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에서 성과급 수준을 두고 노사 간 불협화음이 잇따르고 있다. 역대급 실적에 노조는 성과급 인상을 주장하는 반면, 사측은 자칫 ‘돈잔치’ 비판을 듣게 될까 봐 눈치 보는 상황이다.
18일 금융권에 따르면 NH농협 노조는 이날 오후 6시30분 서울 중구 농협중앙회 본관에서 집회를 연다. 농협 노조는 지난 6일 사측과의 임금·단체협약 교섭 결렬을 선언하고 노조 설립 이후 처음으로 중앙노동위원회에 조정을 신청했다.
발단은 농협중앙회가 최근 주요 금융계열사들에 성과급을 지난해보다 50% 축소할 것을 지시하면서다. 농협 노조는 농협중앙회와 NH농협은행, NH손해보험, NH생명보험, 농협경제지주, 하나로유통, NH금융지주 직원들로 구성돼있다. 농협노조는 이에 반발해 강호동 농협중앙회 회장 등 고위 임직원 비위행위 제보 접수에 나섰다. 노조 측은 포상금 2000만원을 내걸고 제보를 받는 중이다. 농협 노조는 18일에 이어 26일에도 집회를 예고한 상태다.
국책은행 IBK기업은행 노조도 전날 연말 총파업을 예고하며 전 조합원 결의대회를 열었다. 전날 오전 서울 중구 기업은행 본점 앞에는 기업은행 노조 대의원, 분회간부 등 조합원 3000여명이 모였다. 기업은행 노조와 사측은 지난 9월부터 임단협 교섭을 진행했지만 끝내 결렬됐다.
기업은행 노조의 요구사항은 △이익배분제 도입을 통한 특별성과급 지급 △밀린 보상휴가(시간외수당) 현금 지급 △우리사주 금액 증액 등 이다. 요구사항이 관철되지 않을 경우 오는 27일 총파업에 돌입할 예정이다. 예정대로 총파업이 열리면 기업은행 사상 최초의 단독 총파업이다.
기업은행 노조는 결의대회에서 발표한 성명서를 통해 “은행이 매년 최고 성과를 갱신하며 당기순이익 2조7000억원을 기록할 때 직원에게는 단 1원의 특별성과급도 책정하지 않고 있다”며 “대통령 탄핵 국면에서 공무원들은 기업은행 문제 해결에 적극 나서고 있지 않다. 내년 금융기관 예산을 승인하는 금융위원회는 기업은행 요구를 1순위로 고려하라”고 촉구했다.
기업은행 김형선 노조위원장은 “기업은행이 공공기관이라는 이유로 같은 노동을 제공하는 시중은행보다 30% 적은 임금을 직원에게 지급하고 있다”며 “정부의 총인건비 제한을 핑계로 1인당 약 600만원에 이르는 시간외근무 수당도 지급하지 않고 있다”고 총파업 취지를 밝혔다. 기업은행 노조가 지난 12일 진행한 쟁의 행위 관련 찬반투표에서는 88%의 투표자 가운데 95%(6241명)가 찬성했다.
KB국민은행도 임단협 협상이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국민은행 노조는 지난달 초 임단협 물밑협상을 시작해 같은달 20일 공식 상견례 자리를 가졌다. 양측은 보상, 페이밴드, 임금피크제 등 쟁점을 두고 논의해 왔으나 성과급 문제에 있어서 서로 입장차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국민은행 노조는 올해 홍콩 ELS 사태 등을 뒷수습하는 과정에서 일선 직원들이 고생한 만큼 사측이 직원 노고를 인정해 줘야 한다는 입장이다. 가뜩이나 점포 통폐합과 점포당 직원 숫자도 많이 줄어든 상황에서 업무가 가중됐다는 설명이다. 특히 국민은행은 지난해 성과급이 기본급의 230%, 임금인상률은 2%로 2022년 수준(기본급 280% 수준의 성과급과 현금 340만원 지급) 보다 삭감된 바 있다.
국민은행 노조 측은 “타행 대비 저조했던 작년 성과급이 직원들에게 박탈감을 안겨 준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국민은행 노조는 지난 13일 서울 여의도 국민은행 본관 앞에서 사측에 성실 교섭을 촉구하는 집회를 개최하기도 했다.
성과급을 둔 노조와 사측의 ‘동상이몽’은 사측이 국민 여론과 당국을 의식해 몸을 사리고 있는 영향도 있다. 은행권이 예대금리차를 바탕으로 막대한 이자이익을 거두고 성과급 잔치를 한다는 비판을 받을까 봐서다. 5대 금융지주(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는 올해 3분기 누적 순익 16조원을 거두며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역대급 실적을 바탕으로 금융지주들이 사회 환원과 상생 금융에 나서야 한다는 압박이 커지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