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 가결, 급한 불 껐지만…“환율, 계엄 전 돌아가기 힘들다”

탄핵 가결, 급한 불 껐지만…“환율, 계엄 전 돌아가기 힘들다”

국내 증시는 낙관적 전망도
환율은 부정적 관측…“내년 1월 한번 더 위기 올 듯”
환율 조작국 될라…외환당국 개입도 한계

기사승인 2024-12-17 06:34:04
16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의 모습.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에 대해 헌법재판소가 본격적인 심리에 착수했다. 금융권에서는 탄핵소추안 가결로 정치적 불확실성이 일부 해소된 측면은 있지만, 안심하기에는 이르다는 전망을 내놨다.

17일 금융권에 따르면 전날 코스피 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0.22% 떨어진 2488.97에 마감했다. 윤 대통령에 대한 국회 탄핵소추안 가결 이후 첫 거래일인 16일 코스피 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16.62포인트(0.67%) 오른 2511.08로 상승 출발했다. 하지만 외국인 투자자의 순매도 압력을 이기지 못했다. 전날 외국인 투자자는 4767억원을 순매도했다. 

증권가에서는 탄핵 가결로 외국인 매수가 재개되며, 국내 증시가 천천히 진정세 국면에 접어들 것이라는 낙관적 전망이 나왔다. 양해정 DS투자증권 연구원은 “탄핵 절차가 진행되면서 정치 리스크도 가늠의 영역으로 들어서고 있다. 개인 매도는 막바지에 다다랐다. 매도로 일관하던 연기금은 매수로 돌아섰다”며 “모멘텀은 더 지켜봐야 하지만 외국인은 정치 리스크만 걷혀도 밸류 트리거 발동만으로 매수를 시작할 수 있다. 외국인 매수가 재개되면 코스피는 매도 공백이 나올 수 있다”고 분석했다.

기획재정부도 전날 지난주 주식시장에 대해 정부, 한국은행의 적극적 시장안정조치, 기관투자자 매수세 지속 등으로 그간 낙폭을 대부분 되돌렸다는 평가를 내놨다. 지난 3일 2500에서 9일 2361까지 떨어졌던 코스피 지수는 10일부터 소폭 오르기 시작해 13일 2494까지 상승했다.

코스피가 연초 수준까지 회복 가능하다는 전망도 나왔다. 탄핵 가결 이후 국내 증시의 추가적인 반등 여력이 남아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재만 하나증권 연구원은 “이번 탄핵 과정에서 나타난 추가적인 가격 조정으로 인해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달러 환산 코리아 지수는 연중 고점 대비 최대 26% 하락했다”며 이같이 설명했다.

이 연구원은 오는 18일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기준금리 인하 기대가 유효하다는 점에 주목하면서 △반도체 △은행 △소프트웨어 △IT하드웨어 △방산 등을 기대 업종으로 꼽았다. 그는 “국내 증시에서는 연간 낙폭과대 업종 중 내년에도 순이익이 증가할 것으로 기대되는 업종을 중심으로 반등할 것”이라며 “이를 통해 코스피는 연초 수준인 2600선까지 회복할수 있을 것”이라고 관측했다.

원달러 환율은 전망이 밝지 않다. 비상계엄 사태가 발생한 지난 3일 1442원까지 오르며 연고점을 경신했던 원달러 환율은 여전히 1430원대에 머물러 있다. 원달러 환율은 국내 정치 불확실성이 커지기 전까지 1400원 안팎에서 움직이고 있었다. 하지만 계엄령 선포 이후 1410원대, 탄핵 정국에 진입하며 1430원대까지 올랐다. 원달러 환율은 지난 13일 주간 거래 종가(오후 3시30분 기준) 1433.0원에 이어 16일에는 전거래일 대비 2.0원 오른 1435.0원에 마감했다.

전문가들은 원달러 환율이 계엄사태 이전 수준, 즉 1400원선 아래로 내려가기는 쉽지 않다고 입을 모았다. 정치적 불확실성이 아직 전부 해결된 것이 아닌데다 트럼프 2기 행정부의 미국 우선주의로 인한 달러 강세 흐름과 국내 경기 부진 우려 때문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취임이 당장 내년 1월이다. 시장에서는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취임 초기 공약했던 정책들을 빠르게 추진할 것으로 내다본다. 하지만 현재 한국 정부는 트럼프 대통령의 카운터파트가 부재한 상태로, 트럼프 정책에 대한 대응력이 약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재만 연구원은 “환율이 1400원 초반대에서 안정되더라도 미국 예외주의 지속, 트럼프 집권 2기의 무역분쟁 등이 미 달러 강세를 유도할 공산이 크다”면서 “원달러 환율은 내년 상반기까지 1400원대를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박형중 우리은행 이코노미스트는 “IMF 외환위기 수준 만큼의 외화유동성 위기가 오지는 않겠지만 탄핵 심판 절차가 지연된다거나, 이 과정에서 정치적 불협화음이 노출되면 한국 신용등급이 관찰 대상에 오를 가능성이 높다”면서 “현재 금융시장 가격 지표 중 가장 중요한 지표가 환율인데, 1400원대를 계속 유지하면서 상황 변화에 따라 언제든 튈 수 있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환율이 계엄 전 수준으로 돌아갈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본다”며 “내년 1월이 되면 트럼프 대통령 취임으로 인한 한국 정치 불확실성으로 원달러 환율이 또 한번 ‘레벨 업’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환율 상승을 억누르는 정부 개입도 한계가 있다. 트럼프 행정부 출범을 앞두고 지난달 미국 재무부는 한국을 ‘환율 관찰 대상국’으로 재지정했다. 미국은 매년 4월과 10월 두 차례에 거쳐 거래하는 국가의 외환시장 개입 수준에 따라 환율관찰대상국으로 지정한다. 정도가 심하다고 판단될 경우에는 ‘환율 조작국’으로 지정하는데, 그 경우 당국의 외환시장 개입에 제약이 발생한다.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부 교수는 “미국 측에 한미 통화스와프를 요청한다던지 다른 방안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정진용 기자
jjy4791@kukinews.com
정진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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