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보생명, 풋옵션 분쟁 장기화 조짐…지주사 전환 늦어지나

교보생명, 풋옵션 분쟁 장기화 조짐…지주사 전환 늦어지나

기사승인 2024-12-24 06:00:08
교보생명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과 사모펀드 어피니티 컨소시엄 간 분쟁이 장기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에 따라 교보생명의 지주사 전환도 늦어질 전망이다. 교보생명은 분쟁이 마무리되는 대로 금융지주사 전환에 나설 방침이다.
 
23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신 회장 측은 최근 국제상업회의소(ICC)가 내린 2차 중재 판정에 대해 법적 조치를 고려하고 있다. ICC는 2차 중재에서 신 회장이 외부 기관을 지정해 어피니티 컨소시엄(어피너티 에쿼티 파트너스·IMM PE·EQT파트너스·싱가포르투자청)이 요청한 풋옵션 가격 산정을 실시하라고 판정을 내렸다. 사실상 풋옵션을 실행하라는 의미다. 

풋옵션 분쟁은 어피니티가 지난 2012년 교보생명 주식을 매입하면서 시작됐다. 당시 양측은 2015년까지 기업공개를 하지 않으면 신 회장이 주식을 다시 사들이는 풋옵션 조건의 계약을 맺었다. 기업공개가 지연됨에 따라 어피니티는 2018년 풋옵션 실행을 요구했지만, 주당가치를 41만원으로 산정해 신 회장 측이 반발하면서 분쟁이 발생했다.

어피니티는 이에 2019년 ICC 국제중재를 신청했다. 1차 중재에서 중재판정부는 2021년 주주간 계약상 풋옵션이 유효하고 어피니티 측이 2018년 풋옵션을 유효하게 행사했다고 봤다. 다만 신 의장이 어피니티 측이 산정한 풋옵션 가격으로 주식을 매수할 의무는 없다고 판정했다. 사실상 신 회장 손을 들어준 것이다. 

하지만 어피니티 측은 2차 중재를 제기했고, 2차 중재판정부가 풋옵션 가격 산정을 실시하라고 판정을 내리면서 신 회장측이 다시 반발하고 있는 상황이다. 신 회장 측은 2차 중재 판정이 1차 판정과 배치된다고 보고 있다. 이에 중재 취소 소송을 검토하고 있다. 

교보생명은 인적분할을 통해 지주사 전환을 계획하고 있다. 이를 위해서는 주주총회 특별결의가 필요하다. 특별결의를 하려면 참석 주주의 3분의 2 이상이 동의해야 한다. 총 24%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어피니티의 동의가 반드시 필요한 것은 아니지만 어피니티의 결정에 따라 결의가 무산될 수 있다. 

교보생명도 이를 고려해 풋옵션 분쟁이 마무리된 후 지주 전환을 추진할 방침이다. 지난해 2월 이사회에서는 ‘원활한 금융지주사 전환 추진을 위해서 주주 간의 건설적 협의 및 감독당국, 시장 등 이해관계자와 적극적 커뮤니케이션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오기도 했다. 

지주사 전환이 늦어질수록 교보그룹의 성장은 제한된다. 교보생명은 지주사 전환을 발표할 당시 “경영환경이 갈수록 악화되고 있는 가운데 현재 생명 중심의 지배구조로는 각종 법규상 제약으로 그룹의 장기성장전략 수립, 추진에 한계가 따르기 때문”이라고 전환 이유를 설명했다.

업계는 20만원 전후로 주당가치가 정해지면 신 회장의 자금조달에는 큰 어려움이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 문제가 오래된 만큼 미리 투자자를 구하는 등 방법을 강구했을 것 이라는 관측이다. 신 회장이 지불해야 하는 풋옵션 가격은 주당 20만원 기준 1조원 내외로 추산된다.

어피니티는 중재판정에 따라 가격 산정을 기다리겠다는 입장이다. 어피니티 측 관계자는 “ICC 중재 판정에 따라 풋옵션 가격은 계약상 정해진 가치평가 절차에 따라 확정될 것”이라면서 “어피니티 컨소시엄은 계약 및 중재 판정의 결과에 따라 확정된 풋옵션 가격에 기반하여 권리를 행사하겠다”고 답했다.
박동주 기자
park@kukinews.com
박동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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