △산업·건물 부문 열에너지 활용 최적화 △非배터리 수송분야 연료전환 등 부문에서 투자를 늘릴 예정이며, 이를 실현할 ‘R&D 혁신생태계’가 조성될 수 있도록 △에너지 R&D 성과 확산을 위한 통합시스템 운영 △K-ET(Energy Technology) 글로벌 시장선점을 위한 기반을 구축하기로 했다.
제5차 에너지기술개발계획안 발표를 맡은 남경석 산업부 에너지기술과 사무관은 “이번 계획을 토대로 2033년까지 원전 및 SMR, 태양광·풍력 등 재생에너지, 수소 등 무탄소에너지 사용이 확대됨에 따라 경제적 파급 효과가 59조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면서 “또, 제5차 에너지기술개발계획 기간인 2033년까지 에너지 기술자립화율이 기존 80.6%에서 90%까지 높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날 산업부는 제5차 에너지기술개발계획 정책을 실현할 구체적인 기술개발 이행계획인 기술로드맵(가안)도 발표했다. 원자력, 수소·연료전지, 청정화력, 태양광, 풍력 등 에너지원과 함께 전력계통, 에너지저장, 효율향상, 수요관리 등 총 9개 분과위원회를 구성해 각각의 핵심기술과 고효율화를 위한 혁신기술, 안전기술 등 세부 계획을 수립했다.
기술로드맵을 발표한 김현경 에너지기술평가원 기술정책실장은 “저희가 에너지기술개발계획과 관련 로드맵을 준비하는 사이에도 글로벌 탄소중립 정책은 시시각각 변화하고 있다”면서 “오늘 발표한 기술들은 에너지기술평가원 기획 과정에 연계될 예정이며, 여러 의견을 수렴하고 대내외 환경 변화를 즉각 파악해 국가 에너지 산업 강화에 기여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진행된 패널토론에선 에너지안보 확보를 위한 핵심 요소, 국내 전력산업의 보완점, 기술개발 필요성 등에 대한 제언이 이어졌다.
김준범 울산대학교 교수는 “한정된 국가 R&D 예산 안에서 우선순위를 정해야 하는 상황에서 최근 탄소중립 기여도, 국내 산업 기여도 등이 우선순위로 여겨지고 있다”면서 “현재는 에너지원별 정부 지원이 이어지고 있는데 궁극적으론 홀로 살아남을 수 있는 경제성을 확보해야 하고, 앞으로 많은 토론을 통해 경제성을 명확하게 평가할 수 있는 사회적 합의를 이뤄가야 한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이어 “탄소중립은 가보지 않은 개념이지만 반드시 가야만 하는 길이기 때문에 실시간으로 변화하는 ‘타깃’에 빠르게 대응해야 한다”며 “우리나라는 자원부국은 아니지만 에너지 부문에서 기술부국이 충분히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송태용 전력거래소 팀장은 “이번 제5차 계획의 특징은 전력망에 대한 대응 강화가 뚜렷하게 필요했다는 것”이라며 “실제로 재생에너지 공급 대비 송배전망이 부족해 발전지역에서의 출력제한, 과도불안정, 진동 등 문제가 현실화되고 있기 때문에 전력망 확충 및 고효율화를 위한 기술개발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산업부는 이날 공청회를 통해 수렴된 전문가 의견을 반영해 내달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심의·의결을 거쳐 제5차 에너지기술개발계획을 확정한다는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