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의 기준금리 깜짝 인하에 시장금리가 떨어지고 있다. 고금리 이자를 부담하던 차주들의 부담이 낮아질 전망이다. 다만 가계대출 총량관리로 대출 문턱이 높아지면서 신규 차주들의 금리 인하 체감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3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주담대 혼합형·주기형에 적용되는 고정금리 수준을 결정하는 금융채 5년물(AAA, 무보증) 금리는 지난달 29일 기준 2.965%를 기록했다. 이는 올해 연중 최고치(3.976%) 대비 1%p 가량 하락했다. 금융채 5년물 금리는 주담대 혼합형(5년 고정) 상품 금리의 준거금리로 사용된다.
금융채 금리의 하락은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가 큰 영향을 미쳤다. 지난 11월28일 한국은행은 통화정책방향 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3.25%에서 3.0%로 0.25%p 내렸다. 한은은 지난 10월 기준금리를 0.25%p 인하하면서 2개월 연속 기준금리를 내렸다. 두 달 연속 금리를 낮춘 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처음이다.
이에 따라 시중은행들의 대출금리도 떨어지고 있다. KB국민은행은 2일부터 KB신용대출(1년 고정·1등급 기준) 금리를 11월 마지막 주 기준 연 4.31~5.21%에서 4.17~5.07%로 내렸다. 같은 기간 KB든든주택전세자금대출(2년 고정·3등급 기준) 금리는 3.94%~5.34%에서 3.76~5.16%, KB주택담보대출(혼합형·고정형) 금리는 4.03~5.43%에서 3.84~5.24%로 하향 조정됐다.
신한은행과 하나은행의 가계대출 금리는 이미 지난 29일 떨어졌다. 신한은행의 주담대 상품 금리는 지난달 22일 4.14~5.45%에서 1주일 만에 4.00~5.30%로 조정됐다. 하나은행의 주담대 혼합형 금리는 같은 기간 4.151%~5.651%에서 3.962~5.462%로 낮아졌다.
은행권은 대출금리 하락세가 연말까지 지속될 것으로 내다본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이번 기준금리 인하는 시장에서 전혀 예상하지 못한 측면이 있어 당분간 시장금리 하락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대출금리가 내려가면서 12월에 대출금리가 갱신되는 변동금리 차주들의 금리 부담이 한결 낮아질 전망이다.
하지만 신규 차주들은 내려간 대출금리의 수혜를 받기 쉽지 않을 전망이다. 시중은행들이 여전히 신규 가계대출 취급에 보수적인 태도를 유지하고 있어 대출 받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현재 5대 은행 중에서는 국민은행을 제외한 신한·하나·우리·농협은행이 비대면 대출을 막고 있다. 연말까지 가계대출 총량을 맞춰야 하는 은행들은 신규 대출 취급을 조절하고 있다.
여기에 신한은행은 지난달 6일부터 주담대와 전세대출, 신용대출 등 모든 가계대출의 비대면 판매를 중단했다. 우리은행은 지난달 5일부터 비대면 주담대, 전세대출 판매를 막았다. 하나은행은 지난달 15일부터 비대면 주담대, 전세대출, 신용대출 상품을 판매하지 않고 있다. 시중은행의 비대면대출 비중은 신용대출이 80%, 담보대출이 20%대에 달한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가계대출 금리가 내려간 상황이지만, 은행들은 연말까지 가계대출 관리를 진행하겠다는 기조”라며 “비대면 대출을 막고 다주택자, 조건부 전세대출 등 대출 관련 조건을 강화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영업점으로 발품을 파는 방법도 있겠지만, 급하지 않은 상황이라면 내년 초를 노리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다”며 “총량 규제를 넘지 않게 되는 연초라면 가산금리도 떨어지면서 대출금리 인하가 더 크게 체감될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