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 상승 기대감 들뜬 일산 선도지구…낮은 사업성 숙제

집값 상승 기대감 들뜬 일산 선도지구…낮은 사업성 숙제

국교부, 지난 27일 재건축 선도지구 발표
낮은 사업성·추가 분담금 등 여전한 숙제

기사승인 2024-11-29 06:00:08
1기 신도시 재건축 선도지구로 당선된 경기 고양시 후곡마을 일대. 사진=조유정 기자

“재건축해야 일산이 삽니다. 빠른 사업을 위해 당장 이주하고 싶을 정도에요.” (일산 주민 A씨)

1기 신도시 재건축 선도지구가 공개되며 당선 단지가 들썩이고 있다. 30년 이상 노후화된 단지인 만큼 재건축에 대한 기대감이 높은 것이다. 
 
선도지구 발표 다음 날인 28일 경기도 고양시 후곡마을 일대에는 단지 곳곳 선도지구 통합동의율과 선정 축하 플랜카드를 볼 수 있었다. 후곡마을 3·4·10·15는 통합 재건축을 추진하고 있다. 이 단지의 재건축 주민동의률은 92.1%에 달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일산은 3개 구역 8912가구가 선도지구에 선정됐다. 구체적으로는 △ 백송마을 1‧2‧3‧5단지(2732가구) △ 후곡마을 3·4·10·15단지(2564가구) △ 강촌마을 3‧5‧7‧8단지 (3616가구)다. 

선도지구 발표 이후 선정 단지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아파트 종합 정보플랫폼 ‘호갱노노’에는 재건축 앞둔 단지들이 인기 아파트 랭킹에 올랐다. 28일 기준 강촌마을5단지 24위(339명) 후곡마을3단지 55위(212명) 강촌마을7단지 72위(176명)를 기록했다. 일산신도시 인근 공인중개사들은 매물을 보지도 않은 채 계약되는 거래가 있을 정도라고 전했다. 

주민들도 재건축 기대감에 휩싸였다. 일산 후곡마을 주민 A씨는 “재건축을 오래 기다려왔는데 선도지구에 선정돼서 너무 좋다”며 “이제 시작인 것 같다”고 말했다. 또 다른 주민도 “선도지구를 시작으로 매년 재건축 단지를 선정하니 집값 시세가 오를 것 같다”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추후 일반 분양 예상 금액에 대한 얘기도 오갔다. 일부 주민들은 예상 시세로 평균 13억원을 전망하며 집값 상승 염원을 보였다.

분당에서는 선도지구 발표 전부터 신고가가 손바뀜됐다. 경기도 성남시 분당 양지마을 1단지 전용면적 84㎡는 지난 8월 17억3000만원(6층)에 거래돼 신고가를 기록했다. 이는 연초 13억9000만원(1층)에서 3억4000만원이 오른 것이다. 선도지구 접수만으로도 재건축 호재가 생긴 것이다.

그러나 일산은 큰 변화를 보이지 않았다. 일산 후곡마을 3단지는 전용면적 101㎡(1층) 기준, 지난 1월 6억3500만원에서 6월 6억4000만원으로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강촌마을 5단지도 105㎡ 기준, 이달 6억500만원에 거래됐다. 이는 지난 3월 6억(4층)과 유사한 수준이다. 

이는 낮은 사업성으로 인한 불확실성이 높기 때문이다. 일산의 재정비 허용 용적률은 300%로 330~350%인 타 지역 대비 낮다. 또한 집값 시세가 낮아 분양가 상승에 한계가 있다. 주민들은 일반 분양 물량을 늘려 사업성 확보를 바라고 있다.  그러나 사업성 확보를 위해 용적률을 상향할 경우 주거 환경이 좋지 않을 수 있고 그만큼 공사비도 많이 든다.

특히 인근에 위치한 3기 신도시와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 해제는 공급 과잉 우려도 나온다. 고양시에서는 고양 장항지구(1만1857가구)와 고양 탄현지구(2620가구), 3기 신도시인 고양 창릉지구(3만8000가구) 조성사업이 진행 중이다. 여기에 정부는 그린벨트 해제를 통해 9000가구를 추가 공급할 계획이다. 

전문가들도 사업성 문제를 우려했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1기 신도시 재건축 선도지구 지정은 환영한다”면서 “상대적으로 용적률이 높고 대지면적이 작은 곳들은 높은 분담금으로 인해 빠르게 사업 추진이 될 수 있을지 우려된다”고 말했다. 

김인만 부동산경제연구소장도 “1기신도시 재건축이 시작된다는 것에 의미를 둘 수 있지만 정부 계획은 꿈”이라며 “아무리 빨라도 10년은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김 소장은 “일산의 경우, 킨텍스 등 랜드마크 주변 단지가 선정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재건축 이슈몰이가 부족하다”며 “추가분담금 얘기가 나오는 순간 사업이 더 어려워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급격한 시세 변동도 비관적이다. 윤수민 NH농협은행 부동산전문위원은 “국토부에서 선도지구를 선정한 만큼 사업 진행을 도울 것으로 보이나 분담금, 사업성 등의 우려되는 점이 많다”고 진단했다. 이어 “선도지구 선정을 넘어선 호재가 많지 않다”며 “일자리, 지역 자체 개발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일반적인 상승 이상을 기대하긴 어렵다”고 설명했다. 
조유정 기자
youjung@kukinews.com
조유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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