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우리금융지주에 이어 KB‧하나금융지주가 ‘코리아 밸류업 지수’에 신규 편입됐다. 이에 대해 금융권에서는 계엄령 사태로 줄어든 투자심리가 되살아날 가능성이 높아졌다며 긍정적인 전망을 내놓았다.
18일 금융권에 따르면 한국거래소는 최근 주가지수운영위원회를 열고 코리아 밸류업 지수 구성 종목 심의를 통해 KB금융, 하나금융지주, SK텔레콤, KT, 현대모비스 등 5개 종목의 추가 편입을 결정했다. 이로 인해 4대 금융지주가 모두 밸류업 지수에 포함됐다.
당초 9월경 밸류업 지수 최초 발표 당시 금융지주 대장주로 불리는 KB금융과 ROE(자기자본이익률)가 가장 높은 금융지주인 하나금융이 포함되지 않은 것을 두고 비판이 이어졌다. 이번에는 거래소가 시장의 목소리를 반영해 밸류업 지수에 KB금융과 하나금융을 포함한 것으로 분석된다.
KB금융과 하나금융은 이번 밸류업지수 편입에 대해 환영의 목소리를 냈다. KB금융 관계자는 “주주들께 약속드린 바와 같이 흔들림 없이 기업가치 제고 계획을 충실히 이행해 진정한 밸류업 우등생으로 거듭나겠다”고 말했다. 여기에 하나금융 관계자는 “이번 밸류업 지수 신규 편입은 주주가치와 기업가치 제고를 위한 하나금융그룹의 구체적 목표와 실질적인 이행 노력을 높이 인정받은 결과”라며 “기업가치 제고 계획을 더욱 충실히 이행하고 꾸준히 발전시켜 나가겠다”고 밝혔다.
금융주 투자자들도 긍정적인 반응이다. 금융주 투자자 모임의 한 개인투자자는 “KB와 하나가 밸류업에 빠진건 사실상 코미디에 가까웠다”며 “앞으로 더 좋은 종목들 남기고 나면 배당도 받으며 투자를 이어갈 수 있는 훌륭한 지수로 거듭날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투자자도 “4대금융 모두 밸류업에 포함된 만큼 약속한 주주환원 정책을 펼처주기만 한다면 장기적 우상향이 가능할 것”이라고 봤다.
밸류업지수 편입이라는 호재가 있었음에도 금융지주들의 주가는 여전히 계엄령 이전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17일 종가 기준 KB금융은 고점인 3일 대비 -18.7% 감소한 8만44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이어 △신한금융 (-24.6%, 4만8650) △하나금융(-15.8%, 5만8300원) △우리금융 (-11.9%, 1만7300원)도 아직 하락분을 회복하지 못한 상태다.
이는 금융지주의 주가 상승을 뒷받쳤던 외국인들의 금융주 매도세가 여전히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외국인은 비상계엄 사태 직후인 4일부터 13일까지 4대 금융지주 주식을 총 6789억원 어치 순매도했다. 이 기간 외국인의 국내 증시 순매도 규모가 9630억원인 점을 고려하면 순매도 물량 대부분이 은행주로 쏠린 셈이다. 이후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 소추가 통과됐음에도 16~17일 양일간 1525억원의 매도가 추가로 진행됐다.
금융 전문가들은 단기적으로는 여전히 불안정성이 남아있어 외인들의 매도가 진행되고 있다고 설명한다. 최정욱 하나증권 연구원은 “여전히 높은 환율과 규제 리스크 확대 우려 등이 은행주 투자심리를 위축시키고 있고 외국인 순매도로 수급여건도 악화되고 있다”며 “탄핵 가결에 따른 불확실성 해소가 환율을 안정화시킬 경우 단기 반등이 나올 수 있다. 외국인 매매 패턴 변화를 지켜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다만 장기적인 시선으로 보면 밸류업 지수 편입으로 투자자들이 다시 돌아올 것이라는 의견이 나온다. 이효섭 자본시장연구원 금융산업실장은 “밸류업 지수의 활용도가 높아지면 대형 연기금들이 벤치마크로 사용하게 되는 모습을 보여줄 수 있다”며 “또한 밸류업 지수에 포함된 기업들의 성과가 괜찮아지면 외국인들의 투심을 다시 되돌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특히 우리나라의 금융주들의 PBR(주가순자산비율)이 여전히 낮은 만큼 금융시장 외적인 이슈들이 해결된다면 매력적인 투자처로 다시 빛을 발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